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이란 병에 다 물 채워"…인프라 초토화 위협에 이란인 절망·공포
- 26-04-07
BBC, 테헤란 주민들 인터뷰
"신정 붕괴 원하지만 발전소 등 공격은 선 넘는 것…점점 늪에 빠져드는 기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이란 내 발전소 및 교량 타격 시한이 다가오면서 일부 이란 시민들이 인프라 붕괴와 생존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BBC가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오후 8시'(미국 동부시간·한국시간 8일 오전 9시)까지 이란 측이 호르무즈 해협을 열지 않을 경우 발전소와 교량 등을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BBC는 이란 당국이 5주 넘게 인터넷을 차단해 내부 소통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현 체제에 비판적인 시민들 인터뷰에 성공했다며 그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이 현 신정 체제를 흔들 수 있다고 기대하면서도 발전소와 교량 등 에너지·교통 인프라만큼은 '넘지 말아야 할 선'으로 보고 있었다. 특히 전기와 물 공급 중단 가능성에 공포를 나타냈다.
테헤란에 거주하는 카스라(20대·이하 가명)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늪에 점점 빠져드는 기분"이라며 "한 달 뒤 가족과 함께 물도 전기도 없이 앉아서 누군가 촛불을 끄면 그냥 자는 상황을 계속 상상한다"고 말했다.
미나(20대)도 "엄마가 집 안의 병이란 병에 전부 물을 채우고 있다"며 "트럼프가 우리에게 전혀 관심 없다는 걸 더 많은 이란인이 깨닫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인권활동가통신'(HRANA)에 따르면 지난 1월 이란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됐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에 "지원이 곧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었지만, 보안군이 6500여 명의 시위대를 사살하고 5만 명 이상을 체포할 때까지도 실질적인 개입은 없었다.
카라지에 사는 아르만(20대)은 "지금까지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선 대부분 찬성했지만, 발전소를 때리는 건 나라를 마비시키는 일"이라며 "오히려 이슬람공화국(이란 정권)의 입지만 강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라딘(20대)은 "(미국 등의) 공격으로 이슬람공화국이 무너진다면 감수하겠다. 이슬람공화국이 이 전쟁에서 살아남으면 영원히 존속할 것이기 때문"이라며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현재 이란 내에선 전쟁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충격도 커지고 있다. 건설 감리사인 바흐만(20대)은 "일상이 사라졌다"며 "아무도 건물을 짓지 않아 출근도 못 하고 있다. 소규모 업체들은 이미 해고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테헤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잠시드(30대) 역시 "전쟁 전과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임대료 부담 때문에 한두 달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란 내 평균 월급이 200~300달러 수준인 데 반해 월 임대료는 2억 토만(약 1270달러)에 이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란 당국의 인터넷 차단 장기화도 시민들의 불안을 키우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BBC는 이란 시민들이 위성 인터넷인 스타링크 등 우회 접속 수단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지만 비용 부담이 크고 처벌 위험도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이란에선 스타링크를 보유하거나 사용하다 당국에 적발될 경우 최대 2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음에도 텔레그램 등을 통해 1기가바이트(GB)당 약 6달러에 인터넷 접속권이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가족 간 불화와 정신적 붕괴를 호소하는 젊은 층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마르잔(20대·여)은 "정신이 나갈 것 같다"며 "그 비싼 인터넷 사용료도 갱신하지 않았다. 트럼프가 에너지 기반 시설을 공격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너무 괴롭다. 부모님도 마찬가지고, 이젠 사소한 일로도 다툰다"며 "스스로는 괜찮다고 되뇌이지만 오늘 하루에만 세 번이나 정신적으로 무너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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