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탱크 구멍내 기름 훔쳐"…美 기름값 급등에 '드릴 뚫기' 기승
- 26-04-20
WP 보도…"자동차 수리비만 수백만원"
이란 전쟁의 여파로 유가 급등을 겪고 있는 미국에서 차량 연료 탱크에 구멍을 뚫고 기름을 훔쳐가는 신종 범죄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타시 말랄라(31)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여자친구와 아침 식사를 하러 가던 중 자신이 몰던 도요타 픽업트럭에서 기름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말랄라는 휘발유를 채우기 위해 방문한 주유소에서 연료가 새는 것을 발견했다.
말랄라는 "트럭 아래를 봤더니 말 그대로 바닥에서 휘발유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며 "미친 듯이 쏟아져 나와 너무 당황했다"고 WP에 전했다. 차량 연료 탱크에는 완벽하게 둥근 구멍이 뚫려 있었고, 그는 수리비 약 3000달러(약 442만 원)를 지불하고 트럭을 일주일 동안 정비소에 맡겨야 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2월 시작된 이란 전쟁의 여파로 휘발유 가격이 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이런 절도 방식이 점점 더 흔해지고 있다. 휴대용 전동 드릴 등 간단한 도구를 이용해 차량 연료 탱크를 뚫고 기름을 빼내는 '드릴 앤 드레인' 수법에 운전자들은 거액의 수리비 부담을 떠안고 있다.
1970년대 오일 쇼크 당시에도 미국에서는 주차된 차량의 연료 탱크에 플라스틱 튜브를 집어넣고 연료를 빨아들이던 '사이펀' 절도 수법이 유행한 바 있다. 그러나 신형 차량의 연료 주입구 설계 변경으로 이러한 절도가 어려워지면서, 절도범들은 차량을 직접 파손하는 과격한 방식을 택하기 시작했다.
말랄라는 자신의 트럭을 턴 절도범이 차라리 예전 방식을 택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며 "그냥 사이펀 방식으로 가져갔기를 바랐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로스앤젤레스의 자동차 정비사 루페스 아르마스는 최근 자신의 정비소에서 일주일에 한 번꼴로 구멍 뚫린 연료 탱크를 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르마스는 과거에는 많아야 일 년에 두어 번 수준이었다며 "분명한 사회적 문제"라고 WP에 말했다.
자선단체의 식료품 배급 차량까지 당했다. 세인트루이스의 가톨릭 자선단체 성빈센트드폴의 직원들은 이동식 푸드뱅크 트럭 옆 바닥에서 어두운 기름얼룩을 발견했다. 누군가 연료 탱크에 구멍을 뚫고 비싼 디젤유를 빼간 것이었다. 기름을 잃은 것은 물론, 차량 파손으로 당분간 트럭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마이클 미한 성빈센트드폴 사무총장은 "많은 사람에게 힘든 시기임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징후"라며 절도범에게 동정심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범인이 다른 수법을 선택했기를 바랐다며 "차라리 사이펀 방식이었다면 수리비라도 아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일반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4.05달러로, 1년 전(3.16달러)보다 크게 상승했다. WP는 "모든 형태의 연료 절도는 주유소 가격의 추이를 따르는 경향이 있다"며 고유가 시대가 다시 도래하며 기름 절도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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