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마음 담길" '니 부모' 설경구→천우희, 가해자 시선으로 푼 학폭

배우 설경구와 고창석, 오달수 등이 '학교폭력'(학폭) 가해자 부모의 얼굴이 되어, 학폭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7일 오전 11시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온라인 제작보고회가 열려, 설경구, 천우희, 고창석, 김지훈 감독이 참석했다. 당초 오달수가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불참, 진행을 맡은 박경림이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스스로 몸을 던진 한 학생의 편지에 남겨진 4명의 이름, 가해자로 지목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을 그린 영화로, 동명의 연극을 영화화했다. '싱크홀' '화려한 휴가'의 김지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김지훈 감독은 이날 "학폭에 관한 이야기다, 기존에 많은 영화들이 학폭에 대해서 진심을 담았다고 생각한다"라며 "저는 피해자 중심에서 가해자 중심으로 서사를 풀었다고 생각한다. 아픔과 반복되는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직접적인 내용의 제목이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선 "10년 전에 우연히 희극을 보고 제목이 너무 놀라웠다, 직접적이기도 하고"라며 "이후 그걸 경험하고 처음 드는 생각은 분노였다.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원작자가 제목으로 너무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목을 바꾸자는 의견도 많았는데 제목이 분노감을 잘 표현하고, 작품의 함의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다"라며 "그냥 오랫동안 그 분노가 마음 속에 담겨져 있었다. 분노의 정점은 '찾아가서 얼굴 한 번 보고 싶다'는 것이고, 그 사람들을 응징하고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이것 만큼 잘 표현하는 게 없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변호사 강호창을 연기한 설경구와 함께 가해자 부모 캐릭터로 분한 오달수, 고창석, 김홍파와, 홀로 키우던 아들을 잃은 엄마를 연기한 문소리, 그리고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담임 교사 송정욱을 맡은 천우희가 열연을 펼친다.

설경구는 "가해자의 입장보다는 가해자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인데, 저도 보면서 많이 분노하고 많이 안타까워했다"라며 "여러 복잡한 감정들이 전달돼서 이런 이야기는 건들여 지고, 소개가 되어서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했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맡은 역할이 전략가라는 설명에 대해선 설경구는 "이 역할의 전략이라는 게 가해자 부모들이 자기 자식을 위해 은폐하려고 하는 그런 치밀함이 있다는 것"이라며 "가해자 부모들로 영화 시선이 만들어져서 추악한 민낯이 보이지만 모든 부모님들이 다 이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저는 촬영을 하면서 저의 아이의 말을 끝까지 믿어보는 그런 역할에 충실하려고 했다"라며 "그런 믿음 없이 얘가 가해자라고 생각한 상태에서 짜는 것보다는, 정말 우리 아이는 아니고, 믿어야 할 것 같은 그런 마음으로 촬영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원작 연극을 봤다는 천우희는 "작품을 선택하기 전에 낭독 공연도 봤다"라며 "그런데 그 낭독 공연이 저한테 너무 흥미로워서 연극도 보게 된 것이다. 이후 이걸 영화화한다고 해서 영화로 어떻게 표현이 될까 궁금했고, 한편으로 두렵기도 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맡은 기간제 교사 역에 대해 "피해자 친구를 좀 더 도와주고 조력하려는 인물이다. 그런데 제가 사회초년생이다. 극중 나이가 23세 정도인데 경험치도 없고, 윤리적인 인물이지만 정의감에 불타는 인물은 아니다"라며 "어떻게든 이 진실에 다가가려고 하지만 조금은 어설프고 유약한 사람이다. 그래도 도와주려고 한다"고 했다.

고창석도 "시나리오 보면서 분노를 느꼈다"고 했다. 그는 "저는 또 한 아이의 부모이기도 한데, 나였으면 다른 선택을 했을지 자신이 없어지더라"며 "그래서 영화를 찍으면서 다시 한번 확인해보고 싶었다. 정말 내가, 우리가 얘기하는 정의로운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혼란스럽지만 뜻깊게 작업했다"고 작품에 참여한 계기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죄책감이 있었다"라며 "보통 악역을 한다고 해서 죄책감이 들지 않은데 이 영화는 연기를 하면서 죄책감이 들었다"고 되돌아봤다.

문소리는 피해자의 어머니로 분했다. 김 감독은 문소리에 대해 "건우 어머니 역할 하신 문소리 배우는 아픔을 가장 영화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마냥 슬퍼하거나 분노를 느끼는 게 아니라 관객들에게 질문할 수 있는 느낌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간 맡았던 역할이 질문할 수 있는 메타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점들이 역할을 제안하고, 나머지 배우분들도 문소리 배우를 응원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설경구는 영화 속 대사를 직접 쓰기도 했다. 그는 "저는 변호사이지만 재판 변호사도 아니다, 그런데 아들을 변호해야 하는 입장이었다"라며 "그래서 내가 촬영하면서 느꼈던 걸 써보자고 해서 짧은 글로 어찌 됐든, 재판장을 설득해야 한다는 강렬한 욕구, 아이를 살려야 한다는 욕구로 쓰게 됐고, 감독님께 한 번 써보고 싶다고 했고, 일부러 안 알려주고 현장에서 그 느낌을 보고 싶어서 현장에서 보여줬다"고 했다. 이에 김 감독은 "리허설 첫 느낌이 너무 좋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7년 8월 크랭크업한 작품이나 여러 이슈들로 인해 개봉이 미뤄졌으며, 무려 5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고창석은 "5년동안 이 영화 자체가 빛을 못 보고 사라질까 봐 상당히 가슴 졸이며 기다렸는데 죽은 줄 알았던 게 살아 돌아와서 기쁘다"라며 "그리고 이 이야기 자체가 외면 받으면 안 되고, 많은 관객들을 만나야 할, 만나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감격스럽다"고 전하기도.

끝으로 설경구는 "굉장히 애를 써서 만든 영화다. 꼭 봐주시고, 같이 공감하고 아파해 주시고 분노해주셨으면 좋겠다"라며 "그리고 우리 영화에 나오는 피해자의 마음과 얼굴을 마음에 담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내비쳤다.

천우희 역시 "오랫동안 기다린 영화다. 정말 한마음으로, 진심으로 촬영한 작품이다"라며 "영화가 학교폭력에 관한 거라 불편할 수 있지만 화두를 던져야만 하는 작품이라 생각하고 이야기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영화는 오는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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