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박찬욱 감독은 "2011년인가 아이폰4를 가지고 파란만장이라는 단편 영화를 만든 적이 있다, 그때 작품이 제가 동생과 함께 '파킹찬스'라는 팀 이름으로 단편 영화를 계속 만들게 된 계기가 된 첫 작품이었다, 그 기억이 너무 좋았어서 단편 영화 만들 기회가 있으면 꼭 해왔고 여러 편 만들었다"며 "이번에도 진보된 테크놀로지가 탑재된 기계로 새로운 단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개된 영화는 박찬욱 감독 특유의 강렬한 미쟝센과 귀신과 장의사라는 독특한 소재, 판소리 음악과 춤이 어우러진 한 편의 마당극 같은 작품이었다. 박 감독은 "실험적이라고 할까? 이런 새로운 시도를 장편에서 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큰 돈이 들어가고 부담이 크니까 단편 하는 이유도 장편 상업 영화를 할 때 시도할 수 없는 것들을 마음껏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작은 휴대폰으로 영화를 찍을 때 먼저 떠오른 것은 자유롭다 하는 그런 것이다, 자연스럽게 장르 영화가 아니라 마음대로 이리갔다 저리갔다 하는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면서 결국 스토리를 풀다 보니 이런 꼭 마당극 같은 그런 류의 이야기가 나왔다, 소리꾼이 나와서 판소리도 하고, 마음껏 노는 잔치판 같은 영화를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영화의 엔딩 신에는 단체 군무가 등장한다. 박 감독은 이 영화의 안무를 댄서 모니카가 맡았다고 말해 놀라움을 줬다. 박 감독은 우연히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를 보고 나서 애청자가 됐고, 그 중에서도 모니카의 팬이었다면서 "('스우파'를) 나 혼자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한 두 주쯤 지나니까 모두 그 이야기를 하더라, 사람들이 '당신은 잘 모르겠지만 이런 게 있다'고 말하길래, '하 참' 이런 생각을 했다, '그걸 이제 발견했나?' 했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김옥빈은 영화 '박쥐'로 박찬욱 감독과 함께 한 바 있지만, 유해진과 박정민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 처음으로 출연했다. 

유해진은 "진짜 모든 배우들이 (박찬욱)감독님 하고 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불러주셨다"면서 "내 꿈 중에 하나였다, 언제쯤 감독님과 해볼 수 있을까, 그냥 나는 계속 보기만 하는 입장인가 이런 생각을 하다가 단편이지만 감독님이 불러 주셔서 (좋았다)"고 말했다. 

박정민 역시 "나도 처음에 연락을 받고 '띠용' 했다, 심장이 갑자기 뛰면서 '왜 나한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감독님을 만나 뵀는데 정말 나에게는 꿈 같은 일이었다"며 "현장도 그렇고 캐스팅 된 순간도 그렇고 너무 좋아서 열심히 해보려고 노력했다"고 캐스팅 제안을 받고 벅찼던 기분에 대해 밝혔다. 

'박쥐'로 함께 했던 박찬욱 감독과 김옥빈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친구로서 잘 지내왔다고 했다. 박찬욱 감독은 20대의 김옥빈과 지금의 김옥빈의 달라진 점을 묻는 질문에 "미모와 연기력은 변하지 않았다, 변하지 않은 것은 그 두 가지다, 그런데 변한 것은 이런 자리에 나와서 이야기 할 때 이제 잘 한다 아주, 넉살도 좋아졌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김옥빈은 "그전 촬영에서는 감독님이 젊으셨다, 현장에서 에너지가 넘치면서 노련하면서 묘한 느낌의 에너지 파장이 느껴지는 감독님이었는데 오랜만에 만나니까 이제는 바라볼 수 없는 거장의 느낌을 풍기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뭔가 많은 경험을 쌓고 나서 뒤에 오라가 커진 감독님이더라, 굉장히 다른 느낌의 감독님을 만나는 기분이 들었다"며 "그리고 흰머리도 많이 늘어나셨다, 감독님께 늘 그런다, '저는 주름살 많이 늘어왔는데 감독님도 흰머리가 많이 느셨네요' 하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박찬욱 감독은 배우들의 캐스팅 이유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밝혔다. 그는 유해진에 대해서 "'공공의 적' 때 처음 발견했다, 그 때부터 저 사람은 좀 비범하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며 "'타짜'는 말할 것도 없이 계속 관심 있게 봤다"며 "그런데 함께 일 할 기회를 찾기 어려웠다, 그동안 내가 만든 영화에 배역과 딱 맞다는 생각이 든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나 하다가 단편 영화는 아예 그냥 (유)해진씨에게 맞는 인물을 생각해서 쓰면 가능할 것 같더라"고 밝혔다.

이어 "('일장춘몽'의 시나리오는)유해진이라는 인물을 놓고 쓰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박정민에 대해서도 박 감독은 오래 지켜봐왔다고 말했다. 그는 "박정민씨의 어떤 영화를 좋아하냐면 '시동'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시동'을 좋아한다고 하면 의아해 하더라, 나는 그런 영화를 좋아한다, 그리고 '변산'도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늘 눈여겨 보고 있었다, 저 사람하고는 언젠가 일을 하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며 "그래서 언젠가 하게 될거면 단편영화로 친해놓고 하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다"고 박정민을 캐스팅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옥빈과 박정민은 동갑내기 친구다. 하지만 초반 박정민이 낯을 가려 친해지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고. 김옥빈은 "정민씨는 제가 너무 팬이어서 이번 작품에서 만나서 연기하는 걸 기대하고 있었다, 정민씨가 연기하는 걸 힐끔힐끔 보면서 연기 스타일을 배우고 싶었고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은 분이라 친해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민씨가 낯을 많이 가려서 조금 말하기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너무 편안한 친구처럼 친밀도가 쌓인 것 같다"며 "정민씨와 일하면서 호흡이 100점 만점 중에 99점이라고 할 정도로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박정민의 경우 "친구지만 워낙 나보다 훨씬 경력이 많은 선배님이라 다가가기 어려운 것도 있었다, 액션 스쿨에서 연습하면서 만났는데 나는 옆에서 너무 못하는데 옆에서 너무 잘하고 있으니까, 자격지심 같은 것도 들고 어떻게 다가가야 하지 하는 고민을 하던 차에 옥빈씨가 너무 선뜻 손을 내밀어 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이후로 편하게 연습도 재밌게 할 수 있었다, 그런 것들이 현장으로 와서 도움이 많이 됐다, 서로 믿을 수 있게 됐던 것 같고, 옥빈씨의 덕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창춘몽'은 이날 오전 11시 애플 유튜브 공식 채널을 통해 전세계에서 동시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