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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세월이 빠르다구요?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세월이 빠르다구요?


여러해 전입니다. 어느 사적인 모임에서 어떤 분이 옆사람에게 어떤 운동을 하도록 권했습니다. 그러자 권유를 받은 분은, 그 운동을 하고 싶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어 망설인다고 하자 운동을 권한 분이 한 말입니다. 

“아니, 시간 보내기 위해 하는 건데 시간 많이 걸리는 게 무슨 문제가 됩니까?   

그 말을 듣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운동은 건강을 위해 하는 것이고, 건강은 일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고, 일은 삶의 의미요 목적인데 그처럼 소중하게 이용해야 할 시간을 무가치하게 보내기 위해서 운동을 한다는 말이 이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시간은 오직 생존해 있는 사람에게만 값지게 사용하도록 주어진 것으로, 시간의 가치는 생명을 통하여 발휘되고 생명의 가치는 시간 속에서 결실되는 것이므로 시간은 금보다 귀한 생명과도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귀한 시간을 너무나 무의미하게 소진시키는 때가 많이 있습니다. 

우리 민족에게 있는 단점들 중 하나는 아마 시간 관념의 부족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약 500년전 유럽의 어느 도시에서는 백화점의 시계가 7분 늦은 것 때문에 기차를 놓친 손님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걸어 승소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그렇게 시간을 정확하게 그리고 아끼며 사용하고 있을 때 우리 선조들은 그저 놀면서 시간 보내는 것을 상팔자라며 자랑삼고 있었습니다.    

필리핀에서 사역하는 어느 선교사는 한 주민으로부터 결혼 청첩장을 받았는데, 결혼 날짜는 적혀 있었지만 시간 표시가 없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들의 결혼식은 한 두시간 동안 거행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종일 하객을 맞고 하객들은 그날 아무 때라도 가서 몇시간이든 머물면서 먹고 논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모 기독교 대학 총장 취임식 때였습니다. 취임식을 하기 전에 먼저 예배를 드리는데 거의 1시간이 지났고, 취임식을 시작하자 여러 순서를 한시간 반 동안 진행한 후 축사를 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먼저 장로교 대표, 감리교 대표 등 각 교단 대표들의 축사와 선교사 대표들의 축사가 있은 뒤에는 문교부 장관의 축사에 이어 국립대학 총장 대표의 축사와 마지막으로 사립대학 총장 대표로 Y총장의 축사 차례가 되었습니다. 그가 축사를 하기 위해 단위에 섰을 때는 이미 식이 시작된 지 3시간 반이나 지나 하객들 중에도 지루한 나머지 책을 보거나 졸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때 Y총장은 단 한마디로 축사를 대신했습니다. “이하 동문이요!” 그러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얼마 전 한국의 어느 유명한 목사님의 사모님이 세상을 떠난 후 1주기를 맞아 추도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느 교수가 그 추도식의 순서를 하나 맡고 참석했는데 추도식이 어찌나 오래 이어지는지, 특히 거의 비슷한 내용의 추모사를 6명이나 했기 때문에 그 교수는 예정했던 오후 강의를 결강하게 되어 수십 명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행사 전반의 시간 조절이나 균형을 위해서 순서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이 안되는 이유는 모두가 자신을 대중 앞에 세우려는 하찮은 욕망 때문이고, 그들에게서 겸양의 미덕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사적인 욕망 때문에 수백명의 귀한 시간이 희생되고 맙니다. 

미국의 명문 코넬대학 100주년 기념일날 기념식을 정확히 50분 안에 끝냈습니다. 남들은 그렇게 시간을 규모 있고 알뜰하게 이용하는데 우리는 왜 그 시간의 가치를 무시하고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당신이 인생을 사랑한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마시오.” 왜요? 시간은 인생이기 때문에 시간을 낭비한다는 것은 인생을 그만큼 단축시키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필자를 포함해서 나이든 사람들이 대부분 빠른 세월을 탓합니다마는 세월은 잘못이 없습니다. 젊어서 시간을 낭비한 우리에게 잘못이 있습니다. 

선진국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역시 시간 관리를 잘하는 것입니다. 일류 대학 100주년 기념식을 50분에 끝내는 국민과 취임식이나 추도식에 4시간 가까이 허비하는 국민 사이에 존재하는 그 보이지 않는 벽을 하나하나 허물어 나갈 때 명실공히 부끄럽지 않은 선진국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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