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송', 질주하는 걸크러시의 쾌감…'원톱 여주'의 진화

기가 막히게 운전을 잘하는 주인공이 어떤 사건에 휘말려 격정적인 카체이싱 추격전을 벌이는 이야기는 영화 '택시' 시리즈나 '베이비 드라이버' 등에서 레퍼런스를 찾을 수 있다. '특송'은 그런 카체이싱 추격전에서 조금 더 나아가 쿨한 여자 주인공과 귀여운 아역을 내세웠고, 이를 통해 나름대로의 새로움과 신선함을 보여준다. 

지난 30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 '특송'(감독 박대민)은 박소담과 송새벽, 김의성 등 개성 있는 배우들의 캐릭터가 돋보이는 속도감 있는 액션 영화였다. 특히 만화 같은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운전 천재' 캐릭터를 실감나게 소화한 박소담의 액션과 진솔한 연기는 '원톱 여자주인공'의 진화를 확인하게 한다. 

영화는 카메라가 우락부락한 남자들 사이에서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잠을 자는 장은하(박소담 분)를 비추며 시작한다. 장은하는 백강산업이라는 폐차처리업체에 소속된 특송 전문 드라이버. 백강산업은 겉으로는 평범한 폐차처리업체지만, 실제로는 위험한 물건들을 특송해주고 의뢰인으로부터 거액의 사례비를 받아 운영되는 곳이다. 어느 날 백사장(김의성 분)에게 위험한 특송 제안이 들어온다. 전직 프로야구 선수 출신의 스포츠 승부 조작 브로커 김두식(연우진 분)과 그의 아들 서원(정현준 분)을 평택항으로 특송해달라는 것. 승부 조작 문제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김두식은 조직을 관리하는 두목 경필(송새벽 분)에게 앙심을 품고 300억원이 담긴 그의 은행 계좌 보안키를 훔쳐 밀항을 계획한다. 장은하는 김두식과 그의 아들을 '특송'하는 일을 거절하지만, 5대 5로 수익을 나눠주겠다며 붙잡는 백사장의 말을 결국 들어주고만다. 

박두식과 서원이 장은하를 만나기로 한 장소는 의정부종합운동장이다. 약속된 장소에서 의뢰인을 기다리고 있는 장은하의 앞에 초등학생 서원이 나타난다. 괴한들에게 쫓기던 서원은 "문을 열어달라"며 간절하게 애원하고, 장은하는 어쩔 수 없이 서원을 차에 싣고 도망간다. 김두식을 죽인 후 보안키를 갖고 있는 김두식의 아들 서원을 쫓는 최악의 빌런(?) 경필은 베테랑 형사이면서 동시에 여러 불법적인 일들을 행해 돈을 버는 암흑 조직의 두목이다. 그는 경찰력을 동원해 장은하와 서원을 찾는다. 갑작스럽게 초등학생을 떠맡게 됐을 뿐 아니라 경필 일당의 추적까지 따돌려야 하는 장은하는 당황스럽지만 냉정하게 일을 처리하려 한다. 컨트롤이 어려운 어린 남자 아이와 잔혹한 악당 사이에서 그는 어떻게 일을 해결할 수 있을까.

'특송'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캐릭터들이다. 주인공 장은하는 '오징어 게임'의 새벽을 떠올리게 하는 새터민 캐릭터다. 쿨한 성격에 탁월한 운전 능력을 보유한 그는 남자들과의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 강단을 지녔다. 경찰인 동시에 범죄조직 보스인 경필은 인간적이고 깔끔한 듯한 외양 이면에 돈을 위해서라면 누군가의 목숨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빼앗을 수 있는 잔혹함을 감추고 있다. 은하와 경필은 자칫 장르 영화의 스테레오 타입으로 빠질 수도 있는 캐릭터들이었지만 박소담과 송새벽처럼 개성 있는 배우들이 연기하면서 복합적이고 매력적이게 묘사됐다. 연우진의 변신도 돋보인다. 목숨을 걸고 모험을 택하는 위태롭고 철없는 인물이지만, 동시에 아들에 대한 서툰 부정을 지닌 캐릭터를 훌륭하게 연기해냈다. 존재만으로 안정감을 주는 김의성 역시 인간적인 매력으로 영화를 아우른다. 

카체이싱이 주가 되는만큼, '특송'은 기대에 걸맞은 액션을 보여준다. 자동차를 신체의 일부처럼 자유자재로 조작하는 테크닉을 보여주는 극중 은하의 모습은 이전 카체이싱 영화 속 주인공들과는 또 다르다. 질주를 하다가 단숨에 빈 구멍에 주차를 완료해(?) 적을 따돌리는 등의 색다른 완급조절이 스피디한 카체이싱을 볼 때와는 또 다른 종류의 카타르시스를 준다. 영화 속 농담은 타율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다만, 서원을 연기한 정현준과 박소담의 '케미스트리'가 무르익어 갈수록 편안하게 웃을 수 있는 장면들이 적지 않게 나온다. 러닝 타임 108분. 내년 1월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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