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국 돌아가기 두렵다" 답하면 美대사관서 비자 안내준다
- 26-04-29
국무부, '비이민 비자' 새 지침 재외공관 하달
WP "미국 내 망명 신청 제한하기 위한 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비이민 비자 신청자를 대상으로 본국 귀환시 위해나 학대가 두렵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면 비자 발급을 거부하는 새 지침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고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최근 각국 주재 공관에 보낸 외교 전문에서 비이민 비자 신청자에게 "국적국 또는 과거 상거소(常居所) 국가로 돌아갈 경우 위해나 부당대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고 답변을 기록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각국 주재 영사 담당자는 비이민 비자 신청자에게 "국적국 또는 마지막 상거소 국가에서 위해나 부당대우를 경험한 적이 있느냐" "국적국 또는 영주권 국가로 돌아갈 경우 위해나 부당대우를 두려워하느냐"는 2가지 질문을 해야 한다. 신청자가 두 질문 모두에 구두로 "아니오"라고 답해야 비자 발급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미 국무부는 "비자 신청자가 귀국에 대한 두려움을 밝힐 경우 신청 당시 여행 목적과 이민 의사에 의문이 제기된다"며 "미국 내 망명 신청자가 많다는 점은 많은 외국인이 비자 신청 과정에서 의도를 허위로 진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이번 지침 시행 배경을 설명했다.
WP는 이번 조치가 "미국 내 망명 신청을 제한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신 시도"라고 평가했다. 미연방 항소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멕시코 국경 '침공' 발언에 따른 망명 신청 제한을 위법이라고 판결한 직후 이번 지침이 내려졌단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초인 작년 1월 "외국 테러리스트 및 국가 안보 위협에 의해 비자 프로그램이 악용되지 않도록 모든 비자 제도를 재검토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당시 포고문엔 "미국은 남부 국경에서 대규모 침공(Invasion)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그러나 미연방법상 외국인은 미국에 입국한 뒤 본국에서 박해받았거나 박해받을 충분한 우려가 있을 경우 망명을 신청할 수 있다. 국무부의 이번 지침이 연방법과 충돌할 소지가 있단 것이다.
난민·망명 신청자 지원 단체들 또한 국무부의 이번 조치가 '박해받는 사람들을 위한 피난처'란 미국의 이미지를 훼손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제러미 코닌다이크 난민인터내셔널 대표는 "이 절차가 과거에도 있었다면 1970년대 이란인, 냉전 시기 소련 반체제 인사, 1930년대 독일계 유대인이 모두 입국을 거부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무부는 WP의 관련 질의에 "미국 법에 따라 비자 신청자가 자격을 갖췄는지 판단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과 자원을 활용하고 있다"며 "마코 루비오 장관이 거듭 밝혔듯, 미국 비자는 권리가 아니라 특권이다. 미국 법을 준수할 의사가 없는 사람, 허가된 체류 기간 종료 전에 미국을 떠날 의사가 없는 사람은 비자를 신청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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