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W서 열린 ‘문향의 뜨락’, K-문학 새 지평 열다(영상)
- 26-04-19
시애틀문학회 9회 행사, UW한국학센터와 캠퍼스서 공동 개최 ‘성료’
협회 회원ㆍ외국인 학생까지 12명 참여해 낭송으로 문학의 향기 전해
유명 시인 권혁웅 교수 ‘K-문학의 특징과 방향’주제 문학 특강도 ‘인기’
권 교수 “한국문학 상징과 이미지 중심 서사구조로 독자적인 미학형성”
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회장 박보라)가 지난 16일 워싱턴대(UW) 한스 로슬링 센터에서 개최한 ‘문향의 뜨락 시애틀 글 낭송회’가 K-문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
올해로 9번째였던 이번 행사는 여러 면에서 기존 행사와 다른 플랫폼으로 구성됐다.
지역사회와 학계, 그리고 국적을 넘는 문학적 교류의 장이 펼쳐져 한인 문학이 지역사회 속에서 어떻게 뿌리내리고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의미 있는 행사로 평가된다.
우선 UW 한국학센터(소장 하용출 교수)와 공동으로 마련된 것 자체부터 의미가 남달랐다. 서북미 한인 문학단체가 UW측과 공동으로 캠퍼스 중심 공간에서 공식 행사를 연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행사에는 UW 한국학센터 소장인 하용출 교수와 UW아시아언어문학과 김정희 교수, UW 정치학과 제임스 김 교수는 물론 한국어나 K-문학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하용출 교수는 인사말에서 “UW 한국학센터는 한때 존폐 위기를 겪었지만 한인 커뮤니티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다시 살아난 소중한 공간”이라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연계된 다양한 문화·학술 행사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박보라 회장 역시 “문학은 세대를 잇고 문화를 연결하는 가장 깊은 언어”라며 “이번 낭송회가 지역사회와 대학, 그리고 세대를 잇는 다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무대에는 시애틀문학회 소속 회원 11명과 UW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인도계 학생 1명 등 총 12명이 올라 시와 수필, 동시, 엽편소설 등을 낭송했다. 수필분야에서 윤성민ㆍ공순해ㆍ심지현ㆍ정동순ㆍ신고은 회원이, 시 부문에서는 심혜숙ㆍ엄경제ㆍ이매자ㆍ이지영ㆍ조혜민 회원이 참여했다. 현재 UW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인도계 학생인 누어 카우어학생도 한국어로 직접 쓴 시를 낭송했다.
박보라 회장은 짧은 분량의 소설을 의미하는 ‘엽편소설’을 낭독해 큰 박수를 받았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작품을 직접 읽으며 창작 배경과 문학적 시선을 공유했고, 이어진 질의응답을 통해 관객들과 깊은 교감을 나눴다. 특히 인도계 대학생의 한국어 창작 발표가 더해지며 세대와 국적을 넘어선 문학적 소통의 장이 펼쳐졌다는 평을 들었다.
행사의 마지막은 한국 한양여자대학교 권혁웅 교수의 문학 특강으로 이어졌다. 권 교수는 ‘K-문학의 특징과 방향’이란 주제의 명문학강의를 통해 한국 문학의 현재와 가능성을 짚었다.
권 교수는 이날 한국문학의 본질적 특징을 ‘민중의 서사’와 ‘공동체적 시선’으로 요약했다. 그는 “한국문학에는 지배자나 정복자의 시선이 아니라, 피지배자와 개인들의 삶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며 “승리나 정복의 서사가 아닌, 고통과 기억, 그리고 이를 통해 형성된 공동체의 경험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문학은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공동체 전체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서구 문학의 ‘전형’ 개념과 차별화된다고 강조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예로 들며 “각기 다른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은 특정 계층을 대표하는 전형이 아니라 각자의 삶을 통해 공동체의 비극과 기억을 나눠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서사 방식이 기존 근대문학의 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며 세계적 주목을 받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한국문학이 상징과 이미지 중심의 서사 구조를 통해 독자적인 미학을 형성해 왔다며, 이러한 특징이 앞으로도 세계 문학 속에서 경쟁력 있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권 교수는 최근 K-문학의 세계적 인기와 관련해 우려도 함께 제기했다. 그는 “한국문학이 지나친 성공에 안주해 자신감을 앞세우게 될 경우, 정복자적 시선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며 “이 경우 한국문학 고유의 섬세한 시선과 정체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문학의 힘은 약자의 시선과 공동체적 감수성에 있는 만큼, 이러한 본질을 지켜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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