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리웠니" 김태리가 띄운 '카세트 테이프'…중고시장서 인기몰이

넷플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인기에 굿즈 중고거래 활발

KT '블루투스 카세트 플레이어' 출시…"팬데믹 속 위로감"

 

#20대 대학생 김모씨는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와 티빙에서 tvN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보고 중고 카세트 테이프와 소니 워크맨을 샀다. 주인공 백이진(남주혁)이 테이프에 남긴 음성을 연인 나희도(김태리)가 듣는 것을 보고 궁금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MP3 플레이어와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카세트 테이프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스마트폰처럼 고음질도 아니지만, 1990년대 배경의 유명 OTT 콘텐츠에 등장하면서 MZ세대의 '레트로 감성'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비대면 문화에 대한 피로감으로, 옛날 굿즈가 역주행한다는 분석도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티빙·왓챠 콘텐츠 인기에 힘입어 카세트 테이프와 카세트 플레이어를 구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고거래 온라인 커뮤니티 '번개장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서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나온 카세트 테이프를 구하는 글이 잇따라 보이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해외 직구로 드라마 속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를 구매하고 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의 LP판 열풍처럼 과거에도 콘텐츠가 음향기기의 인기에 영향을 준 적이 있었지만, OTT 드라마가 열풍을 이끈 경우는 별로 없었다.  

90년대 OTT 콘텐츠 인기에 덩달아 열풍…커뮤니티 회원 2만명 돌파 

사실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앞서 국내 테이프 열풍을 먼저 이끈 것은 왓챠·넷플릭스에 공개된 대만 드라마 '상견니'다. 주인공들이 1996년에 발매된 가수 우바이의 '라스트 댄스' 테이프를 소니 워크맨 'WM-2'로 들으며 90년대와 2019년을 오가는 모습이 매회 나오자 관련 굿즈가 유명해졌다. 

카세트 테이프의 인기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카세트 테이프 매니아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 '카세트테이프를 듣는 사람들' 누적 회원수는 1년새 6000여 명 증가해 2만2000명에 달한다. 회원들은 여기서 Δ테이프·기기 나눔 Δ기기 수리 정보 공유 Δ테이프 판매점 정보 공유를하고 있다.

사실 IT업계는 지난해부터 카세트 테이프 열풍을 읽고, 발빠르게 움직여왔다. 레트로 굿즈를 선보여 오래된 이미지를 벗고 장기 고객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대표적으로 KT는 지난해 3월부터 카세트 플레이어 굿즈세트인 '카세트'(KASSETTE)를 판매하고 있다. 블루투스 기능이 들어간 카세트 플레이어와 지니뮤직과 협업한 카세트 테이프로 구성됐다. Δ엑소 '백현' ΔNCT도영 Δ다비치 강민경 등 인기 가수들이 리메이크한 90년대노래가 담겼다. 

KT 관계자는 "사전예약 판매 시작 후 18일 만에 5400대가 조기 완판 됐다"며 "해외를 포함한 여러 고객들의 추가 문의가 있어 다시 판매를 시작했고, 지금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니콘이미징코리아는 니콘 대표 필름카메라인 'FM2'를 재해석한 미러리스 카메라 'Z fc' 출시를 맞아 카세트 테이프 증정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가수 윌콕스와의 컬래버레이션 영상에 댓글을 남긴 100명에게 음원 카세트 테이프를 증정할 계획이다. 

니콘 관계자는 "(젊은 고객들이) 카세트 테이프를 요즘 많이 쓰기도 하고, 카메라의 레트로 감성에 맞춰 증정품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팬데믹 속 英테이프 판매량 2배로…"비대면 문화에 지쳐 과거 회상"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카세트 테이프 열풍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실제로 호주 매체인 '더 컨버세이션'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 영국 카세트 테이프 판매량은 156542대로, 전년대비 94.7% 성장했다. 2003년 이후 역대급 기록이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카세트 시장이 역성장한 배경에는 비대면 문화에 따른 우울감이 자리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언 테일러 버밍엄시티대학교 교수는 같은 매체에서 "팬데믹 기간 동안 일상생활에 디지털 문화가 확산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소외감을 느꼈다"며 "코로나19가 없는 과거의 향수에 대한 열망이 오디오 카세트의 부활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코로나19가 카세트 테이프 열풍 자체를 일으켰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복고(상품)이 인기 있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현재가 어려워서다"라고 말했다. 이어 "'스물다섯 스물하나' 속 IMF 세대들처럼 N포 세대들의 괴로움이 코로나와 함께 쌓이고 있다"며 "코로나 이전 과거를 돌아보는 모습이 (테이프 같은) 소비로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연예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