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 90분 앞 극적 휴전 끌어낸 파키스탄…'중재역' 빛난 배경
- 26-04-08
이란과 관계회복은 물론 트럼프와도 신뢰 구축…걸프국과 달리 미군기지도 없어
사우디와 상호방위협정으로 확전시 참전 부담…1972년 '닉슨-中 중재' 이후 존재감
미국과 이란이 협상 만료 시한을 불과 1시간 30분 남기고 2주간 휴전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양측을 오가며 이를 끌어내는 데 핵심 중재 역할을 맡은 파키스탄이 주목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 오후 8시(한국시간 8일 오전 9시)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거나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란의 교량과 발전소 등 주요 민간 인프라를 파괴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파키스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2주간 추가 협상 시간을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면서 파국은 일단 면하게 됐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엑스(X)를 통해 휴전이 즉각 발효했음을 확인하고, 미국과 이란 대표단을 오는 10일 이슬라마바드로 초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회담이 지속 가능한 평화를 달성하는 데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앞으로 며칠 내에 더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로써 파키스탄은 1972년 '닉슨-중국' 외교 중재 이후 다시 국제 무대에서 중재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게 됐다.
파키스탄이 미·이란 사이 핵심 중재국으로 부상한 배경에는 이란과 국경을 접하는 이슬람 국가라는 점은 물론, 미국과도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희소 채널'이라는 점이 작용했다.
파키스탄은 지난 1년간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구축에 공을 들여왔다. 아심 무니르 육군 참모총장은 다보스 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뒤, 그가 의장을 맡은 '평화위원회'에 합류하며 신뢰를 쌓았다.
특히 트럼프 가문과 연계된 스테이블코인을 국경 간 결제에 도입하기로 한 '크립토 딜'과 뉴욕 루스벨트 호텔 재개발 합의 등은 트럼프식 실용주의에 맞춘 외교적 성과로 평가된다.
파키스탄은 카타르 등 걸프 국가들과 달리 자국 내 미군 기지가 없어 중립적 중재자로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이란과는 남서부 발루치스탄 국경 분쟁을 딛고 최근 관계를 회복했으며, 1979년 미·이란 단교 이후 워싱턴 내 이란 이익대표부를 파키스탄 대사관이 맡아온 역사적 특수성도 큰 자산이다.
특히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체결한 전략적 상호방위협정(SMDA)은 파키스탄을 중재로 내모는 강력한 압박 요인이 됐다. 이란이 사우디를 공격할 경우 파키스탄은 자동 개입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이에 파키스탄은 이 협정을 이란 측에 상기시키며 중재를 펼쳤는데, 자신이 전쟁에 직접 휘말리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절박한 내부 사정도 한몫했다. 수니파가 절대 다수이지만 세계 2위의 시아파 인구도 보유하고 있는 파키스탄은 지난 2월 시아파 맹주 이란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폭사 이후 전국적인 항의 시위에 직면했다.
또한 전쟁으로 인한 연료 공급 중단이나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의 끊임 없는 갈등은 파키스탄 안보에 실존적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 전쟁 확산은 곧 자국 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중재를 생존의 문제로 만들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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