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교량 폭격' 앞 미군 딜레마…명령불복종이냐 전쟁범죄냐
- 26-04-07
전문가들 "민간 기반시설 무차별 공격은 전쟁범죄"…과거 처벌 사례도
'명백한 불법' 아닐 경우 거부시 항명 될 수도…트럼프는 전쟁범죄 일축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발전소와 교량 등 주요 민간 기반 시설을 폭격하겠다고 연일 위협에 나서자, 미군 지휘부가 "명령 불복종이냐, 전쟁범죄 가담이냐"라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영국 가디언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란이 협상에 응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지 않으면 미국이 이란의 발전소와 교량을 타격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7일 오후 8시(한국시간 8일 오전 9시)를 시한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란의 발전소와 교량을 공격하는 행위는 국제법상 전쟁범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네바 협약은 전력시설, 상수원 등 민간인의 생존에 필수적인 기반시설을 고의로 공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도 전날 전문가들을 인용해 전력망과 교량 등 민간 인프라를 겨냥한 무차별적 공격은 국제법상 금지된 행위로, 전쟁범죄로 간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직 미군 군법무관(JAG) 마거릿 도너번과 레이첼 반랜딩햄은 '저스트 시큐리티' 기고문에서 "그러한 수사적 발언이 실제로 이행된다면 가장 심각한 전쟁범죄에 해당할 것"이라며 "대통령의 발언은 군인들을 매우 힘든 상황에 놓이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란을 "석기시대로 되돌려 놓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포로도, 자비도 없다"는 명령이 '명백히 불법적'일 뿐만 아니라, 미군 장병들이 "평생 복종하도록 훈련받은" 도덕적·법적 원칙과의 단절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역사에서도 미군 장병이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명령을 수행한 뒤 처벌받은 사례가 있다.
1968년 남베트남 미라이에서 민간인 22명을 살해한 윌리엄 캘리 중위는 군사재판에서 마을을 소탕하라는 상급자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군인은 이성을 가진 존재로서 기계가 아닌 인간으로서 반응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며 명령이 "명백히 불법적"이므로 방어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문제는 미군 장병들이 이란의 발전소와 교량을 폭격하라는 명령을 받게 될 경우, 해당 명령을 "명백한 불법"이라며 거부할 수 있는지다.
앞서 헤그세스 장관은 국방장관으로 취임한 뒤 미군이 '전사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국제법 등의 교전수칙이 미군을 나약하게 만든다고 비판해 왔다. 그는 군 법무관들이 최전방 부대에 지나치게 제한적인 교전수칙을 강요했다며, 이때문에 적군이 승리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해 2월 국방부의 최고 군 법무관 3명을 해임해 미군 고위 장교들의 법률 자문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이어 지난해 3월에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기 설립한 '민간인 피해 예방·대응 부서'를 해체했다.
지난해 11월 해군 대령 출신 마크 켈리 상원의원(민주·애리조나)이 미군 장교들에게 '불법 명령 불복종'을 호소한 영상 메시지를 공개하자, 미 국방부는 그를 군형법에 따라 기소하기 위해 조사를 벌인 바 있다.
찰리 카펜터 매사추세츠대 정치학 교수는 "법이 병사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보통의 이해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명백히 불법적인 명령'에만 불복종하는 것"이라며 "잘못 판단할 경우 항명죄로 군사재판에 회부될 수도 있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이어 카펜터 교수는 "특히 법의 회색지대가 존재하는 경우, '아니오'라고 말하거나 전쟁 범죄를 막기 위해 나서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많다"고 우려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부활절을 맞아 열린 '백악관 달걀 굴리기 행사'에서 기자들에게 이란의 발전소와 교량 등 주요 기반 시설을 공격하는 것이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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