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캐나다인 앤소니 심 감독 "아시안 이민자 얘기 더 많아져야"

앤소니 심 감독 연출 '라이스보이 슬립스' 오픈토크

 

한국계 캐나다 배우이자 감독 앤소니 심 감독이 '라이스보이 슬립스'에 대한 의미를 관객들에게 전했다.

10일 오후 4시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영화 '라이스보이 슬립스' 앤소니 심 감독, 최승윤, 에단 황, 도형 황과 '리턴 투 서울' 데이비 추 감독, 박지민, 오광록이 참석한 오픈토크가 진행됐다.

서울 출생으로 1990년대 초 밴쿠버로 이민을 간 후 그곳에서 성장한 앤소니 심 감독은 고등학생 시절 교내 연극반에서 활동하며 연기를 시작, 20여 년 동안 수십 편의 영화, TV, 연극 등에 출연했다. 장편 극영화 '도터'(2019)로 감독 데뷔했고, 이후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라이스보이 슬립스'를 내놨다.

심 감독은 '라이스보이 슬립스'에 대해 "소영이라는 한국 이민자가 아들과 캐나다로 가서 90년대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제목에 대해선 "제가 지은 건 아니고 제가 시나리오 쓸 때 한 스토리에 맞는 톤이랑 느낌이 맞는 음악 앨범을 결정해서 그 시나리오 쓸 때마다 그 음악을 듣는 프로세스가 있다"라며 "이거 쓰기 시작할 때 '라이스보이 슬립스'라는 앨범을 많이 듣고 있었는데, 스토리에 포커스가 없어서 그 이후로 스토리가 계속 쓰면서 제목이랑 맞아진 것 같다"고 밝혔다.

극중 소영을 맡은 최승윤은 '라이스보이 슬립스'에 출연한 계기에 대해 "사실 제가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고, 오디션을 지원하면서 뽑히길 바라는 마음이었다"라며 "경험 삼아 해보자고 했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오디션을 봤을 때 영화 전체 내용을 알 수가 없었고, 어느 정도 오디션 과정이 진행되면서 스크립트를 받게 됐는데 소영이라는 인물이 굉장히 강인한 사람이다"라며 "강인한 모습들이 어쩐지 낯설지가 않고 익숙한 모습이라 어디서 봤지 생각하니 어머니, 할머니의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영이라는 인물 자체가 바로 흡수되어서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 특별히 노력하고, 이 여자가 왜 이렇게 행동하지, 말하지 이렇게 저와 캐릭터가 싸우는 과정이 딱히 없었다"라고 부연했다.

소영의 아들 동현으로 분한 에단 황은 작품에 대해 "대본에 굉장히 공감할 수 있었다, 타국에서 한국인으로 자라는 것, 인종차별을 당하는 것에 공감할 수 있었다"라며 "저희 아버지도 캐나다로 이민을 가신 분인데 시나리오를 읽고 공감하신다고 하더라. 너무 잘 쓰인 시나리오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도형 황 "전 연극 무대에 계속 서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캐스팅 디렉터가 보고 추천을 해줘서 (오디션을) 보게 됐다"라며 "그 과정에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제가 텍스트를 읽었을 땐 이민자의 삶과 차별 이런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맨 마지막에 나온 신인 소영이 한국에 돌아가는 장면을 보면서, 잘못된 건 잘못된 건데 그걸 말하는 게 아니고, 우리가 한 발 나아가는 이야기라고 하더라, 그렇게 (감독님과) 소통하면서 너무 좋았다"고 밝혔다.

심 감독은 '라이스보이 슬립스'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저한테야 당연히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자라면서 영화를 많이 보고 좋아했는데, 사실 제가 보기엔 저같이 생긴 주인공은 별로 없다. 있어도 쿵후 영화이고, 다른 건 릴리즈(공개)하기가 힘들다"라면서 "이 질문에 대해선 이제 아시안 이민자들은 어찌 보면 역사가 짧다. 캐나다, 미국 에 있는 유러피안들은 (이민 역사가) 100~200년 됐는데 한국 이민자들은 몇십 년이다"라고 했다.

이어 "특히 이때까지 (이민자) 전 제너레이션(세대)은 영화감독을 한다는 생각을 절대 못했을 것이다, 어떻게 하겠나, 먹고살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아이들 키우기 위해서 살아왔기 때문이다"라며 "그래서 (우리 세대가) 이런 꿈도 가질 수 있고 기회도 가질 수 있게 됐는데 이제 더 많아진 것 같고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시안-아메리카, 아시안-캐나디안 세대가 열심히 우리의 한국, 아시안 나라들을 좋게 대표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며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깊은 의미를 전했다.

'라이스보이 슬립스'는 1990년대 캐나다 밴쿠버로 이민했던 자전적 경험을 녹여낸 작품으로, 한인 가족의 캐나다 정착기를 담았다. 앤소니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이며, 2022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플랫폼상을 수상했다. 최승윤은 캐나다로 이민을 선택한 미혼모 소영을, 에단 황은 소영과 함께 이민 온 동현을 맡았다. 제2의 '미나리'로 주목 받는 이 작품은 올해 BIFF에서 '플래시 포워드' 섹션에 초청됐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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