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영화 감독 도전 정우성, 이정재 따라 웃을까?

 '청담 부부'는 함께 웃을 수 있을까.


배우 정우성이 데뷔 30여년 만에 장편 영화 감독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정우성의 첫 연출작 '보호자'는 10년 만에 출소해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고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는 수혁과 그를 노리는 이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 정우성은 이 영화에서 감독 뿐 아니라 주연 배우까지 두 개의 역할을 소화했다.


1994년 영화 '구미호'로 데뷔한 정우성은 2000년대 이후부터 줄곧 영화 연출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 왔다. 실제 그는 장편 연출에 앞서 몇몇 단편 영화로 연출 경험을 쌓았다.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은 '나의 S4이야기'(2013)라는 휴대폰 브랜드 관련 프로젝트를 통해 선보인 '4랑'이다.'나와 S4이야기'에는 정우성 뿐 아니라 구혜선, 김남길, 양익준까지 네 명의 배우가 감독으로 참여해 각자의 이야기를 펼쳤다.


정우성은 이어 2014년에는 '킬러 앞에 노인'이라는 단편 영화를 선보였다. '킬러 앞에 노인'은 낮에는 피트니스 클럽 매니저로, 밤에는 킬러로 일하는 장호가 어느 날 피트니스 클럽의 단골 노인을 죽여 달라는 의뢰를 받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28분 분량의 작품. 이 영화는 대만 배우 장첸, 홍콩 배우 오진우가 연출한 단편 영화들과 한 데 묶여 '세가지 색-삼생'이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단편 영화로 이미 '킬러' 소재를 다뤘던 정우성은 첫번째 장편 영화에서도 킬러와 조직폭력배가 등장하는 누아르적인 세계를 배경으로 택했다. '무사'(2001)나 '중천'(2006)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검우강호'(2010) '감시자들'(2013) '신의 한 수'(2014) '아수라'(2016) '더 킹'(2017) '강철비'(2017)까지 액션과 누아르를 오가는 작품들에 출연했던 그로서는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펼쳐내기 위한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결과물에 대해서는 다소 호불호가 갈린다. 보스 대신 살인을 저지르고 10년간 감옥에 있다 출소한 남자에게 소중한 존재가 생기고, 이를 계기로 조직을 떠나려는 그의 앞을 가로막는 폭력적인 2인자를 배치한 설정은 다분히 클리셰적이다. 영화의 설정이 클리셰적이라는 것은 이미 감독도 인정했던 바다. 정우성은 언론배급시사회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 영화의 소재가 클리셰가 있다, 이 소재를 계속 생산해야할지, 그리고 폭력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영화인으로서 정당한가 고민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진부할 수 있는 이야기에 다소간 차별점을 부여하는 부분이 있다면 유명 배우들의 변신이다. 머리를 길게 기른 박성웅은 '신세계'의 이중구와는 전혀 다른 기묘한 보스로, 날카롭고 섬세한 이미지의 김남길은 시도 때도 없이 낄낄대는 광기 어린 킬러로, 차분하고 이지적인 느낌을 주던 김준한은 열등감에 시달리는 다혈질의 '조폭' 2인자로 색다른 변신에 성공했다. 배우 출신 감독인 만큼, 배우들로 하여금 캐릭터들에 '연기할 맛'이 나는 차별화된 특성을 부여하기 위해 애쓴 인상이 강하다.


광복절(8월15일) 개봉 예정인 '보호자'가 받아든 대진표는 흥행에 그리 유리하지 않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와 유해진, 김희선 주연 영화 '달짝지근해: 7510'이 같은 날 개봉하는 경쟁작들이다. '오펜하이머'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인터스텔라'로 해외 영화 감독으로서는 흔치 않게 '천만 감독' 대열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달짝지근해: 7510'은 '완득이'(2011)과 '우아한 거짓말'(2014) '증인'(2019) 등으로 탄탄한 연출력을 자랑했던 이한 감독의 신작으로, '보호자'보다 앞서 공개된 후 호평을 받고 있다.


정우성의 영혼의 단짝 이정재는 지난해 이맘 때 영화 '헌트'를 선보였다. 배우 출신 감독의 영화라는 점에서 '헌트'도 개봉 전 여러 의심섞인 반응들을 얻었던 것이 사실이나, 최종 435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선방했다. 팬데믹 이후의 기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흥행에 성공한 성적이다. 절친에 이어, 절친과 같은 시기 영화를 선보이게 된 정우성이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터. 호불호 반응, 불리한 대진표를 이겨내고 정우성이 배우 아닌 감독으로서도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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