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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적은 일, 많은 열매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적은 일, 많은 열매 


미국 동부의 어느 도시에 있는 병원 로비에는 80대 초의 노인이 카트에 커피를 싣고 다니면서 그곳에 대기중인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Hi, Coffee?”,“Hi, Coffee?” 하면서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였습니다. 

그는 과거에 그 지역에서 널리 알려진 유명한 외과의사였는데, 은퇴를 하고 나서 과거처럼 의술을 활용하지는 못하지만 진찰이나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아와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차례를 기다리는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와 안정감을 주기 위해 그러한 봉사활동을 창안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커피를 한 잔 제공하는 일은 지극히 적은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커피 한 잔 속에 담겨있는 그 노인의 뜻과, 환자나 가족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들이 잘 아는 김형석 교수는 20대 초 이후로 지금까지 체질화 되어 있는 생활 습관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버스나 택시에 오르고 내릴 때 반드시 운전기사에게 “안녕하세요?”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인사를 하고, 식당이나 다방에서 음식을 서브하는 종업원들에게 꼭 “고맙습니다”라고 예의를 갖춰 고마운 마음을 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분이 그렇게 인사를 하게 된 동기가 있었습니다.

그분은 우리나라가 일본의 지배하에 있을 때 일본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가정이 부유했다면 외국 유학은 하나의 낭만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 분은 워낙 가정이 어려워 내 집 한 칸도 없이 친척집 문간방에 얹혀 살던 형편에서 가게 된 유학이었기 때문에 그가 겪은 고생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었습니다. 신문배달, 청소, 식당 그릇닦기, 웨이터 등 온갖 힘든 일을 다 겪었고 하숙방도 정상적인 방은 비싸기 때문에 바람 벽에 기대어 비바람을 겨우 막을 정도의 가건물이었습니다. 

하루는 주인 아주머니가 K군(K교수)에게 한가지 경험담을 들려주었습니다.“K군, 나는 이 방에 들어오는 학생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는데요, 다른 넓고 좋은 방에 있던 학생들은 잘 모르겠는데, 이 초라한 방에 들어있던 학생들은 모두가 크게 성공을 하더군요. K군도 앞으로 큰 인물이 될 것입니다. 힘들겠지만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세요.” 그 아주머니의 말이 K교수에게 크게 격려가 된 것은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K군이 식당에서 일할 때였습니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가난한 죠센징 학생이라고 K군을 경멸의 시선으로 보았고 K군은 그 모든 멸시를 눈물을 삼켜가며 극복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한 손님이 K군에게 팁을 덤북 쥐어주면서, “K군, 많이 힘들지? 어렵겠지만 장래를 바라보면서 열심히 노력하게. 좋은 결실을 맺게 될 것이네.” 

그때 K군은 굳게 결심하였습니다. 그렇게 격려해주고 도움을 주는 고마운 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은 바로 그에게 적은 도움이라도 베풀어 주는 모든 분들에게 그도 그 고마운 마음을 정중하게 표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결심을 하고 실천한 인사를 80년 이상 계속하는 동안 그 일이 체질화되었던 것입니다. K교수의 그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따듯한 인사를 받은 수 천, 수 만 명의 가슴에 흐르는 흐뭇한 감정의 파장이 얼마나 길고 넓겠습니까. 그리고 K교수의 그 진심어린 인사 때문에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재발견하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게 된 경우는 또 얼마나 많겠습니까. 

앞에서 예로 든 은퇴 의사의 커피 한 잔, 하숙집 여주인의 덕담 한 마디, 식당 손님의 격려 등은 모두가 적고 사소한 일이었지만 그들은 그 적은 일을 가장 적절하게 정성어린 마음을 담아 표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열매를 오래 오래 거두고 있습니다. 적은 일에 성실하게 임하는 사람이 크게 뜻을 이루는 예는 많이 있지만 적을 일을 소홀히 하고 무시하는 사람이 큰 일을 성취하는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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