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일단 진정에도…"연말 1400원 중반대" 전쟁 전보다 전망 높였다
- 26-04-22
휴전 소식에 1500원선 아래로 안착…주요 IB 연말 전망 '1425~1490원' 상향
WGBI 편입·자금 유입 호재에도 "중동 불확실성 여전…급락보다 완만한 하락"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로 1500원을 돌파했던 달러·원 환율이 최근 지정학적 긴장 완화에 따라 하락하며 안정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연말 환율이 1400원 중반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하면서, 전쟁 이전 대비 높아진 환율 수준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는 분쟁 이전 제시됐던 1300원 후반~1400원 초반 전망보다 상향 조정된 것이다.
지난 21일 서울 외국환중개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종가 기준 지난달 19일 1501원에 주간 거래를 마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종가 기준 1500원을 돌파했다. 이후 환율은 1500원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달 31일에는 1530.1원에 마감하기도 했다.
환율은 이번 달 들어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며 되돌림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8일 미국과 이란의 휴전 협상 개시 소식에 하루 만에 33.6원 급락해 1470.6원에 마감한 이후 1460~148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추가 급락보다는 완만한 하락 조정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해외 주요 IB들의 연말 환율 전망치는 대체로 1400원 중반대에 형성돼 있다. 전쟁 이전의 1300원 후반~1400원 초반 전망 대비 눈높이가 높아진 모습이다.
ING는 최근 보고서에서 연말 달러·원 환율 전망치를 1425원으로 제시했다. 지난 2월 1400원을 예상했던 것에서 상향 조정된 수치다.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 역시 지난 2월 전망한 1385원에서 85원 올린 1470원을 제시하며 전망 경로가 크게 수정됐음을 시사했다.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 캐피털은 같은 기간 연말 환율 전망치를 1430원에서 1425원으로 소폭 낮췄지만, 여전히 1400원대 중반 수준을 유지했다. 유나이티드오버시즈뱅크(UOB)는 전망치를 1390원에서 1490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하며 중동 상황에 따른 불확실성을 가장 크게 반영했다.
MUFG가 집계한 시장 컨센서스 역시 1412.5원에서 1425원으로 올라, 전반적으로 원화 가치에 대한 기대가 다소 약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IB들은 최근 환율 하락 흐름의 배경으로 지정학적 긴장 완화와 함께 대외·구조적 요인을 동시에 꼽고 있다.
우선 미국과 이란 간 충돌이 잦아들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완화되고 달러 강세 압력이 일부 완화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
MUFG는 "중동 분쟁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미국과 이란 간 장기적 합의 기대가 형성되면서 시장의 위험선호 심리가 회복됐다"며 "이에 따라 원화는 전쟁 이후 낙폭을 일부 되돌리며 절상 흐름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 강세와 국내 증시 밸류에이션 매력,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 가능성도 원화 강세 요인으로 지목된다.
ING는 "WGBI 편입에 따른 국고채(KTB) 투자와 국내 주식의 매력적인 밸류에이션 역시 외국인 자금 유입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국민연금의 환 헤지 확대 기조도 원화 강세 지지 요인으로 꼽혔다.
MUFG는 "국민연금은 기존 외환 헤지 비율 15% 상한을 폐지하고 이를 기준선으로 전환해 시장 상황에 따라 확대 또는 축소할 수 있도록 했다"며 "외환 헤지를 해외 투자 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방향 전환이 원화 가치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기대 역시 원화 가치 상승 요인으로 언급됐다.
ING는 "견조한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 압력을 고려할 때 한국은행이 올해 하반기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른 한·미 금리 격차 축소도 원화 가치 상승을 뒷받침할 요인"이라고 전망했다.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가 엑스(X) 계정을 통해 공개한 사진으로 AH-64 아파치 헬기가 지난 17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긴장 완화와 자금 유입 등 원화 지지 요인이 확대되고 있지만 중동 정세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환율 하락 속도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연말 환율을 1440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는 시장이 낙관적으로 반응하고 있지만 중동 정세가 깔끔하게 해소되기 어렵고, 불안 요인이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본 흐름은 전반적으로 원화에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환율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전쟁이 단기간 내 종결되기보다는 협상 국면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전쟁은 소강상태에 접어들 수 있지만 협상을 통한 종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환율도 급격한 하락보다는 점진적으로 내려가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 연구위원은 "상반기 중 1450원 하회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외국인 자금 유입과 수급 여건 개선이 반영되며 1400원 초반까지는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WGBI 편입, 국내 투자자 자금 흐름 변화 등 구조적인 요인이 하반기부터 점차 반영될 것"이라며 "다만 전쟁 양상에 따라 단기 변동성은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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