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짜리 변호사' PD "남궁민 관객 위해 사는 배우…태도에 늘 감탄"

 SBS 금토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극본 최수진, 최창환/연출 김재현, 신중훈)가 11일 12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천원짜리 변호사'는 수임료는 단돈 천원 실력은 단연 최고, '갓성비'(최고의 가성비) 변호사 천지훈(남궁민 분)이 '빽' 없는 의뢰인들의 가장 든든한 빽이 되어주는 통쾌한 변호 활극. 

'천원짜리 변호사'는 법정물 드라마의 홍수 속에서 입체적인 매력의 주인공 천지훈, 민생과 가까운 범죄를 해결하는 통쾌한 스토리로 차별화했다. 1회 8.1%(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시청률로 출발해 최종회는 15.2%를 기록하는 등 뜨거운 인기와 화제성을 자랑했다. 

많은 인기와 호평도 받았지만, 드라마 외적인 이슈로 아쉬움도 있었다. 기존 계획과 달리 2회 단축한 12회로 종영한 점, 후반부의 잦은 결방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진 점이 그 예다. 

'천원짜리 변호사'를 연출한 김재현 PD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여러 장르가 섞인 드라마의 특성상 매회 다른 톤을 그리면서도 전체적인 주제와 본질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고 밝혔다. 또 시즌2 구상에 대해서는 "시청자가 원한다면 해내고 싶다"라고 밝혔다. 

-'천원짜리 변호사'을 통해 흥행을 거두었는데 소감은.

▶스태프들이 참 많이 고생했다. 그들이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작품이 되어서 좋다.

-'천원짜리 변호사'를 연출하며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우리 드라마에는 여러 장르가 섞여 있는데 그 각각의 장르를, 누구나 아는 패턴으로 쉽게 만들려고 애썼다. 어떤 회차에는 휴머니즘을, 어떤 회차에는 호러, 혹은 멜로다. 그렇게 매번 드라마의 톤앤매너를 바꿨다. 그러면서도 코미디 드라마의 본질을 놓치지 않으려 가장 애썼다. 그 조율이 쉽지 않았다.

-'천원짜리 변호사'에서 가장 공들인 장면과 그 이유는.

▶8부 찍을 때 제일 애썼다. 8부는 내게 ‘성 안에 살던 지훈이가 주영(이청아 분)을 만나 성밖으로 나오는 이야기’였다. 그걸 이미지로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 중에서 제일 애썼던 장면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지훈이 혼자 술을 마시다가, 주영과 나란히 비 맞는 장면으로 이어지는 시퀀스를 꼽겠다. 조명과 출연자들의 움직임, 살수(비 뿌리는 장치)의 느낌까지 살피며 촬영에 임했던 것 같다. 길바닥에 두 배우를 거의 세 시간 동안 눕혀 놓았다.

-남궁민 등 배우들과 함께 작업한 소감은.

▶배우가 감독보다 캐릭터를 잘 이해하고 있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러면 감독이 편해진다. 사소한 디렉팅이나 신에 대한 설명이 필요 없어진다. 모니터 앞에 앉아 그저 신의 무드만 관찰하면 되고, 언제나 찍는 방식으로 찍어버리면 되니까. 그 즈음이 되면 이제 어떤 신이 찾아와도 꽤 재밌게 나오는 수준이 되는데, 우리 드라마는 그 시점이 진짜 빨리 찾아왔다. 이 드라마가 잘된 이유를 뽑으라면 나는 그 공의 모두를 배우들에게 돌리고 싶다. 대본이 상상하는 바보다, 또 감독이 연출하는 바보다 더 많은 것들을 그들이 해주었다. 감사하다.

-만화적인 캐릭터들과 현실적인 소재들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시청자들이 '천원짜리 변호사'에 열광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쉽고, 유쾌하고, 어렵지 않아서가 아닐까. 오프닝 송을 음악감독에게 주문하며 그런 말을 했었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따라 부를 수 있는, 만화 주제곡 같았으면 좋겠다, 유치한 가사로 가득했으면 좋겠다'고. 오글거려도 소중한 가치를 얘기하는 드라마였음 했다. 그런 걸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중간에 과거사를 푸는 방식의 전개가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는데 고심한 점은 무엇이었나. 

▶7, 8부를 접근하는 게 아주 조심스러웠다. 무거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6부부터 조금씩 무게를 주었다. 7부와 8부를 위한 음악도 모두 새로 만들었다.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7, 8부는 카메라 색설정, 카메라워크, 색보정 방식과 조명 방식도 달리 했다. 7, 8부를 이 드라마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2막으로 나눴다. 같은 코미디를 해도 관객이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질 테니까. 7, 8부에 돌입했을 때에는 배우의 몰입도를 위해, 천변 시절의 스케줄을 걷어냈다. (남궁)민선배가 가능하면 천검에만 몰입할 수 있기를 바랐다. 지훈이 우는 장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7, 8부를 통틀어 눈물을 남발하지 말고, 딱 한 번만 울자' 그걸 약속했다. 나는 민선배에게 언제 울었으면 좋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가 언제 울지를 기다렸다. 그 후로 촬영은 늘 그랬다. 배우가 오고, 얘기를 나누고, 그가 움직이면서 자기의 공간을 살펴보고, 그때 스태프들은 숨죽여 그의 눈을 살핀다. 살피다 보면, 배우가 준비됐다고 말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준비해줘야 하는 순간들이 보이니까 그 정도였다. 그렇게 찍었다.

-천지훈의 존재감이 엄청났다. 남궁민과 함께 호흡하며 놀란 순간이 있었나. 

▶'대본을 이렇게 해석해온다고?' 그렇게 생각했던 순간이 많다. 이견 때문에 불꽃이 튀는 순간들이 종종 있었는데, 그럴 때 민선배가 했던 말이 좋았다. '감독님. 관객들은 이런 걸 바라지 않을까요. 관객들은 다 알고 있을 거예요' 그럴 때 그는 진정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저는 관객들과 함께 만들어왔습니다' 라고 말했던 스필버그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자기 내면에 갇히지 않고, 사람들이 바라는 천지훈을 향해 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안다. 즐거운 외면에, 내적으로도 풍성하다. 포장지에 공을 기울이면서도 이토록 내용물로 꽉 찰 수도 있다니. 그 경지가 어떤 건진 잘 모르지만, 그게 엄청 어려운 일이라는 건 안다. 나는 매순간의 연기보다 그가 배우로서 이 일을 대하는 태도 그 자체에 감탄한다. 언젠가 민선배가 내게 그랬다. '나는 이 일에 중독됐어요, 내 연기를 통해 사람들이 좋아하고 기뻐하는 거, 그게 얼마나 큰 고양감을 주는지. 감독님도 이제 알게 될 거예요' 그럴 때 나는 그를 움직이는 원동력을 본다. 그는 정말 관객들을 위해 살아가는 것 같다.

-김지은(백마리 역)을 캐스팅할 때 고려한 점은 무엇이었나. 

▶앞서 밝혔다시피 남궁민 선배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다.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건 이미 많은 연출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솔직히 그 때만 해도 '김지은이라는 배우가 백마리에게 어울릴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모두가 그녀에게 고마워한다. 김지은이 아니었으면 그 누구도 이토록 사랑스럽고, 당차고, '똘기' 마리를 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누군가 깜짝 발탁한 것이 아니다. 그녀는 이미 스스로가 발탁될 수밖에 없게 갈고 닦고 있었다. 스스로를 빛내고 닦을 줄 알면서도 겸손한 보석이다. 나는 그녀가 더욱 대단한 배우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이 있나.

▶백시보를 115, 천백사를 1104 등 숫자를 붙여 천원짜리 변호사 사무실 사람들의 별명을 붙여 주셨는데 그게 지금도 기억이 난다. 현장에서도 그 얘기로 한참을 떠들었다. 그 외에도 진짜 많은데 우리나라 누리꾼분들, 특히 '천변' 팬분들은 정말 천재들이다.

-다음 시즌으로 이어지나.

▶기회와 조건이 허락한다면. 그리고 시청자분들이 원한다면, 언젠가 해내고 싶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연예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