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기침 오래간다 했더니"…스펀지 같던 폐가 굳는 '이 병'
- 26-03-29
'간질성 폐질환' 10명 중 6명은 60~70대
"주 증상은 마른기침·호흡곤란…만성폐쇄성폐질환과 혼동하나 기전 달라"
고령층 가운데 기침이 몇 주째 이어지고, 계단 몇 층만 올라가도 숨이 찬다면 단순한 감기나 체력 저하로 넘겨서는 안 된다. 폐가 서서히 딱딱하게 굳어가는 '간질성 폐질환'의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지만, 한 번 진행되면 되돌리기 어려워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간질성 폐질환은 폐포(공기주머니) 사이를 채우는 '간질' 조직에 염증이 생기고 시간이 지나면서 섬유화가 진행되는 질환이다. 정상적인 폐는 말랑한 스펀지처럼 탄성을 지녀 산소와 이산화탄소 교환이 원활하게 이뤄진다. 그러나 간질 부위가 두꺼워지고 비정상적인 콜라겐이 쌓일 경우 폐는 딱딱한 고무 타이어처럼 뻣뻣해지고 호흡 곤란이 발생한다.
변민광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포 주변 간질 조직에 염증세포 퍼지고 섬유화가 진행되면 산소 교환 능력이 떨어지면서 호흡이 어려워지게 된다"며 "간질성 폐질환 가운데 폐섬유증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간질성 폐질환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석면·규사·금속·분진이나 곰팡이·유해가스 등 외부 유해물질을 장기간 흡입하는 환경적 요인이다. 탄광, 건설 현장, 축산업 등 특정 직업군에서 위험이 높다. 둘째는 자가면역질환이다. 류머티즘관절염, 전신경화증, 루푸스 등이 있다. 마지막은 명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다. 이를 '특발성 폐섬유증'이라고 부른다. 특별한 원인 없이 폐가 빠르게 굳어가는 질환으로, 간질성 폐질환 중에서도 예후가 좋지 않은 유형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증상은 마른기침과 호흡곤란이다. 초기에는 계단을 오르거나 빠르게 걸을 때 숨이 차는 정도지만, 질환이 진행되면 일상적인 활동에서도 숨이 가쁘고 심한 경우 가만히 있어도 호흡이 힘들어진다.
변 교수는 "초기에는 단순 노화나 체력 저하로 오해해 무심코 넘기는 경우가 많다"며 "증상이 점차 악화하면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고 심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간질성 폐질환 환자는 고령화와 의학 진단 기술의 발전으로 환자 발생이 증가하는 추세다. 2023년 국내 간질성 폐질환 환자는 약 5만 5000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60~70대 환자가 전체의 64.5%를 차지해 고령층에서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간질성 폐질환은 흔히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과 혼동되지만 병의 기전은 다르다. COPD는 흡연 등으로 기도가 좁아지거나 폐포가 파괴돼 공기가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폐쇄성 질환'이다. 반면 간질성 폐질환은 폐 조직 자체가 딱딱해져 공기가 충분히 들어가지 못하는 질환이다. 쉽게 말해 COPD는 '막힌 폐', 간질성 폐질환은 '굳은 폐'로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치료 접근도 달라 정확한 감별 진단이 필수적이다.
간질성 폐질환의 가장 큰 문제는 비가역성이다. 한번 섬유화된 폐 조직은 정상 상태로 회복되기 어렵다. 일부 환자에게서는 질환이 빠르게 진행돼 생존율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진단은 문진을 통해 직업, 환경 노출, 기저질환 등을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후 흉부 고해상도 CT를 통해 폐 섬유화 정도를 확인하고 폐기능검사를 통해 산소 교환 능력을 평가한다. 필요시 기관지 내시경이나 조직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감별한다.
치료는 원인과 질환 유형에 따라 달라진다. 염증이 주요 원인일 경우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고, 섬유화가 진행된 경우에는 항섬유화제를 통해 질환의 진행 속도를 늦춘다. 저산소증이 심한 경우 산소치료가 필요하며, 말기 환자에게서는 폐 이식이 고려되기도 한다. 다만 약물 치료는 장기적으로 부작용 가능성이 있어 전문의와의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예방과 조기 발견을 강조한다. 가장 중요한 예방법은 금연이다. 흡연은 폐 섬유화를 촉진하는 대표적인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또한 유해 물질에 노출되는 환경에서는 방진 마스크를 착용하고,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외출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변 교수는 "50세 이상이면서 흡연력이 있다면 흉부 X-레이나 폐 기능 검사, CT 등을 통한 정기 검진이 필요하다"며 "지속적인 기침이나 호흡곤란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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