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위도우', 11년간 진화해온 영원한 히어로를 위한 경의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1년여의 기다림 끝에 만나게 된다. 어벤저스 일원으로서의 블랙 위도우가 아닌 나타샤 로마노프의 삶은 어땠을까. 레드룸 프로젝트로 인간 병기로 키워진 '블랙 위도우'의 가장 인간적인 순간을 조명하며 영화는 영원한 히어로를 다시금 추억한다.

최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블랙 위도우'는 마블의 영원한 히어로 블랙 위도우인 나타샤 로마노프(스칼렛 요한슨 분)가 자신의 과거와 연결된 레드룸의 숨겨진 음모를 막기 위해 진실을 마주하고, 모든 것을 바꿀 선택을 하게 되는 마블 스튜디오의 2021년 첫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다.

 

영화는 평범한 듯 살고 있던 1995년도 한 가족의 모습을 비춰준 뒤, 이들이 황급히 집을 버리고 미국을 탈출해 쿠바에 상륙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이 가족은 나타샤의 가족으로, 나타샤는 동생 옐레나 벨로바(플로렌스 퓨 분)와 함께 어딘가 붙잡혀 가는 모습이 등장하고, 너바나의 '스멜스 라이크 틴 스피릿'과 함께 나타샤의 과거가 복잡하게 얽힌 오프닝 시퀀스가 그려진다. 21년 뒤, 나타샤는 소코비아 협정으로 인해 도망을 다니게 되고, 그 시간 동생 옐레나는 모로코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 동료와 혈투를 벌인 뒤 해독제로 인해 자신이 뇌지배를 받고 있단 사실을 알게 된다. 해독제를 챙긴 옐레나는 몰래 나타샤의 집에 놔둔다. 모든 신분을 버리고 노르웨이에서 숨어 지내는 나타샤는 친구가 전해준 소포를 받고 길을 가다 암살병기 태스크마스터를 만나 위기에 처한다.


나타샤는 빌런의 목적이 그 소포임을 알고 이를 가까스로 챙긴 뒤, 물건 안에 있던 과거 동생과의 사진을 보고는 자신의 집인 부다페스트로 향한다. 부다페스트에서 재회한 나타샤와 옐레나 자매는 과거와 연결된 레드룸의 음모와 실체를 깨닫고, 레드룸을 찾아내기 위해 가족은 다시 모인다. 자매는 알렉세이/레드 가디언(데이빗 하버 분)이 있는 교도소에 가서 그의 탈옥을 돕고, 마침내 멜리나 보스토코프(레이첼 와이즈 분)까지 만나게 된다.

'블랙 위도우'의 과거 이야기가 담겼지만, 과거 레드룸에서의 일은 전반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영화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사이에 드러나지 않았던 나타샤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동시에 나타샤의 과거를 엮어서 드라마를 풀어 나간다. 특히 '어벤져스' 시리즈마다 언급됐던 '부다페스트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이번 영화에서 등장, 나타샤가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왔던 이유가 드디어 풀린다. 태스크마스터의 정체 또한 나타샤의 정서적인 부분에 큰 역할을 차지한다.

 

나타샤의 삶을 조명하다 보니 영화 전체적으로 무거운 이야기가 지배적이나, 이러한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해 나타샤의 가족이 유머를 담당하며 피식 웃음을 짓게 한다. 나타샤에게 아빠로서 역할을 하는 알렉세이 쇼스타코프(레드 가디언)는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혀 있는 캐릭터로, 그 위세가 꺾였으나 여전히 허세를 떠는 모습으로 짐짓 심각한 상황을 풀어준다. 동시에 레드 가디언으로 활약하던 과거와 달라진 몸으로 무게감 있는 액션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옐레나가 나타샤를 놀리며 티격태격하는 자매 케미도 포인트다.

나타샤, 옐레나뿐만 아니라 여러 블랙 위도우들이 등장하는 만큼 액션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맛을 지녔다. 각종 맨몸 액션과 총칼로 맞서는 이들의 현실감 넘치는 액션이 스크린을 가득 채워 넣으며 압도한다. 특히 '블랙 위도우'의 강력한 빌런인 암살병기 '태스크마스터'는 상대방의 기술을 완벽하게 복제하는 능력으로 긴장감과 속도감을 주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어벤져스 군단에서 인간 슈퍼 히어로로 등장하는 블랙 위도우는 원래 레드룸에서 인간병기로 길러진 캐릭터다. 레드룸의 스파이 시절 행한 행동으로 죄책감에 시달리며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것이 인간 나타샤의 진짜 모습이다. 죄책감과 나약함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그는 스스로 선택하고 성장하면서 더욱 강인해져 가는 모습을 이번 '블랙 위도우'에서 고스란히 표현한다.

이렇게 성장한 나타샤는 레드룸에 반격을 가해 위도우들을 옭아맨 구조를 파괴시키고 해방을 안겨주며 인간의 주체성은 물론 연대성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블랙 위도우의 복잡한 심정을 표정에 옮겨낸 스칼렛 요한슨은 나타샤가 지닌 메시지를 탁월하게 연기해낸다.

마블 어벤져스의 11년, 드디어 등장한 블랙 위도우의 솔로 무비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엔드게임'에서 호크 아이가 소울 스톤을 얻을 수 있도록 자신을 희생한 블랙 위도우가 떠난 뒤 나오게 된 이번 솔로 무비에는 블랙 위도우의 모든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영원한 히어로' 블랙 위도우를 위한 경의를 담았기 때문. 더불어 11년간 진화해온 블랙 위도우의 캐릭터 역시 뜻깊다. 스칼렛 요한슨은 최근 국내 기자간담회에서 "처음에는 남성 캐릭터들에게 리액션만 하는 캐릭터였다"라며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부터 다른 면모를 드러내고, '엔드 게임'에서 나타샤가 완벽하게 형성된 캐릭터로 등장하며 지속적으로 진화했고, 그 부분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엔드 크레디트가 올라간 뒤 쿠키 영상이 등장한다. 나타샤를 이어 마블 히어로즈 군단에 합류할 새로운 위도우 옐레나의 활약을 암시하기도 한다. '블랙 위도우'는 오는 7월7일 오후 5시 전 세계 동시 개봉. 러닝타임 1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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