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의 불똥, AI 칩·MRI 덮쳤다…'헬륨 대란'의 공포
- 26-04-01
카타르발 공급 중단에 가격 두 배 폭등…대체 불가 소재에 생산 차질 현실화
반도체 감산, MRI 중단 위기…공급망 취약성 드러낸 '블랙스완' 경고
이란 전쟁의 여파가 에너지 시장을 넘어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인 헬륨 공급망까지 뒤흔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공지능(AI) 칩 제조와 의료기기 등에 필수적인 헬륨 공급이 끊기면서 전 세계 반도체 및 방위 산업에 비상이 걸렸다고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헬륨은 우주에서 수소 다음으로 흔한 원소지만 지구에서는 희귀하며, 주로 천연가스 덩어리 속에 소량으로 존재한다. 에너지 생산 업체들은 헬륨을 메탄과 질소 등에서 분리한 뒤 극저온 액체 상태로 운송한다.
이 헬륨은 반도체 웨이퍼를 식각하는 공정에서 정밀한 온도를 유지하고 세척 후 유독성 잔류물을 제거하는 데 사용되는 대체 불가능한 소재다.
카타르는 세계 3대 헬륨 생산국이다. 이란은 지난 2월 28일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및 헬륨 생산 시설인 카타르의 라스라판 산업단지를 타격했다.
이 공격 이후 카타르는 연간 헬륨 수출량이 14% 감소했다면서 복구에 최대 5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카타르산 헬륨의 유일한 해상 수출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분쟁으로 사실상 봉쇄되면서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헬륨 현물 가격은 전쟁 발발 이후 2배 이상 급등했으며 산업용 가스 공급업체인 에어프로덕츠와 린데 등은 불가항력을 선언하고 고객들에게 공급량 감축과 가격 인상을 통보하고 있다.
한국은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 생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피치레이팅스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헬륨 수입량의 약 3분의 2를 카타르에서 조달했다.
WSJ은 산업통상부 산하 무역투자진흥공사가 한국 기업들의 헬륨 수요 증가에 대응해 미국 헬륨 공급업체들에 공급 방안을 문의했다고 전했다.
피치는 대만 또한 헬륨의 상당 부분을 카타르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비슷한 위험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헬륨 공급 위기는 의료 분야에도 위협이 된다. 대부분의 MRI 스캐너는 초전도 자석을 영하 269도의 극저온으로 냉각시키기 위해 약 1500~2000L의 액체 헬륨을 필요로 한다. 헬륨 공급이 중단되면 이 온도를 유지할 수 없어 MRI 장비는 사실상 비싼 고철 덩어리로 전락한다.
헬륨은 미국, 카타르, 러시아 등 소수 국가에 생산이 집중돼 있고 액체 상태로 운송해야 하기에 35~48일이 지나면 기화돼 손실이 나타난다. 장기 저장이 어렵다는 뜻이다.
미국 미네소타주와 그린란드에서 헬륨 탐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펄사라는 기업의 클리프 케인은 "이는 우리가 항상 두려워했던 '블랙 스완'이 될 것"이라며 "누가 헬륨을 얻을 수 있고 얻을 수 없는지가 점점 더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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