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 '흑인 선거구' 확대에 제동…트럼프 "좋다" 재조정 시사
- 26-04-30
'루이지애나, 인종 기준 선거구 설정은 위헌'…6대3 판결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일부 주 재조정 움직임 확산할 듯
미국 연방대법원이 29일(현지시간) 루이지애나주의 흑인 유권자 다수 선거구 획정에 대해 위헌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이날 6대3 판결에서 루이지애나주 주의회가 6개 연방 하원 선거구 중 1곳이던 흑인 유권자 다수 선거구를 2곳으로 늘린 것에 대해 "인종을 주요 기준으로 선거구를 설정해 헌법상 평등보호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투표권법'(Voting Rights Act) 2조의 적용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해석한 것이 핵심이다.
투표권법은 1965년 제정된 연방법으로 인종 차별 없이 투표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법의 2조는 선거구를 나눌 때 소수 인종 유권자의 영향력을 약화하는 경우 위법으로 판단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존에는 특정 상황에서 소수 인종 유권자가 원하는 후보를 선출할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했다는 점이 입증되면 위반으로 인정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선거구를 나누는 방식으로 소수 인종 유권자를 여러 지역에 분산시키거나 특정 지역에 집중시키는 경우가 이에 해당하며, 소수 인종의 대표성이 약화하는 경우도 위반으로 인정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인종이 주요 기준으로 사용됐는지가 중요한 판단 요소로 제시됐다. 단순히 결과적으로 소수 인종의 대표성이 약화했는지 여부뿐 아니라, 인종을 선거구 설정의 지배적 기준으로 삼는 행위 자체가 위헌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된 것이다.
이번 사건은 2020년 인구조사 이후 루이지애나주가 6개 연방 하원 선거구 중 1곳이던 흑인 유권자 다수 선거구를 2곳으로 늘리면서 시작됐다.
이는 흑인 유권자와 시민단체가 기존 선거구가 흑인 유권자의 영향력을 약화했다며 소송을 제기하고, 연방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새로운 선거구 재설계를 명령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2024년에는 두 번째 흑인 다수 선거구가 신설됐고, 해당 지역에서는 민주당 소속 흑인 후보가 당선됐다.
이에 일부 비흑인 유권자들은 해당 선거구가 인종을 과도하게 고려한 위헌적 인종 기반 게리맨더링이라고 주장하며 다시 소송을 제기했고, 이번에 대법원이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일부 하급심이 주 정부로 하여금 인종을 기준으로 선거구를 설계하도록 사실상 요구해 왔다고 지적했다.
다수 의견을 작성한 새뮤얼 앨리토 대법관은 "투표권법은 헌법을 집행하기 위한 것이며 헌법과 충돌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반면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은 반대 의견에서 최근 10여년간 이어진 판례 흐름과 맞물려 투표권법 적용 범위가 축소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판결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선거구 획정을 둘러싼 공화당과 민주당 간 전국적 경쟁 구도 속에서 나왔다. 미국에서는 통상 10년마다 인구조사를 기준으로 선거구를 조정하지만, 최근에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일부 주가 추가로 선거구를 조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연방 하원은 공화당이 근소한 다수 의석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일부 주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선거구를 다시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실제 플로리다 등 일부 주에서는 선거구 조정 논의가 진행 중이며, 오하이오·텍사스·노스캐롤라이나 등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반면 캘리포니아와 버지니아 등에서는 민주당에 유리한 선거구 재조정이 추진되거나 이미 승인된 사례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판결과 관련해 일부 주의 선거구 재조정 필요성을 시사했다.
그는 백악관 행사 도중 관련 질문에 "판결 내용을 아직 보지 못했다"면서도 일부 남부 주에서 공화당 의석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에 "좋다"고 반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어떤 주는 선거구를 다시 그릴 필요가 없지만, 어떤 주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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