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서 올해만 회색고래 25마리 죽었다

개체 수 수년 만에 절반 가까이 감소해 비상 걸려

회색고래 떼죽음 비상…“기후변화가 북극 먹이사슬 무너뜨려”


미국 서부 해안에서 회색고래(Gray Whale) 폐사가 급증하면서 과학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워싱턴주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25마리의 회색고래 사체가 발견돼 최근 50년 사이 세 번째로 많은 폐사 기록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북극 생태계 변화가 주요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올해 워싱턴주 해안에서 발견된 회색고래 대부분은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월 그레이스하버 카운티 코팔리스 해변에 떠밀려 온 암수 한 쌍의 성체 고래 역시 극심한 영양 부족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고래 연구기관인 카스카디아 리서치 컬렉티브(Cascadia Research Collective)의 공동 설립자인 존 칼람보키디스 선임 연구원은 “해안으로 떠밀려 오는 고래는 실제 폐사 개체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발견되는 수치는 실제 죽은 고래의 10~20%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회색고래는 지구상 포유류 가운데 가장 긴 이동 경로를 가진 동물 중 하나다. 멕시코 바하 캘리포니아에서 번식한 뒤 북극해의 베링해와 축치해까지 이동해 연중 5~6개월 동안 먹이를 섭취한다.

문제는 이들의 주요 먹이인 단각류(amphipod)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자들은 북극 해빙이 줄어들면서 얼음 아래에서 자라는 조류(algae)가 감소했고, 이 조류를 먹는 단각류 역시 줄어들면서 먹이사슬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북태평양 동부 회색고래 개체 수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약 2만 마리 수준으로 추산됐지만 현재는 약 1만1,000마리 수준으로 감소했다. 개체 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연구자들이 관측한 최대 규모의 감소 현상 가운데 하나다.

회색고래는 한때 상업 포경으로 멸종 직전까지 몰렸다가 국제사회의 포경 금지 조치 이후 극적으로 회복한 대표적인 환경보호 성공 사례로 꼽혀 왔다. 그러나 이번 감소는 과거와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먹이를 찾지 못한 고래들은 최근 평소 나타나지 않던 지역까지 이동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한 마리의 회색고래가 워싱턴주 윌라파강 상류 약 20마일까지 들어왔다가 결국 폐사했다. 연구진은 영양실조로 방향 감각과 항해 능력이 떨어진 결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쇠약해진 고래들은 선박 충돌이나 어망 얽힘 사고에도 더욱 취약해진다. 실제로 최근 발견된 일부 사체에서는 선박과 충돌한 흔적으로 보이는 둔상도 확인됐다.

다만 희망적인 신호도 있다. 지난 4월 말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워싱턴주 북부 해안에서 건강한 상태의 어미 고래와 새끼 고래가 함께 북상하는 모습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회색고래가 당장 멸종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추세가 지속될 경우 북극 생태계 변화가 해양 포유류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역사학자이자 고래 연구자인 제이슨 콜비 교수는 “기후변화와 먹이 부족이 과거 상업 포경과 맞먹거나 그 이상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에게 경각심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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