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최악 시기에"…고부채·고금리 늪 빠진 지구촌, 유가에 '속수무책'
- 26-03-27
각국, 유가 억제 위해 세금 감면·가격 상한제 도입
WSJ "재정 부담 커지며 개도국 타격 우려 확산"
수십 년 만의 최악 에너지 충격이 하필이면 각국 정부 부채가 사상 최고 수준인 상태에서 가해져 대응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분석했다. 팬데믹 당시와 달리 금리까지 높은 상황이어서 차입 비용은 많이 늘어난 상태다.
미국 조지아주는 갤런당 33센트의 유류세를 중단했고, 영국은 일부 가구의 난방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중국·헝가리·일본은 주유소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으며, 아시아에서는 중국·한국·태국이 연료 수출을 제한했다. 독일은 에너지 기업에 대한 횡재세를 제안했고, 뉴질랜드는 저소득·중산층 가구에 월 120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이런 정책들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문제는 재정 여력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세계는 이미 100조 달러가 넘는 공공부채를 안고 전쟁에 들어섰고, 금리도 팬데믹이나 2022년 에너지 위기 때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미국은 올해만 1조9000억 달러의 재정적자가 예상되는데, 국방부는 전쟁 비용으로 추가 2000억 달러를 요청했다. 프랑스와 독일도 장기전이 될 경우 국가부채 비율이 각각 국내총생산(GDP) 대비 130%, 8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시장은 불안하다. 미국 국채 수익률은 급증했고, 에너지 충격을 크게 받은 유럽에서는 영국·프랑스·독일의 차입 비용이 1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유럽은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약 5000억 달러를 투입해 가격을 억제했지만, 그 후유증으로 부채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
이 상황에서도 정부가 유가에 개입해야 하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 매사추세츠 애머스트 대학교 부교수인 이사벨라 베버는 "전쟁이 내일 당장 끝난다고 해도 가능한 한 빨리 개입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지금은 재정 부담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인플레이션과 경제 생산량 감소를 막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런던 정경대학(LSE)의 리카르도 레이스 교수는 "역사 속 수많은 경험을 통해 가격 상한제는 좋지 않은 생각이라는 것이 입증됐다"며 "정부 예산에 점점 더 큰 구멍을 만들 뿐"이라고 말했다.
WSJ은 "한국은 30년 만에 처음으로 휘발유 도매가격을 갤런당 약 4.40달러로 제한하는 가격 상한제를 시행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는 약 10% 인하 효과라고 추산했다"면서 각국에서 가격 통제 정책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각국의 가격 통제 정책은 시장 왜곡과 재정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도 했다. 슬로베니아는 국경을 넘어온 외국인들의 ‘기름 관광’으로 하루 구매량을 제한했고, 슬로바키아와 헝가리는 자국민만 저렴한 연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태국은 하루 3000만 달러 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디젤 가격 상한제를 폐지했고, 이집트는 올해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20% 가까이 인상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충격이 특히 개발도상국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한다. 시카고대 라구람 라잔 교수는 “부채 한계가 낮은 개발도상국은 충격을 더 빨리,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WSJ은 전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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