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의 함정에 빠진 '이브', 19금 아닌 서사에 집중할 때

드라마 '이브'가 '자극'의 함정에 빠졌다. '19금 설정'이 난무한 나머지 이야기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tvN 수목드라마 '이브'(극본 윤영미, 연출 박봉섭)는 13년의 설계, 인생을 건 복수. 대한민국 0.1%를 무너뜨릴 가장 강렬하고 치명적인 고품격 격정 멜로 복수극이다. 어린 시절 부친의 충격적인 죽음 이후 복수를 설계해온 이라엘(서예지 분)을 중심으로, 유혹의 대상 강윤겸(박병은 분), 복수의 대상 한소라(유선 분), 복수를 멈추려는 서은평(이상엽 분)이 얽히고 설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보통 복수극은 주인공이 치열한 설계를 통해 복수의 대상을 무너뜨리는 과정을 그려낸다. 익숙한 클리셰지만 그만큼 시청자들이 흥미로워하는 서사이기도 하다. 다만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 제작진은 그 설계를 그려내는 과정에 변주를 주곤 한다. '이브'가 택한 건 '격정 멜로'였다. 주인공 이라엘이 복수은 상대인 한판로(전국환 분) 집안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사위인 강윤겸을 유혹하고, 한소라는 남편의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부족한 갈증을 채우기 위해 경호원인 문도완(차지혁 분)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다. 

하지만 '이브'의 승부수는 시청자들에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모양새다. '이브'는 치명적인 분위기로 극을 장악하기 위해 파격적인 정사신을 극에 수차례 등장시켰다. 그러나 빈도수가 너무 잦은 데다, 지나치게 적나라한 묘사로 인해 설정상 필요한 부분 이상으로 자극적이게 느껴졌다. 실제로 '이브'에서는 거의 매 회 정사신 혹은 키스신이 등장하고 있다. 

이외의 문제점도 있다. 한소라가 남편의 사랑을 얻고' 천연 콜라겐'이 생겼다고 한다던가, 성적 만족감을 주기 위해 '질 성형'을 예약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은 자극적인 것을 넘어 요즘 시대와 맞지 않게 올드하고 촌스럽게까지 느껴진다. 강윤겸을 사랑하고 그의 마음을 얻고 싶은 한소라의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한 장면이라고 해도 사족이 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라엘의 자해 장면에서 상처를 그대로 노출하는 것 역시 그의 아픔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는 지나치며, 한판로의 잔인한 행위들 역시 과한 묘사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극 전체를 아우르는 연출력도 아쉽다는 평가다. 연출자는 감각적인 구도를 사용하며 분위기를 압도하려 하지만, 의도를 알 수 없는 연출이 종종 등장한다. 특히 지난 16일 방송된 6회의 '방구석 탱고' 신은 뜬금없는 상황에서 등장, 시청자들을 의아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라엘과 강윤겸의 사랑을 무르익는 걸 보여주는 주요 장면이 오히려 극 전개상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극 중 배우들의 연기에 힘이 너무 들어간 것 역시 디렉팅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물론 16부작 '이브'가 6회까지 방송된 상황에서 이 작품을 '졸작'으로 낙인찍기엔 아직 이르다. '이브'는 다소 늘어지는 전개 속에서도 주인공 이라엘이 가진 아픔과 주변인들과 관계를 조금씩 조명했다. 본격 복수극 전개를 위해 캐릭터의 서사를 서서히 빌드업해온 것. 이 과정에서 이라엘의 남편 장진욱(이하율 분)이 복수 대상 중 한 명으로 밝혀지고, 장문희(이일화 분) 역시 깊은 상처를 갖고 있음이 드러나며 앞으로의 이야기가 풍성해질 것을 예고해 기대감을 남겼다. 

또한 각자 상처를 가지고 있는 이라엘과 강윤겸이 서로의 아픔을 알게 되고, '트윈 플레임'처럼 상대방을 여기게 되며 진정한 사랑이 싹틀 것을 예고, 이들의 마음이 복수극에 어떤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서은평 역시 이라엘을 향한 마음을 키워갈 것을 암시해 이들의 삼각관계가 어떻게 흘러갈 지도 관전 포인트로 흥미진진한 전개를 기대하게 한다. 이야기 자체는 시청자들에게 흥미롭게 다가오는 셈이다. 여기에 연출력만 보완된다면 반등 가능성도 있다.

서서히 서사를 풀어간 '이브' 6회는 3.9%( 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 기준)로 지난주 방송분에 비해 시청률이 소폭 상승했다. 다만 향후 '이브'가 가진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자극적인 '19금 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이라엘이라는 인물과 그가 그리는 치밀한 복수극에 집중하며 서사를 펼쳐가야 한다. 화제성을 노린 나머지 '격정'이라는 콘셉트에 얽매이게 된다면 '이브'가 전하려는 이야기는 가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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