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방위 협박 안 통해…트럼프, 교황 비판으로 또 '자충수'
- 26-04-16
영어 유창한 미국인 교황, 반트럼프 구심점 등극
"보복 두려워 아첨하던 다른 나라 정상들과 달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레오 14세 교황을 향한 막말로 11월 중간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정치적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역사상 최초의 미국인 교황 레오 14세는 이란 전쟁을 놓고 유창한 영어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교황에겐 트럼프가 세계 각국에 휘두르는 관세·방위 협박도 통하지 않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가톨릭교회 수장인 교황이 트럼프 대통령 비판 진영의 구심점으로 떠올랐다"며 "미국인 교황의 정책 비판은 트럼프에게 정치적 위험을 초래해 미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이란 공격을 재차 비판하는 교황을 겨냥해 "나약하고 형편없다" "교황 후보 명단에도 없었는데 내 덕분에 그 자리에 앉았다"고 막말했다. 그는 "교황이 틀린 말을 했기 때문에 내가 사과할 일은 없다"고도 말했다.
교황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모국어인 영어로 "트럼프 행정부는 두렵지 않다"며 "전쟁 반대 목소리를 계속 낼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진보 성향의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영어를 거의 구사하지 못했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도발적 발언으로 때론 미국 주교들과 갈등을 빚었다"며 "레오 14세는 전통적 가톨릭 교리를 더 강조하는 노선으로 교회 내부에서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레오 14세의 충돌을 중세 교황과 황제의 경쟁에 비유하기도 한다. WSJ은 "나폴레옹(1769~1821년 프랑스 황제) 이후 트럼프 대통령처럼 교황을 공개 저격한 정치 지도자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교황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미 유권자들의 '분노'가 더 극심한 상황이다.
이란 전쟁 발발 후 올 3월 NBC 뉴스가 미국인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교황에 대한 호감도(긍정 평가에서 부정 평가를 뺀 수치)가 +34%포인트(p)로 트럼프 대통령(-12%p)을 압도했다.
이에 미국 내 가톨릭 표심도 흔들리고 있다. 미 유권자의 약 5분의 1은 가톨릭 신자다. 지난달 CBS·유거브 여론조사에선 조사에 응한 가톨릭교도의 54%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했다.
토머스 라이트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트럼프는 보복이 두려워 감히 반기를 들지 못한 세계 정상들의 아첨에 익숙했다"며 "그러나 바티칸(교황청)에는 관세 부과나 안보 공약 파기 같은 위협을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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