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신혜숙] Mt. Rainier

신혜숙(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Mt. Rainier 


뜨거운 여름 산속의 계곡은 뜨거울 리가 없다

높은 산을 완등한 너는 꼬리가 많은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어


반세기 동안 바라본 눈산을 가는 것

거대한 폭풍에 맞서는 바위에 대해서, 오랫동안 전해지는 전설에 대해서


가끔 구름모자를 쓰고 햇빛 한 줌 없는 가슴에 한 움큼씩 퍼지는 불빛 어린 피사체가 되었다가


코앞에 칼날 바람이 몰고 온 허공 같은 하얀 벽 더듬이는 얼어버렸지


그러나 나는 이미 몇 해 전 올라서 본 곳이라 별다른 위험을 느낄 수 없었어

비상식량을 먹는 동안 생명줄은 안개에서 벗어나곤 했지


너의 목소리는 계속 높은음자리표 영역에서 끝나지 않았어


지난겨울 혹독한 이야기에 대해, 그리고 추락했던 놀라움은 연습이라며 공포에 대해서

느낌표만 늘어났지


죽어간 영혼이 크레바스에서 허우적거리던 꿈에 대해

하지만 확인이 불가했어

신을 만난 자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두려움은 동굴에 매달렸지


어둠이 서려 있는 새벽

정상에 끝없이 펼쳐진 눈밭은 축구장이었다고

넓음은 많은 것을 수용하는 자세


이 모든 기억을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데

구름은 손가락을 감추려 해

쓰러져가던 지렁이는 오랫동안 꿈틀거렸지


하산길에서 빨간색 작은 집을 보았을 때

깊은 계곡에 두 발을 넣어야겠다고

차가움도 뜨거움도 떠나간 자리에

소진된 몸으로 쓴 너만의 역사


치열하게 준비했던 계획들은 분화구로 빠져들었어


이런 생각 속에서 생이 끝나기 전 다시 한번 눈산을 바라보지

그렇게 또 기록이 경신되는 눈산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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