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원폭 굳이" vs "혹평까진 아냐"…'이터널스' 엇갈린 평가

마블 신작 '이터널스'(감독 클로이 자오)가 많은 궁금증과 기대 속에 국내 관객들과 만났다. 지난 3일 개봉한 '이터널스'는 수천 년에 걸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불멸의 히어로들이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적 '데비안츠'에 맞서기 위해 다시 힘을 합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이터널스'는 기대작답게 개봉 첫날부터 압도적인 스코어를 냈다. 개봉 첫날인 지난 3일 2576개 스크린에서 29만6278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누적관객수는 29만7863명을 기록해 박스오피스 1위(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에 올랐다. 다음날인 지난 4일에는 2562개 스크린에서 17만7974명의 관객과 만나 누적관객수 47만5837명으로 집계돼 박스오피스 1위를 수성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극장가의 침체된 분위기가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음에도 개봉 이틀 만에 누적 50만에 육박, '이터널스'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많은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영화 개봉 전부터 특정 장면에 대한 논란과 영화에 대한 혹평으로 인한 많은 이슈가 있었음에도 마블의 신작이라는 점과 마동석이 국내 배우 최초로 마블 히어로가 됐다는 점에서 기대는 여전했다.

'이터널스'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로는 역사 왜곡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장면이 꼽히고 있다. 극 중 '1945 히로시마'라는 자막과 함께 뛰어난 지성의 소유자이자 위대한 발명가 파스토스가 원자폭탄이 투하된 후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라고 괴로워하는 장면이 나온다는 점에서다. 맥락상 이는 일본에 대한 죄책감이라기보다 자신의 발명품으로 인해 인류가 비극에 몰렸다는 점에서 괴로워한 장면이지만, 굳이 이 장면을 넣었어야 했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에 대한 분명한 연출 의도가 있다면 역사 왜곡 논란을 피할 여지는 있다. 하지만 그 연출 의도가 쉽게 읽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문과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더욱이 마동석이 출연하고 방탄소년단 노래가 삽입되는 등 '마블 민국'을 의식한 요소들이 두루 있지만 일제 강점기 역사가 있는 한국의 관점에서 용납하기 어려운, 마치 일본이 2차 대전 전범국이 아닌 원자폭탄 피해국으로만 비칠 수 있는 장면을 연출했다는 점에서 국내 관객들의 비판이 더욱 거세졌다. 이 장면에 대한 논란 하나로 영화를 보지 않겠다는 반감을 품은 누리꾼들도 적지 않다. 

또한 '이터널스'는 5일(한국시간) 기준 225여명 영화 전문가들이 참여한 로튼 토마토 지수 51%를 기록하는 등 논란 장면 외 영화 자체로도 큰 혹평을 받고 있다. 이는 마블 영화 역대 최저 로튼 토마토 지수인 66%보다도 낮은 지수다. 이에 '이터널스'에 대한 국내 일부 관객들의 기대감도 하락했고, 영화를 본 실제 관람객들도 기존 마블 영화보다 재미가 부족하다는 혹평에 동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터널스'가 이 정도로 혹평 받을 영화는 아니라는 반대 의견도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들은 "이 정도 혹평을 받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역대 마블 영화와 비교해서 이렇게 평이 안 좋을 정도인가 싶었다" "역사 논란이 엮이면서 더 과하게 비판 받는 것 같다" "캐릭터가 많은데도 잘 조화했고 볼만하다 생각한다" "불호 포인트는 모든 영화가 있다"는 등의 의견을 전했다. 

'이터널스'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페이즈4의 새로운 세계관을 여는 작품으로, 여러 인종 및 청각 장애인 히어로 등을 내세우며 다양성과 인류애를 강조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10명의 새로운 히어로들과 방대한 서사, 그리고 유의미한 메시지가 엮였지만 논란으로 인해 영화가 가진 장점도 가려진 케이스다. 많은 것을 담으려다 보니 마블 영화 특유 캐릭터를 부각한 연출도 약해진 점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이터널스'가 최종적으로 어떤 성적을 남길지 이목이 집중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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