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 "연기관 바뀐 '종이의 집'…부국장 선·악 불명확하게 표현"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가 최근 선보인 시리즈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은 조폐국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저마다의 욕망이 가득해 긴장감이 넘친다. 강도들을 맞닥뜨린 조폐국 직원들, 그리고 남북합동수사단은 쫓고 쫓기며 각자의 목적을 따라간다. 

선악 구분이 명확한 초반과 달리, 극이 진행될수록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조페국 부국장 황현호가 그 예다.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긴박한 어떤 변수가 될지 궁금하게 만들며 '종이의 집'의 관계도를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든다.  

배우 홍인이 황현호를 연기했다. 황현호는 조폐국의 북한 출신 직원 중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진 캐릭터로 차분하고 성실하며 원리원칙을 지키는 사람으로 국장인 남한 사람 조영민(박명훈 분)과 사사건건 대립한다. 특히 황현호는 원작에 없는 인물이어서 더욱 많은 시선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스토브리그'의 신스틸러로 인상을 남긴 홍인은 황현호로 분해 조폐국 구성원들을 더욱 다채롭고 풍성하게 만들었고, 촘촘한 결의 연기로 전작들과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종이의 집'에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종이의 집' 한국 버전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 이 작품 하고 싶어'가 아니라 '나 이 작품 할 거야'라는 마음이었다. 배역을 맡기도 전에 몸관리를 했던 기억이 난다. 인질이 되든, 강도가 되든 폐쇄된 곳에 있을테니 조금 마른 몸이 될 것 같았다. 오디션 기회가 왔고 나와 어울릴 수 있는 캐릭터가 무엇일까 보는데 부국장 역할을 맡게 됐다. 처음에는 부국장? 이랬는데 대본을 보니까 너무 좋았다. 너무 신이 나더라. 내가 어떤 역할을 하면 어울릴지 찾아보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원작을 어떻게 봤나. 리메이크 소식에 하고 싶었던 이유가 뭔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 작품이 아닌가. 분명히 대중을 끌어들이는 요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작품이 한국에서 어떻게 리메이크 되는 걸까, (원작처럼) 대중에 사랑받을 요소가 있다면, 나 역시 배우로서 함께하고 싶었다. 배우로서 많은 이들에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으니 대중성이 있는 작품에 끌렸다.

-'스토브리그' 종영 후 인터뷰에서 캐릭터를 맡으면 노트에 빼곡히 그 인물에 대한 정보를 만들어 적는다고 했던 게 기억이 난다. 

▶솔직히, 그때와 지금 나는 달라진 게 없다. 준비하는 과정도 변함이 없다. 캐릭터를 이미지화 시키는데 왠지 안경을 썼을 것 같고, 얼굴 각이 도드라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경은 무테, 금테 중에 뭘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감독님과 이야기해서 무테로 결정했다. 4~5㎏ 정도 체중을 뺐다. 근육을 빼서 얼굴선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이런 헤어스타일이 북한에도 있다고 하더라. 북한에서 엘리트층 사람들이 꼭 형식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해서 시도해본 헤어스타일이다. 

-사투리도 준비해야 했다. 

▶북한 사투리 선생님에게 '대한민국 배우 중에서 북한 사투리로는 1등하고 싶다'고 했다. 선생님을 아주 많이 괴롭혔다. 개인적으로 사투리가 어색하면 몰입이 어렵더라. 말에서 이질적인 느낌이 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더 연습을 많이 했다. 북한에서 부국장 정도의 위치에 오를 만한 사람의 말투, 목소리, 어미까지 물어보고 공부했다. 

-부국장은 원작에 없는 캐릭터라고. 

▶'종이의 집'은 선, 악이 있는데 부국장은 선도 악도 아니다.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는 단순함이 있다. 안전하게 있다가 안전하게 나가고 싶은 바람이 제일 강한 인물이다. 그래서 어느 진영에 붙는 게 아니고 자신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 그런 면이 매력 있었다. 다들 막 바쁘게 움직이는데 가만히 있는 모습이 계속 눈에 보이더라. 

-그래서 더 궁금한 인물이었다. 뭔가 꿍꿍이가 있을 것 같고, 뭔가 일을 벌일 것 같은 긴장감이 있다. 

▶탈출해야 하는데 탈출을 막는다. 스파이인가? 뭐지? 의뭉스러운 인물로 보이고 싶었다. 말리면서 격앙된 톤,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공개된 '종이의 집' 작품과 부국장 역할을 어떻게 봤나. 리메이크하면서 원작의 매력이 많이 반감됐다는 평도 있다. 

▶전체적으로 완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쉬움도 있겠지만, 할 수 있는 선 안에서는 최선을 다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부국장 현호 역할로서, 인물의 면도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배우로서 늘 아쉬움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그때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거 아닐까 싶다. 

-시청자의 반응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어떤 분이 관계자에게 '북한 사람이 더빙을 한 거냐'라고 물어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 수없이 반복해야 말투나 말이 입에 붙는 건데, 연습한 결과를 봐주신 것 같았다. 현호처럼 걷고 현호처럼 행동하는 것, 현호처럼 말하는 것 모두 자연스럽게 보이고 싶었다.-'종이의 집'에서 지금까지 홍인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연기관이 달라졌다. 내가 라이언 고슬링을 참 좋아하는데 외적인 표현이 크지 않은데도 내적인 전달이 잘 된다고 느껴진다. 나는 (외적인) 표현 위주였고 조금 더 해보려고 하는 스타일어서, 그런 건 라이언 고슬링만 되나 보다 했다. 그런데 이번에 부국장을 하게 되면서 뭔가 다른 시험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분출하는 것보다 눈빛으로 더 표현하려고 했다. 그래서 시선이나 감정을 전달하는 장면이 많다. 그러면서 재미를 느꼈다. 앞으로 만날 다음 작품에도 그런 식으로 캐릭터를 만들어가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이제는 뭔가 레퍼런스를 쌓는 과정보다, 지워내는 과정이 더 길어지고 많아졌다. 적은 움직임으로 전달하려고 하니까 더 어려워졌다. 

-홍인에게 '종이의 집'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매번 작품을 할 때 마다 주변에서는 더 잘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 하지만 나는 변하는 것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이 내게 어떤 의미, 어떤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늘 하던 대로 최선을 다해서 임하고, 결과물이 나오면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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