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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갑과 을 그리고 갑질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갑과 을 그리고 갑질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떤 계약이나 특정 관계속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우위에 있는 쪽을 ‘갑’이라 하고 그 반대 쪽을 ‘을’이라고 칭한다고 볼때, 고용주와 고용인과의 관계, 건물주와 세입자와의 관계, 높은 지위와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과의 관계, 교수와 학생과의 관계 등을 갑과 을의 관계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갑과 을의 관계는 선과 악의 관계도 아니고 정의와 불의와의 관계도 아니고 갑이나 을 어느 한 쪽에 초법적인 특권이 부여된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갑이나 을이나 모두 학교에서는 배우고 직장에서는 일을 하면서 때로는 갑의 위치에서, 때로는 을의 자리를 지켜가면서 선한 사회 질서를 유지해가고 있는 선량한 시민들입니다. 그리고 갑과 을의 위치는 항상 고착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수시로 갑이 을로, 혹은 을이 갑의 자리로 이동되고 있습니다. 

이 세상은 갑만으로 구성된 나라도 없고, 을만으로 조직된 나라도 없습니다. 갑과 을은 어느 사회에나 공존하고 있으며 언제나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유익을 주고 받는 호혜적(互惠的)인 관계를 유지하도록 되어 있는 소중한 사회 질서 유지의 주인공들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소중한 사회 구성원들이 왜 서로 반목하며 물고 먹히는 관계로 변해가고 있는지요. 그것은 계약상 우위에 있다는 갑의 태도 때문이라고 봅니다. 갑과 을에게는 각자에세 주어진 책임이 있고 의무가 있습니다. 그 법과 질서를 따르기만 하면 문제가 없는데 욕망이 앞서기 때문에 월권행위와 비도덕적 언행까지도 자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갑에게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 즉 을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와 배려심이 부족할 때에는 갑이 하는 행위를 ‘갑질’이라는 욕된 소리로 폄훼하게 되는 법입니다. 

큰 기업체 전무의 차를 운전하는 어느 운전 기사의 탄식을 필자가 들은 대로 인용하겠습니다. 

“저는 이 회사에서 여러해 동안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는데 1년 전부터는 지금의 X전무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근래에는 X전무가 저를 대하는 태도 때문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직책이 다를 뿐 우리들은 다 같은 회사 가족인데 그는 언제나 저에게 반말을 합니다. 때로는 사소한 일로 욕설까지 합니다. 그것도 나와 단 둘이 있을 때라면 모르겠는데 제 아내 앞에서도, 심지어 제 자녀들 앞에서도 저에게 ‘야’, ‘너’, ‘임마’ 등 정말 참기 어려운 모욕적인 폭언을 서슴치 않고 퍼붓습니다. 저의 감정은 지금 폭발 직전에 있습니다. 그래서 결심을 했습니다. 한 1년 반쯤 감옥살이를 할 각오를 하고 X전무를 힘껏 때려줘야 속이 시원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들은 외부로부터 받게 될 어떤 위해(危害)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헬멧을 쓰고 장갑을 끼고 방탄복을 입고 예방주사를 맞으면서 우리의 육신은 극진히 방비하면서도 갑질을 함으로써 을로부터 받게 될 원망, 분노, 시기, 질투, 원한, 증오 등 무서운 독화살들이 우리의 인생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습니다. 

성경에는 인간이 울부짖는 억울하고 원통한 모든 한탄들이 하늘에 들려진다는 말씀이 수십번이나 반복됩니다. 갑질로 인하여 폭발하는 을의 한스러운 부르짖음은 땅속으로 잦아드는게 아니라 하늘에 닿아 하나님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갑이 주도하는 갑과 을의 관계를 언제나 사랑의 인격관계로 승화시켜 나가야 하는 이유는 을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갑을 위해서이고 더 나아가서 우리 모두가 함께 이루어갈 공동의 선과 공존 공영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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