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대이란 벼랑끝 전술, 닉슨 '미치광이 이론' 재연"
- 26-04-09
트럼프는 "美의 완전한 승리" 주장했지만…英가디언 "성과 불분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이란을 상대로 쏟아낸 극단적 위협과 이후의 휴전 합의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이른바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을 떠올리게 한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영국 가디언은 8일(현지시간) 워싱턴발 분석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문명을 끝낼 수 있다'는 식의 강경 발언으로 공포를 극대화한 뒤 이란 측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동의하자 한 발 물러선 흐름이 닉슨식 협상술과 닮아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닉슨은 베트남전 당시 상대방이 자신을 예측 불가능하고 위험한 인물로 믿게 만들어 양보를 끌어내려는 전략을 구사했다. 적대국이 자신을 "핵 버튼을 누를지 모르는 통제 불능의 광기 어린 인물"로 믿게 만들어 협상력을 극대화하려 했던 것이다.
트럼프 역시 최근 이란을 향해 "문명을 끝낼 수 있다" "석기시대로 돌려보낼 수 있다" "교량과 민간 발전소를 파괴하겠다"는 식의 위협 후에 휴전에 동의했다. 이는 단순 충동이 아니라 상대를 위협해 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계산된 행동'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동산 재벌로 떠오르던 지난 1980년대에 닉슨과 서신을 주고받으면 신분을 쌓는 등 그를 존경하는 인물로 꼽았다. 이 때문에 트럼프의 대이란 협상술이 닉슨의 오래된 외교 문법을 다시 꺼내 든 사례라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라고 가디언이 전했다.
그러나 가디언은 닉슨식 전략을 사용한 트럼프 대통령의 성과가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동의하긴 했지만, 그 대가로 선박 통과 때마다 척당 최대 200만 달러를 받겠다는 요구가 현실화될 경우 오히려 해협 개방으로 더 큰 이익을 얻는 구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닉슨도 1972년 베트남에 무차별 폭격을 가한 뒤 평화협정을 맺었으나, 그 조건은 폭격 전과 다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2주 휴전 합의에 대해 "미국의 완전한 승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디언은 그냥 승리가 아니라 '피로스의 승리'(손해뿐인 승리)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가디언은 "6주 가까운 폭격에도 이란이 굴복하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을 피해갈 출구를 찾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이란 담당 국장 또한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비판자들이 쉽게 반박하지 못할 '결정적 한 방'을 찾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트럼프의 이 같은 협상전략이 단기적 효과를 낼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신뢰를 갉아먹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극단적 위협을 통해 이란을 협상장으로 끌어냈다 해도 그 과정에서 미국 스스로 문명국가의 가치 수호자란 이미지를 훼손했고, 트럼프 대통령 본인의 정신적 안정성과 직무 적합성을 둘러싼 의문을 다시 키웠다는 이유에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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