모두 함께 한강서 '멍~때리기'…3등 곽윤기 "우승 목표였는데"

한강 멍때리기 대회 10주년…80팀 참가 '경쟁률 35대1'

1등 프리랜서 아나운서 권소아씨 "평소 멍때리기 잘해"


"첫 책 출간 기념으로 스트레스 풀러 왔어요. 글쓰기 고통이 만만치 않았거든요."


12일 오후 한강 잠수교 위에서 열린 멍때리기 대회에 참석한 백승연 씨(34·여)는 기대에 부푼 모습으로 이같이 말했다. 백 씨는 "화장실만 안 가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아침부터 물을 거의 안 마셨다"면서 "바람이 많이 불어 머리가 많이 흩날릴까, 살짝 걱정된다"고 웃어 보였다.


전날까지 종일 내리던 비가 그치고 맑게 갠 하늘 아래 올해도 어김없이 '한강 멍때리기 대회'가 열렸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이 행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가치 있는 행위'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참가자들은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무표정으로 멍을 때려야 한다. 이들은 잡담을 하거나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도 없다. 우승자는 심박수와 현장 투표를 통해 선정된다.


이날 대회를 보기 위해 행사 시작 1시간여 전부터 이미 한강에는 수백 명의 인파들이 몰려들었다. 시민들은 길을 가다 멈춰 서서 대회를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누가 우승할지 계속 지켜봤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는 10주년을 맞아 당초 계획보다 10개 팀이 더 많은 총 80개 팀이 참가했다. 신청 사연을 검토해 2787팀 중 35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참가자들은 각양각색의 복장을 이용해 멍때리기에 도전하러 와 눈길을 끌었다. 한복, 선글라스, 꽃무늬 머리띠 등 개성을 뽐내는 옷을 입고 등장한 이들은 "스트레스를 풀러 왔다"고 입을 모았다.


1년째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 중이라는 진상중 씨(35)는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계속 휴대전화를 보니까 머리 좀 비워내려고 오늘 참가했다"며 "우승이 목표가 아니라 끝까지 참여해서 스트레스 풀고 휴대전화를 손에서 좀 놓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 40대 남성 A 씨는 "올해 초부터 이직, 육아, 부모 부양 등 살면서 제일 고민이 많았다"며 "햇볕도 쬐고 아무것도 안 하는 걸 해보고 싶어서 간절한 마음을 담아 참가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회에는 쇼트트랙 선수 곽윤기·박종현·서범석, 유명 공부 유튜버 미미미누, 걸그룹 빌리 츠키 등 유명 인사들도 많이 참여했다.


곽 씨는 "항상 누군가 이기기 위해서 훈련을 해왔는데 오늘은 나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 테스트해 보고 싶어 참가했다"며 "평소 멍때리는 시간이 많이 없었지만 새로운 경험을 쌓고 꼭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곽 씨는 이날 3등을 차지했다. 


이날 1등은 프리랜서 아나운서 권소아 씨에게 돌아갔다. 권 씨는 크게 기뻐하며 "평소에 멍을 잘 때린다"며 "예술 부문에서 점수를 못 받을까봐 걱정했는데 1등을 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3등을 차지한 곽 씨는 "우승을 목표로 나왔는데, 직업 특성상 '종'이 울리면 출발을 하거나 마지막 바퀴다"며 "그래서인지 (대회 종료 직전) 종이 치니까 심장이 두근구근하더라. 최대한 누르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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