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재테크이야기] 어누이티의 탄생

서희경(연방 세무사/재정 전문가)

 

어누이티의 탄생


은퇴상담을 하다 보면 자주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어뉴이티, 처음 들어 보는데 언제 나온 상품인가요?” 사실 어뉴이티의 뿌리는 고대 로마 시대로 올라갑니다. 

‘평생 소득’이라는 생각, 이미 고대 로마 제국 시대부터 이와 비슷한 개념이 존재했습니다. 사람들이 국가나 기관에 돈을 맡기고, 그 대가로 매년 일정 금액을 받는 구조였습니다. 이를 “annua” (매년 지급)라고 불렀고 여기서 annuity라는 단어가 유래되었습니다. 

특히 전쟁을 마친 군인들에게는 은퇴 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이러한 형태의 지급이 이루어졌습니다. 

즉, 이미 2,000년 전부터 “한 번 맡기고 평생 나눠 받는다”는 개념이 존재했던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어뉴이티와 구조가 거의 동일합니다. 

이 사실은 중요한 메시지를 줍니다. 어뉴이티는 투자 상품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 돈이 끊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로 출발했다는 점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개념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발전합니다. 

중세로 들어 오면서 정부의 자금 조달 수단으로 발전합니다. 국가가 전쟁 자금이 필요할 때 시민들에게 돈을 받고 대신 평생 또는 일정 기간 지급을  약속했습니다. 

이 시기부터 어뉴이티는 단순한 개인의 생활보장 수단을 넘어 사회 전체를 움직이는 금융 도구로 확장되기 시작합니다. 특히 베네치아 공화국과 네덜란드지역에서 활발하게 사용되었고 그것이 오늘날 국채(Bond)의 초기 형태로 평가됩니다. 

어뉴이티가 지금 우리가 아는 형태로 자리 잡은 것은 17~18세기 유럽, 특히 영국과 네덜란드에서였습니다. 이 시기에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납니다. 즉,이전까지는 “대략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감각으로 계약이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수학과 통계가 등장합니다. 사람이 얼마나 오래 살지에 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급 금액이 계산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순간부터 어뉴이티는 단순한 약속이 아니라 계산 가능한 금융상품으로 바뀌게 됩니다. 

어뉴이티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보험회사와 결합하게 됩니다.이유는 사람마다 수명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예상보다 빨리 세상을 떠나고, 어떤 사람은 예상보다 훨씬 오래 살아갑니다. 이 차이를 개인이 감당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을 동시에 관리하는 기관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누군가의 짧은 수명과 누군가의 긴 수명이 서로 균형을 이루게 됩니다. 이 구조를 우리는 리스크 풀링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어뉴이티는 보험회사의 영역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오늘날 어뉴이티는 단순한 투자상품이 아니라 연금처럼 평생 소득을 만드는 도구로 자리잡았습니다.  이 오래된 개념이 지금 다시 중요해진 이유는 분명합니다. 우리는 과거보다 훨씬 오래 살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돈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이 돈을 언제까지 써야 하는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입니다. 과거에는 회사가 평생 연금을 지급해 주는 구조가 많았지만, 지금은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결국 스스로 질문하게 됩니다.  “혹시 오래 살면 부족해지는 건 아닐까?” 이에 대한 해답이 바로 어뉴이티입니다. 

로마 시대에는 생존을 위한 장치였고, 중세에는 국가 재정의 도구였으며, 근대에는 수학과 결합된 금융상품이 되었고, 지금은 노후 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구조로 다시 등장했습니다. 결국 어뉴이티는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내 삶이 이어지는 동안, 돈이 먼저 멈추지는 않을까?”이 질문이 사라지지 않는 한, 어뉴이티도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문의 : 425-638-2112/ hseo@api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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