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뛰쳐나간 영국, 트럼프에 질려 다시 'EU 복귀' 모색
- 26-04-07
트럼프의 '겁쟁이' 비난·나토 탈퇴 위협에 충격 받아
영국인 57% 'EU와 관계 강화'…스타머 총리도 "협력" 강조
수년 전 유럽연합(EU)과 결별한 영국이 다시 EU 복귀를 모색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국을 대하는 불안정하고 모욕적인 행보가 영국 정가는 물론 국민들에게도 충격을 주며, 미국보다는 EU와 가까워지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논평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영국 국민의 14%만이 여전히 미·영 관계를 '특별하다'고 보았고,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원하는 응답은 18%에 불과했다. 반면 EU와의 관계 강화를 원하는 응답은 57%에 달했다.
지난주 키어 스타머 총리(사진)는 집권 이후 가장 친유럽적인 대국민연설을 내놓으며 "위험한 세계를 함께 헤쳐 나가기 위해 EU와의 파트너십을 더 과감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경제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인정했다. 미국의 경제연구소는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8% 감소했다고 추산했다. 영국 국민 다수도 이제 EU 탈퇴가 실수였다고 보고 있다.
안보적 요인도 EU와의 긴밀한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어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탈퇴 가능성을 언급하며 유럽 동맹국들을 '겁쟁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이 유럽에서 발을 빼면 러시아를 억제할 수 있는 것은 집단적 유럽의 힘뿐이다. 영국은 EU 회원국들의 병력과 산업 역량에 의존해야 하며, 동시에 유럽도 영국의 군사·산업 역량이 필요하다.
국내 정치 환경도 변했다. 집권 노동당은 여론조사에서 개혁당에 뒤처지고 있지만, 개혁당 대표 나이절 패라지는 '트럼프'와 '브렉시트'라는 점점 더 인기 없는 두 가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노동당은 이를 패라지의 약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한마디로 경제·안보·국내 정치 모두 스타머 정부를 워싱턴이 아닌 브뤼셀(EU 본부 소재지)로 향하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EU 복귀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FT는 보았다. 영국은 유로화 도입을 약속해야 하고, 대처 총리가 얻어낸 예산 환급 혜택도 완전히 되찾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처음엔 국민의 재가입 열망이 높더라도 이런 현실적 조건 앞에서 대중의 열기는 빠르게 식을 수 있다. EU 역시 영국 내에서 명확한 국민적 합의가 형성되기 전까지는 재가입 협상에 나서기를 주저할 것이다.
FT에 따르면 이를 감안한 듯 스타머 정부는 EU 복귀 문제를 단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영국과 유럽 모두 신뢰를 다시 쌓아야 하고, 구체적인 성과를 통해 협력의 필요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FT는 국제 정세가 빠르게 변하고 있어 영국과 유럽이 이 과정을 되도록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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