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회백] 동물애호가와 문화의 차이

이회백 박사(의사, 머서 아일랜드거주)

 

동물애호가와 문화의 차이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한국인이 개고기를 먹는다는 이유로 서구 사회의 강한 비난이 쏟아진 적이 있다. 특히 프랑스의 유명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Brigitte Bardot)가 그 선봉에 서며 국제적 논란으로 번졌다. 비슷한 시기, 로스앤젤레스에서는 한 한인이 애완견을 발로 찬 장면이 목격돼 신고를 받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신변의 위협을 느껴 거처를 옮겼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필자는 직장에서 동료들과 함께 켄터키 더비 경마를 시청할 기회가 있었다. 선두를 달리던 말이 뒤쫓는 말에 추월당할 위기에 놓이자 기수가 채찍으로 말의 엉덩이를 세차게 때리는 장면이 반복됐다. 수백만 명이 지켜보는 이 경기에서 동물 학대에 대한 문제 제기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이를 보며 문득 LA에서의 사건이 떠올라 “그 많은 동물애호가들은 어디에 갔을까”라고 물었지만, 동료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경험도 있다. 직장 식당에서 인도 출신 동료에게 음식을 권했더니 그는 “우리는 생명을 죽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채소는 괜찮으냐고 묻자 “식물은 감각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감각이 있는 동물은 절대 해치지 않느냐고 다시 묻자 그렇다고 했다. 이에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벌레를 죽이는 경우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의도적으로 죽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고 답했다. 결국 생명에 대한 기준 역시 문화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과거 인도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렸을 때 외국 선수들에게 소고기를 제공한다는 소문이 돌자 폭동이 일어난 적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뉴델리에서는 소를 예전만큼 쉽게 볼 수 없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신성한 존재였던 ‘홀리 카우(Holy Cow)’가 경제적 가치의 ‘캐시 카우(Cash Cow)’로 변해가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동물에 대한 인식과 태도는 문화적 배경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경마에서 채찍 사용을 금지하자는 주장 역시 일부에서는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문화는 각기 다르며, 동시에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한때 냄새 난다며 외면받던 김치가 이제는 건강식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것처럼 말이다.

동물애호의 가치 또한 중요하지만, 서로 다른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려는 시각 역시 필요하다. 이제는 타 문화를 일방적으로 비난하기보다, 그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성숙한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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