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박은' 가자 구호활동가…이스라엘 학대·조롱에 세계 격분
- 26-05-21
李대통령 비판한 구금 사건…美·유럽도 "인간 존엄성 짓밟은 행위" 성토
각국 이스라엘 대사 초치…극우장관 만행에 네타냐후 연정 내분 격화
이스라엘의 장기간 봉쇄로 인도주의적 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전달하려던 국제 활동가 수백 명이 이스라엘 당국에 체포돼 학대에 해당할 정도의 처우를 받는 모습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의 극우 성향 장관이 직접 현장에서 이들 활동가들을 조롱하고, 이를 담은 영상을 직접 공개해 국제사회의 거센 공분을 사고 있다.
NBC 방송에 따르면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이 2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는 이스라엘군에 나포된 활동가 약 430명이 아슈도드 항구의 임시 구금 시설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활동가들은 손이 뒤로 묶인 채 바닥에 머리를 박고 무릎을 꿇는 등 굴욕적인 자세를 강요당했고, 벤그비르 장관은 이들 사이를 거닐며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고 "이스라엘에 온 것을 환영한다. 우리가 이곳의 주인이다"라고 윽박질렀다.
영상이 공개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캐나다·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서방 국가들은 일제히 자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하는 등 외교적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모양새다.
마이크 허커비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는 벤그비르 장관의 행동을 "비열하다"고 직격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한국인 활동가를 포함한 가자 구호선단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나포된 것과 관련해 "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고, 영국·아일랜드·튀르키예 등도 "수치스럽다", "경악스럽다" 등의 표현을 쓰며 규탄 행렬에 동참했다.
이번 사건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의 취약한 내부 균열까지 수면 위로 드러냈다.
네타냐후 총리는 "벤그비르의 행동은 이스라엘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서둘러 선을 긋고 활동가들의 조속한 추방을 지시했다.
연정 파트너인 기드온 사르 외무장관은 "당신은 이 수치스러운 행동으로 국가에 해를 끼쳤다. 당신은 이스라엘의 얼굴이 아니다"라며 벤그비르 장관을 공개적으로 맹비난했다.
하지만 벤그비르 장관은 "테러리스트들에게 굴복하고 있다"며 오히려 사르 장관을 비난하는 등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활동가들에게 사과하는 것이 "나약함과 굴종의 메시지를 보낼 뿐"이라고 주장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아달라'는 "이스라엘 당국이 활동가들을 학대하고 모욕하는 범죄적 정책을 쓰고 있다"고 고발하며 억류된 활동가들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번에 나포된 '글로벌 수무드 플로틸라' 구호선단은 지난주 튀르키예를 출발해 가자지구로 향하던 중 가자 해안에서 약 268㎞ 떨어진 국제 해역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저지됐다.
선단 측은 이스라엘군이 나포 과정에서 일부 선박에 발포했다고 주장했으나, 이스라엘 외무부는 실탄 사용을 부인하며 경고 목적의 '비살상 수단'만 사용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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