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재 전세계에서는 한국을 많은 이들이 좋아하고 원하는 모델이 돼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유명한 배우들과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큰 기회가 있단 얘길 들었을 때 당연히 하겠다고 예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드니 데르쿠르 감독)

배우 유연석이 프랑스의 드니 데르쿠르 감독, 할리우드 배우 올가 쿠릴렌코와 호흡을 맞춘 글로벌 프로젝트이자 범죄 스릴러 영화 '배니싱: 미제사건'이 마침내 국내 관객들을 찾아온다. 

8일 온라인을 통해 영화 '배니싱: 미제사건'(감독 드니 데르쿠르/이하 '배니싱')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유연석, 올가 쿠릴렌코, 예지원, 최무성, 박소이 등 배우들과 드니 데르쿠르 감독 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배니싱'은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은 신원 미상의 변사체가 발견되고, 사건을 담당하게 된 형사 진호(유연석 분)와 국제 법의학자 알리스(올가 쿠릴렌코 분)의 공조 수사로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범죄 스릴러다. 연출은 칸 국제 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에 두 차례 노미네이트 됐던 드니 데르쿠르 감독이 맡았다.

이날 드니 데르쿠르 감독은 화상을 통해 인사했다. 그는 "드니 데르쿠르 영화감독입니다"라고 한국어로 인사를 전한 뒤 "저는 범죄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또 그는 "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 한국의 영화로 각색, 각본을 만들어가는 부분에서 이런 부분을 염두에 뒀다"며 "프랑스 감독으로 한국 영화를 연출한 것은 영광"이라고 털어놨다. 

드니 데르쿠르 감독은 "주안점을 둔 것은 문화적 측면에서 한국이 아닌 사람으로서 두 가지의 문화를 섞어 나가면서 범죄 영화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또 그는 "다른 작품을 참고를 한다는 게 어떤 면에서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다"며 "참고하는 과정에서 자칫 잘못하면 클리셰가 될 수 있어 주의를 기울였다. 각본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추격자'와 '살인의 추억'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유연석은 극 중 전대미문 사건의 진실을 쫓는 엘리트 형사 진호를 연기했다. 그는 극 중 역할을 위해 3개 국어를 소화한 소감에 대해 "저도 극 중에서 영어, 한국어, 불어를 했다, 자연스럽게 3개 국어를 쓰게 됐다"며 "원래는 대본에 불어가 많지 않았는데 신을 만들어나가면서 애드리브처럼 불어를 넣었더니 촬영장 올 때마다 불어 대사가 만들어져 있더라"며 "뒤로 갈수록 불어 대사가 많았다"고 회상해 웃음을 안겼다. 

이에 예지원은 "유연석씨가 맡은 역할이 영어를 거칠게 하고 발음 엉망이고 영어를 못하는 캐릭터였는데 연석씨가 영어를 너무 잘해서 영어를 잘하는 캐릭터로 바뀌었다"며 "원래 잘생긴 캐릭터도 아니었다"고도 전해 웃음을 더했다.

예지원은 동시통역사 미숙으로 출연했다. 그는 불어 통역사로 출연한 소감에 대해 "영화 속 불어는 수월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내 불어 실력에 대해) 얼마큼 자만하고 있었는지 깨달으며 반성하는 시간이었다"며 "취미로 시작했지만 작품에서는 샹송 가수로 나오기도 했는데 주변에서 잘한다 해서 (내가 불어를) 잘하는 줄 알았었다, 통역사를 맡고 뛸 듯이 기뻤고 며칠은 축제였지만 시나리오를 공부하며 바로 걱정에 휩싸였다"고 회상했다. 

또 예지원은 "발음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대사를 다 외웠지만 꺼림직하더라"며 "할 수 없이 본의 아니게 상대방 대사까지 다 외웠어야 했다, 그러다 지문까지 다 외우게 됐다, 이 과정은 평생 못 잊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예지원은 "덕분에 제 잘못을 깨닫고 수준을 알게 됐지만 그래도 이 작업이 끝난 후에는 꽤 수준이 높아지지 않았을까 한다"며 "다행인 것은 미숙이 한 번도 프랑스를 안 가본 여자라 (불어 실력이) 조금은 용서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올가 쿠릴렌코와의 호흡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007 퀀텀 오브 솔러스'의 본드걸 카밀로 얼굴을 알린 올가 쿠릴렌코는 미제사건의 결정적 단서를 발견하는 국제 법의학자 알리스로 등장한다. 

유연석은 먼저 "올가와 같이 작업을 한다고 해서 너무 설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가 영화를 제작하기로 했을 당시에는 코로나19가 없었을 때였다"며 "막상 촬영하려 했던 시기에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과연 우리가 찍을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됐다"고 털어놨다. 

유연석은 "올가와 못 만나지 않을까 했었고 그때 격리는 2주간 했어야 했는데 격리까지 다 이겨내 가며 한국에 와서 저희와 촬영을 해서 너무 고마웠다"며 "그때 당시 본인이 코로나19를 이겨내고 한국에 와서 촬영했던 모습 자체가 멋졌다"고 덧붙였다. 

또 유연석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배우의 면모가 어떤 건지 촬영하면서 옆에서 봤다"며 "소통하는 모습, 연기하는 모습 보면서 이런 모습 때문에 글로벌하게 사랑을 받는 배우구나 느꼈다"면서 "주 사용 언어는 다르지만 함께 신 안에서 소통하고 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나 새로웠다, 굉장히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극 중 호기심 많은 진호의 조카 윤아로 활약한 박소이도 올가 쿠릴렌코와 호흡한 소감에 대해 "맨 처음에는 만나보고 싶긴 했는데 외국인이셔서 떨리긴 했었다, 촬영하고 너무 좋았다"고 털어놨다. 

통역사로 활약했던 예지원도 그와의 호흡에 대해 "깜짝 놀랐다, 올가가 무려 4개 국어를 한다, 아주 재주가 많다"고 전했다. 또 예지원은 "한국에 오자마자 2주 격리를 견뎌야 했고 타국 음식도 먹어야 했다"며 "끝나자마자 촬영장에 바로 투입돼서 사실 많이 걱정했다, '저렇게 세계적인 배우가 이 스케줄과 환경을 어떻게 견디고 호흡을 맞출까' 했는데 놀랍게도 잘 견뎌줬고 한국음식을 좋아하더라"고 전했다. 

예지원은 "올가가 비빔밥, 샌드위치를 아주 좋아하더라"며 "남대문에서 촬영한 날이 있었는데 누가 만두를 사다줬는데 너무 좋아하더라, 잘 먹는데 살이 안 찌더라, 김도 좋아하더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유연석씨가 김을 아주 많이 사줬다"며 "저는 올가를 어떻게 기쁠까 고민했는데 연석씨가 잘해줘서 할 일이 없었다"고 말하는가 하면 유연석에게 "왜 그렇게 잘 해줬나, 제 생각엔 연석씨가 올가를 여자로 좋아한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예지원은 "올가가 너무 예쁘다"고 칭찬했고, 유연석도 "정말 매력적"이라며 "저도 너무 고마웠다, 사실 음식이 입맛에 맞기 어려울 수 있고 매일 한국 식단만 먹다보면 힘들 수 있는데 김을 잘 먹더라"고 밝혔다. 

그러자 예지원은 "여자로 좋아했어요 안 했어요?"라고 또 한 번 농담을 던졌다. 또 예지원은 "촬영 끝날 때는 정이 들어서 많이 울었다"며 "개봉할 때 보자, 관광시켜주겠다 약속했는데"라며 아쉬워 했다.

최무성은 사건의 핵심 인물 전달책으로 열연했다. 그는 드니 데르쿠르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 밝혔다. 최무성은 "만나본 감독님 중 가장 젠틀했다"며 "굉장히 섬세하고 부드러운 심성을 갖고 계시고 배우를 정말 편하게 해주는 느낌이어서 그런 인품을 가지신 분이라 연기할 때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드니 데르쿠르 감독도 국내 배우들과의 호흡에 대해 "한국 최고 배우들과 일을 했기 때문에 이분들에게 정말 감동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분들은 준비를 철저히 해왔고, 그래서 저 역시도 그만큼 배우들에게 많은 자유를 줬다"며 "배우들이 자유롭게 연기하면서 새로운 걸 시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재밌게 유머를 갖고 촬영을 했다, 농담도 하면서 즐거운 분위기에서 촬영해 최고의 분위기에서 촬영할 수 있었고 모두에게 편안한 작업이 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드니 데르쿠르 감독은 언어와 문화는 다르지만 '영화'라는 하나의 목표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말하는 언어는 다르지만 공동의 언어를 갖고 있다"며 "그건 바로 '영화'라는 언어인데 모두의 공통의 언어가 있어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제가 음악을 전공해 음악가로도 활동하고 있어서 얼굴 표정 리듬을 통해 많은 감정을 표현한다"며 "그 덕에 서로 모두가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최무성 또한 "이번에는 언어와 문화가 다른 감독님과 일한 경험이 컸다"며 "제가 연극 쪽으로 연출을 하고 있는데 저렇게 배우를 대하는 작업이 좋다는 걸 이제 알아서 한수 배운 것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작품적으로는 다른 톤의 연기를 할 수 있었다"며 "거기서 자유를 많이 주셨다, '이런 캐릭터'라고 설명 안 해도 되게끔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유연석은 드니 데르쿠르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 "매번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현장에 오신다"고 말했다. 또 그는 "배우들이 내는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주시고 리액션도 크게 보여주셔서 배우가 흥에 겨워서 더 연기를 할 수 있게끔 기회를 주셨다"며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 인상이 깊다"고 애정을 보였다. 

드니 데르쿠르 감독은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이 프로젝트는 제가 먼저 선택했다기 보다 제안을 받았다"며 "이런 프로젝트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 있을 때 두번 생각하지 않고 하겠다 했다, 이건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또 그는 "지금 현재 전세계에서는 한국을 많은 이들이 좋아하고 원하는 모델이 돼가고 있다"며 "이렇게 유명한 배우들과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큰 기회가 있단 얘길 들었을 때 당연히 하겠다고 예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끝으로 유연석은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 게임'에 이어 한국 콘텐츠가 많은 사랑 받고 있다"며 "한국서 촬영한 작품이 글로벌하게 사랑받고 있는데 해외 스태프들이 한국 배경으로 촬영한 이 작품도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한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최무성도 "새로운 색감의 범죄 스릴러 영화가 탄생했다 생각한다,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배니싱'은 오는 30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