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 "'해적2'로 첫 사극+악역 도전…확장성 보여줄 기회"

 배우 권상우에게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감독 김정훈/이하 '해적2')은 도전이었다. 판타지 사극에서 생애 첫 악역을 맡아 새로운 도전에 성공했다. 그가 출연한 '해적2'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왕실 보물의 주인이 되기 위해 바다로 모인 해적들의 스펙터클한 모험을 그린 영화다. 지난 2014년 여름 866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8년만의 속편으로, 드라마 '추노'와 영화 '7급 공무원'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천성을 작가가 각본을 집필했고, '쩨쩨한 로맨스' '탐정: 더 비기닝'의 김정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권상우는 극 중 왕실의 사라진 보물을 노리는 역적 부흥수 역으로 등장한다. 부흥수는 신출귀몰한 무술 실력과 목표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맹렬한 기세를 지닌 인물로, 더 높은 권세를 얻기 위해 인생의 승부수를 띄우며 보물을 찾아나서게 된다. 그러다 결정적 장소에서 무치(강하늘 분)와 해랑(한효주 분)이 이끄는 해적들과 마주하게 되고, 자신의 여정을 방해하는 이들의 등장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드러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캐릭터로 활약했다. 

권상우는 '해적2'로 생애 첫 악역 캐릭터로 강렬한 변신에 나섰다. 야망과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악행도 서슴지 않는 역할로, 최근 대표작인 '탐정: 더 비기닝'(2015) '탐정: 리턴즈'(2019) '히트맨'(2020) 보여줬던 유쾌한 모습을 지우고 새로운 얼굴을 꺼냈다. 무엇보다 그간 다수 작품에서 액션 베테랑의 모습도 보여줬던 만큼, '해적2'에서 가장 인상 깊은 액션신도 남기기도 했다. '해적2'를 통해 또 한 번 배우로서 저력을 보여준 권상우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설 연휴 극장가에 개봉하게 됐는데.

▶모두가 코로나19로 답답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곧 끝일 것 같지만 조심스럽다. 다행스럽게도 외화이긴 하지만 '스파이더맨'이 잘 돼서 좋은 소식인 것 같다. 가족들이 모였을 때 부담없이 보러가기 좋은 장르의 영화라 생각해서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코로나19를 더 조심해야겠지만 극장에 오는 걸 주저하지 않고 밀려있는 영화들이 많이 나와서 한국 영화 시장이 잘 순환되길 바란다. 

-첫 사극에 악역까지 했는데 가장 재밌었던 점은 뭐였고, 가장 낯설었던 점은 뭔가.

▶사극을 언젠가 하게 될 거라 생각했는데 과연 어떤 작품일까 궁금했다. 김정훈 감독이 연출한다는 얘길 듣고 전작을 같이 했기 때문에 좀 더 신뢰할 수 있었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 재밌었던 건 촬영장에 갔을 때 분장하고 가발 쓰는 등 준비하는 과정이 재밌었다. 제 모습이 바뀌는 과정이 재밌더라. 분장해주신 선생님께서도 '지금까지 분장하는 과정에서 얌전하게 잘 자면서 투정 안 부리는 배우였다'고 하더라. (웃음) 낯설었던 점은 제가 선호하는, 찍어왔던 작품과는 다른 톤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대사, 움직임에서 낯설었다. 다른 배우들과 호흡이 잘 맞을지, 안 맞을지, 튀면 안 되니까 연결에 대해 조심하며 찍었다. 

-김정훈 감독과 '탐정: 더 비기닝' 이후 두 번째 호흡을 맞춘 소감은 어떤가. 앞서 시사회에서 감독을 향한 무한신뢰가 있었다고 했는데 신뢰가 쌓인 계기 또한 궁금하다.

▶'탐정: 더 비기닝'은 제게 제2의 도약을 하게 해준 작품이었다. 그 당시에 제가 생각하는 저의 입장은 배우로서 벼랑 끝에 몰린 기분이었다. 그런 부분을 돌파시켜준 작품을 만났던 거다. '쩨쩨한 로맨스' '탐정' 같은 영화가 처음엔 주목받은 작품은 아니었지만 연출의 힘으로 극복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신뢰가 갔고, 더 좋은 영향을 보여주시는 것 같아서 감독님을 더 존경하게 되고 인정하게 된 것 같다. 

-김정훈 감독이 처음 시나리오를 주며 한 말이 따로 있었나. 

▶서로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맞춰가는 스타일인데 감독님도 쑥스러움이 있는 성격이다. 그런 관계가 좋은 것 같다. 그래서 더 무한 신뢰하는 부분이 있다. 눈빛만 봐도 피곤하다는 것도 아는 게 있다. 저한테 신경 써준 게 느껴져서 감사할 따름이다. 

-이번 작품 통해서 처음으로 악역을 맡았는데, 자신이 악역으로 등장하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 봤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었나. 그리고 악역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있어 중점을 뒀던 부분은 무엇인지. 

▶부흥수라는 역할을 하면서 메리트라고 생각했던 건 다른 캐릭터들은 다 유쾌하고 즐거운 캐릭터인데 유일하게 그들을 쫓는 악역이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잘 보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접근했다. 권상우라는 배우도 총각일 때는 액션도 많이 하고 멋진 역할을 많이 했었다. (웃음) '히트맨' '탐정'이라는 작품이 좋아하는 장르이긴 하지만 웃음, 감동이 있는 작품만 했는데 '나도 다른 걸 할 수 있구나' 하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저한테는 배우의 확장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나 한다. 항상 작품을 할 때마다 중점 둔 게 뭐냐고 하시는데 그런 고민보다는 그래도 주인공들을 힘으로 제압할 수 있는 포스 그런 걸 보여주기 위해서 멋있게 나오려고 노력했다.

-부흥수는 왕실의 사라진 보물을 노리는 역적이다. 더 큰 권력을 위해 보물을 찾아 나서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과 대립하고 또 죽이는 데 주저하지 않는데 부흥수가 이토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탐하게 된 계기를 어떻게 정리하고 캐릭터를 잡아나갔나. 

▶강한 남자의 어떤 욕심의 끝은 권력욕이라 생각한다. 그걸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대사가 '탐라의 왕이 되겠다, 이를 위해 재물이 필요하다'이다. 영화에서 모든 악역이 갖고 있는 탐욕의 끝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부하까지 해하면서 목표를 쟁취하는 이기적인 역할이라고 봤다. 그렇다고 '아주 나쁜 놈이다'라고 생각하며 접근하지 않았다. 악역이라도 배우는 애정을 갖고 자기 입장에서 연기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고, 그들을 쫓는 하이에나 같은 캐릭터로 생각하고 연기했다.

-한국영화계에서 40대 중반은 이제 악역이 더 잘 들어오고 더 어울리는 나이대의 시작이라고 느낄 듯하다. 

▶당연히 나이가 들었다. 노화라는 건 누구에게나 다 오는데 어떻게든 늦게 오도록 신체적 움직임을 둔해지지 않도록 하냐가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로 액션도 계속하고 싶기 때문에 준비를 많이 하고 있고,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항상 작품을 할 때 흥행이 될까, 안 될까 고민하지 않았다. 좋은 책이 있으면 용감하게 잘 덤볐던 것 같다. 여러 배우가 나오는 작품에서 연기할 수 있는 재밌는 역할이 있으면 하고 싶다. 그런데 제작진 분들은 아직 그렇게 생각지 않으신 것 같다. (웃음) 이번 작품을 하게 된 것도 충분히 열려있다는 마음으로 접근한 거다. 내 어떤 캐릭터에 대해 자신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작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거라면 마다하지 않을 거다. 

-시나리오를 읽고 난 후 이 영화의 매력은 무엇이고, 또 어떤 점에서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지. 

▶시나리오를 읽을 때 그림 그려지지 않는 책을 선호하지 않는다. '해적2'도 한번에 그려지지 않았지만 분명히 이 작품은 잘 만들면 어릴 때 재밌게 봤던 그런 영화의 느낌이 있을 것 같더라. 이 장르를 좋아하는 친구들도 많고, 생각했던 것보다 즐겁게 본 분들도 많은 것 같다. 젊은 친구들에게 조금 더 신선하고 좋은 영화인 것 같다.

-완성된 영화를 보고 시나리오를 읽으며 상상했던 것보다 더 잘 구현된 장면이 있었다면.

▶바다 장면에서 CG 기술이 많이 발전했구나 했다. 더울 때, 추울 때 촬영했는데 감쪽 같이 나와서 할리우드 영화에 뒤지지 않겠구나 했다.

-'탐정'을 찍을 당시 배우로서의 고민의 시기를 지나 이제는 오히려 새로운 변신, 도전의 기회가 더 많아진 느낌이다. 과거와 다르게 요즘 연기하면서 새롭게 느끼는 연기의 매력이나 설렘 같은 게 있을 것 같다. 한국 콘텐츠가 워낙 이제 세계적으로 사랑 받고 있기도 하니까.

▶놀라운 일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지금 제가 생각하는 연기에 대한 고민과 그런 것들은 대한민국 안에서 잘 해가는 게 제일 큰 목표다. 더 바랄 것도 없다. 이미 과분하게 해외 팬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금은 작품 들어가는 현장에서 카메라 앞에 앉아서 연기할 때가 제일 즐겁다. '취미가 뭐냐'고 물으시는데 저는 그런 것보다 현장에 있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그게 가장 제일 큰 즐거움 같다. 나이를 먹어갈 수록 더 느끼는 것 같다. 지금까지도 계속 작품을 해오고 있는 것 자체가 지금 생각하면 참 고마운 일이구나 생각한다. 제가 나오는 작품이 당연히 잘돼서 해외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으면 좋겠지만, 그보다 이 작품이 한국말로 연기하는 거니까 재밌는 대사든, 슬픈 대사든 제일 먼저 봐주시는 (한국) 분들한테 많은 사랑을 받는 게 제일 행복한 것 같다.

-이 작품이 판타지 사극이긴 하지만, 처음 사극에 도전했느데 사극의 매력을 느꼈나.

▶재밌게 했다. 어떤 이야기가 나한테 재밌게 와닿았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로 사극을 주저하는 건 없을 것 같더라.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구나 생각도 많이 했다. 좋은 작품도 있다면 출연할 계획도 있다. (내 사극 출연을) 안 좋게 보시는 분들은 부족하다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다. 사극 연기는 발성도 좋고 좋은 대사톤을 가진 배우들이 많아서 저만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는 따로 있을 거다. 그건 장르에 따라 다를 거라 생각한다. 시대극이라 하지만 저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 있다면 도전할 의향이 있다. 저도 대사톤에서 '권상우 저런 모습도 보여줄 수 있구나' 해주셔서 좋은 캐릭터에 따라 내는 목소리가 다를 수 있으니까 그거에 대해서는 작품을 만나면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오랜 시간 연기를 해왔지만, 악역도 사극도 이번 작품이 처음인데. 이처럼 배우로서 해보고 싶은 장르나 역할이 많겠지만, 이것만큼은 배우 생활을 하면서 꼭 해보고 싶다는 장르와 역할이 있다면 어떤 종류일지.

▶제 필모그래피에 멋진 액션 영화 한편 더 찍어보고 싶다. 감동적이고 재밌는 코미디 영화도 찍어보고 싶다. 이 나이에 맞는 느낌 있는 멜로도 찍어보는 게 목표다. (웃음)

-2001년 '화산고' 그리고 20년 뒤 '해적2'를 찍었는데 20년전 '화산고'와 비교하면 영화 기술의 변화를 실감하나. 

▶'화산고'는 지금 보면 느려서 못본다. 화면이 정말 스피디해졌고 정말 놀라운 것 같다. 영화 종사자 분들이 배우를 빛나게 해주시고 너무 잘 찍어주셨다. '화산고'는 지금 보라고 하면 못 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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