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꾼 시장…메모리는 구조적 호황, 증시는 장기 성장 의문
- 26-04-29
FT "반도체 슈퍼사이클 진입" vs 골드만 "밸류 75% 미래 의존"
인공지능(AI)이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는 구조적 호황 요인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금융시장 전반에는 새로운 불확실성을 만들어내는 양면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AI 수요 급증으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기존의 경기순환적 구조를 벗어나 장기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한 반면, 골드만삭스는 AI가 기업들의 장기 성장 가정을 약화시켜 증시 밸류에이션을 흔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메모리 수요가 기존 경기순환적 성격에서 벗어나 자본력이 큰 AI 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공급 부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FT가 애널리스트들을 인용해 29일 보도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그동안 소비자 전자제품 수요에 따라 가격이 급등락하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었지만,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수요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최근 고객사들이 기존 분기 단위 계약 대신 3~5년 장기 공급 계약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가격보다 안정적인 공급 확보를 우선시하는 수요 구조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성균관대 권석준 교수는 "AI 추론과 자율형 서비스 확산으로 더 강력한 메모리가 필요해지면서 반도체 시장이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고 FT에 말했다.
공급 측면의 제약도 뚜렷하다. 맥쿼리의 다니엘 김 애널리스트는 "칩 제조는 이미 복잡성이 매우 높아 공급을 쉽게 늘릴 수 없는 단계에 도달했다"며 "부족 현상은 내년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노무라증권은 2분기 메모리 가격이 전 분기 대비 최대 50% 상승할 수 있으며, 상승 사이클이 3~5년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업황 변동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산업 전문가 크리스 밀러는 "이번이 분명 슈퍼사이클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업황의 등락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데이터센터 사업 역시 자체적인 사이클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처럼 인프라 성격이 강한 분야에서는 구조적 수요 확대를 이끌지만 일부 산업에서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잠식하며 장기 성장 기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S&P500 기업 가치의 약 75%가 10년 이후 예상 이익, 이른바 '터미널 밸류'에 기반하고 있다며, AI 시대에는 이러한 장기 성장 가정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빅테크 기업들이 AI 주도권 확보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단기 수익 가시성이 낮아지면서 투자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AI로 인한 산업 구조 변화에 대한 논쟁은 향후 수 분기 동안 지속될 것"이라며 "기술 확산 초기 단계에서는 이러한 불확실성이 시장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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