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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밀레와 만종(晩鍾)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밀레와 만종(晩鍾)


프랑스 화가 밀레(Jean Francois Milletㆍ1814~1875)에 관한 일화가 있습니다. 그의 명성이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 10여명의 대식구를 거느린 상태에서 그림은 팔리지 않아 밀가루도 떨어지고 난로불도 꺼져 온 식구가 서로 껴안고 추위를 이겨내고 있을 때였습니다. 

어느 날 그의 친구 한 사람이 찾아와 봉투를 하나 내놓으면서 말했습니다. 

“내가 잘 아는 어느 미국인이 나에게 300프랑을 주면서 자네 그림을 하나 사달라고 부탁을 하고는 영국으로 떠났네.” 밀레가, “그가 어떤 그림을 원하지?”하고 묻자 친구는 “아무 그림이나 자네가 그린 그림이면 된다고 했네.”

그 후에 알게 된 사실은 그 밀레의 친구는 밀레를 도와주고 싶었으나 자칫 친구간에 자존심이 상처받지 않을까 해서 거지말을 꾸며서 친구를 도왔던 것입니다.

문인들 중에는 특정 종교와 관련된 신앙문제만을 다루는 종교 작가가 있듯이 가수들 중에도 종교적인 노래만 부르는 성가 가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확실히는 모르지만 그러한 문인이나 연예인들은 종교적인 어떤 사명이라든가 거기에 따르는 신앙 인격 때문에 다른 사람들 보다는 더 추앙받고 존경을 받는 것이 사실이지만 수입에 있어서는 아마 그들이 받는 추앙이나 존경과 비례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고 그것은 화가에 있어서도 마찬 가지일 것입니다. 

과거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역경에서 시달리던 밀레도 다른 화가들처럼 수입을 좀더 올리고 싶은 마음에서 과거와는 달리 관능적이고 저속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가 어느 날 시가를 거닐다가 그림을 전시해놓고 파는 어느 상점 앞을 지나가는데 거기에는 자기의 그림도 몇점 걸려 있었습니다. 그도 다른 사람들 틈에서 그림들을 보고 있는데, 자기 옆에 서 있던 두젊은이들 중 하나가 밀레의 그림을 가리키면서 자기 친구에게 건네는 말을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저 사람(밀레)도 이제는 저따위 그림이나 그리면서 밥을 먹고 사는구만!(물론 그 젊은이들은 밀레의 이름은 알지만 얼굴은 모릅니다.) 그 말을 들은 밀레는 그만 어쩔 줄을 몰라 도망치듯 황급히 그곳을 빠져 나왔습니다. 

밀레는 그때 받은 충격이 너무 커서 전과 같은 저속한 그림을 도저히 그릴 수가 없었습니다. 주워진 천부적인 재능을 더이상 그렇게 욕되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후로는 크게 결심을 하고 시골로 내려가서 “이제부터는 하나님과,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과, 인간의 양심 밖에는 그리지 않겠다”라고 선언을 하고는 그후로부터 그린 그림들은 거의 다가 성경에서 소재를 찾은 그림들이었습니다. 

그가 그린 ‘만종’을 보더라도 거기에는 3가지의 신성함이 들어 있다고 말합니다. 즉, 부부가 정답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가정 신성, 황혼이 질때까지 영심히 일하는 노동 신성, 만종 소리때 하루의 일을 끝내고 부부가 함께 나란히 서서 경건하게 저녁기도를 드리는 종교 신성이 그것입니다. 

신성(神聖)하다는 말은 신과 같이 성스럽고 누구도 더럽힐수 없는 거룩함입니다. 부부가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는 신성한 가정을 그 무엇이 더럽힐 수 있겠습니까. 황혼이 질 때까지 부지런히 일하는 부부의 신성한 노동의 가치를 그 무엇이 훼손할 수 있겠습니까. 하루 일과를 마치고 만종 소리에 맞추어 부부가 함께 머리 숙여 경건하게 기도 드리는 그 신성한 신앙을 그 무엇이 파괴할 수 있겠습니까.

만종을 생각할 때마다 눈을 지긋이 감으면 그 그림에 나타나는 배경이 눈에 확연히 떠오릅니다. 어둠이 찾아오는 황혼의 저녁 노을, 저 멀리 지평선에 걸쳐 있는 예배당의 종소리, 만종에 맞추어 기도드리기 위해 서둘러 던져 놓은 농기구들, 그 한 중심에 경건하게 머리 숙인 두 부부가 기도드리며 서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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