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앨범 낸 정재일 "기생충·오징어게임 이후 변화…성덕 됐다"

 

정재일 데뷔 앨범 기자간담회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음악 감독 겸 연주가 정재일(41)이 데뷔 앨범을 발표하며 자신의 언어인 피아노에 진심을 담아냈다.

정재일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JCC아트센터에서 데뷔 앨범 '리슨'(LISTEN) 발매 기념 간담회를 개최하고 "항상 무대 뒤에만 있다가 저 혼자서 이렇게 할 줄 몰랐다"며 수줍게 인사했다.

정재일은 대중음악과 클래식을 넘나드는 연주가이자 작곡가다. 1999년 밴드 긱스 베이시스트로 커리어를 시작한 이래 패닉, 박효신, 아이유 등 유명 아티스트의 작곡과 프로듀싱을 맡았다.

특히 영화 '기생충'(2019),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021)의 음악 감독을 맡아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정재일은 2021년 영상 매체에 쓰인 독창적인 음악에 상을 수여하는 미국 할리우드 뮤직 인 미디어 어워즈(The Hollywood Music In Media Awards, HMMA)에서 '오징어 게임'으로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정재일은 데뷔 앨범을 발매하게 된 것에 대해 "제가 2004년 즈음에 싱어송라이터의 꿈을 안고 '눈물 꽃'을 발표했는데 당시 '나는 아직 역량이 안 되나 보다' 생각하고 꿈을 접고, 무대 뒤에서 예술가들을 보필하는 역할을 해오다가, 작년에 데카라는 레코드 회사에서 당신만의 것을 해보지 않겠냐고 하더라"며 "싱어송라이터 중에서 싱어송은 아직도 못하겠고 라이터를 해보자,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다행히도 팝송을 만들라는 건 아니어서 제가 그럼 할 수 있는 게 있겠다 싶더라, 제가 20년간 해온 걸 바탕으로 음악만을 위한 음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재일(©Young Chul Kim 제공)

지난달 13일 선공개 싱글 '더 리버'(The River)'에 이어 이날 발매하는 데뷔 앨범 '리슨'에서는 정재일이 자연과 인류애,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서로에게 귀를 기울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피아노 중심의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펼쳐냈다.

이번 앨범 작업에 함께한 스튜디오와 오케스트라도 눈에 띈다. 피아노 연주는 전설적인 녹음실로 유명한 노르웨이 소재 레인보우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다. 현악 사운드는 앞서 '기생충'과 '옥자', 정재일의 앨범 'psalms(시편)' 작업에 참여했던 부다페스트 스코어링 오케스트라와 다시 한번 호흡을 맞췄다.

'리슨'에 대해선 "처음 (앨범)이라 저한테 가장 내밀하고 편안한 악기를 고르고자 했다. 제가 가장 편한 언어로 시작을 해보자고 해서 피아노를 선택했다"라며 "사실 피아노는 저의 모국어나 다름없다, 말하는 것보다 피아노로 하는 게 더 편한데 나의 첫 음반이고, 음악이고 더 깊은 얘길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면 큰 편성보다는 제가 오롯이 혼자서 얘기할 수 있는 편성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정재일(©Young Chul Kim 제공)

정재일은 '기생충'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됐다. 이후 달라진 점을 묻는 질문에 "'기생충'이라는 필름 때문에 제게 너무 많은 일이 벌어진 건 사실이다, 이런(앨범) 엄청난 기회도 마찬가지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러나 저는 또 무대 뒤에서 일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저는 큰 직접적인 변화는 못느끼기도 한다"며 "하지만 사적으로는 '기생충' '오징어 게임'을 통해서 영화 음악이라는 게 뭔지, 어떻게 더 학습해야 하는지, 나에게 필요한 게 뭔지 생각하게 됐고 더 사랑에 빠진 것 같다"고 했다.

밴드 긱스로 시작해 영화 음악과 대중 음악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음악을 시작했던 계기를 생각하며 "중학생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는데 음악이 있었고, 제가 음악을 사랑하지만 시작은 노동이었다"라며 "지금도 사실 예술이라는 것, 모든 예술이 수많은 노동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가들에게 결여될 수 있는 근면함, 책임감도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에 앨범 내기도 했지만, 지난 수십년간 무대 뒤에서 서포트를 해온 역할이라 그게 익숙하고 그게 제 삶이다"라며 "정재일은 몰라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음악은 전세계인이 알게 되지 않았나, 그래서 사실 명예를 얻었는데 무대 뒤에서 일하는 제 삶의 큰 변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래도 약간 '성덕'(성공한 팬)이 될 수 있었던 건, 제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팬인데 그 분과 '브로커'에서 작업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긴 거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노르웨이 오슬로의 레인보우 스튜디오에서 이번 앨범 녹음을 할 수 있었다는 그는 "너무 감사하게도 치프 엔지니어가 의아 하게도 저를 위해 시간을 확 빼주셔서 열흘 간 매일 7시간 정도 연주하고 왔다"며 "물론 저도 어필하려고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을 작업했다고 소개 메일을 보냈는데, 진짜 저를 몰랐고 그냥 그날 비어있었던 것 같더라"며 웃었다.

끝으로 그는 "피아노는 나무로 만들어진 악기들 중에 가장 큰 울림을 가지고 있고, 가장 긴 울림을 가지고 있는 악기가 피아노이고, 낮은 음부터 높 음까지, 약한 음부터 강한 음까지 그리고 완성도에 가장 가까운 게 피아노"라며 "그래서 가장 내밀하고 어떨 땐 겸손하고 막 솔로로 나서는 게 아니라 아주 진중하고 무거운 악기란 생각이 든다. 가장 중요한 건 제가 편하게 말할 수 있고, 제 마음과 닮아 있는 목소리라 생각한다"고 피아노로 완성한 자신의 음악에 대한 진심을 드러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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