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휴전 제안' 본격 협상국면…"난제 수두룩, 조기타결 난망"
- 26-03-25
美, 농축 제로 등 15개 요구사항 전달…이란도 '협상 개시' 동의한 듯
美신뢰 못하는 이란, 호르무즈 쥐고 버틸 가능성…"기본 틀만 먼저 합의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에 '한 달 휴전' 제안과 함께 15개 항목의 요구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측에서도 최고지도자가 미국과의 협상 개시를 승인했다는 보도가 이어지는 등 본격적인 협상 국면에 접어든 분위기다.
다만 핵·미사일 프로그램 폐기 등 쟁점을 놓고 미국과 이란 양측의 입장차가 큰 데다 이란 측에서 결정권을 가진 대화 상대가 불분명한 점 등으로 인해 협상 타결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관측이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이스라엘 매체 채널12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한 달간 휴전하고 15개 요구사항을 논의하자는 제안을 파키스탄을 통해서 이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 15개 요구사항에는 △기보유 핵능력 해체 △핵무기 미추구 약속 △이란 영토 내 핵물질 농축 전면 금지 △양측 합의한 가까운 시일내 기존 농축 물질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양도 △나탄즈·이스파한·포르도 핵시설 해체 △IAEA에 완전한 이란 핵정보 접근권 부여 △중동 내 대리세력에 대한 자금·무기 지원 중단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 항해 구역 개방 △미사일 수량과 사거리 제한 △방어 목적으로만 미사일 사용 제한 등이 포함됐다.
이에 대한 대가로 미국은 이란에 대한 모든 제재를 해제하고, 이란 부셰르에서 민간 원자력 발전을 지원하고, 스냅백 제재(합의 위반 시 제재를 즉시 복원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 위협을 없애겠다고 제안했다고 채널12는 전했다.
이런 제안에 대한 즉각적인 이란 측 반응은 아직 전해지지 않고 있다. 다만 23일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과 대화 진전 및 발전소 공격 5일 유예' 발표 이후 이란 측에서도 협상 움직임이 감지된다.
CNN은 이날 미국과 이란 사이에 "접촉(outreach)"이 있었으며, 이란은 전쟁을 끝내기 위한 "지속 가능한" 제안을 들을 용의가 있다고 이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최근 며칠 사이 미국의 주도로 미국과 이란 간의 접촉이 있었으나, 아직 본격적인 협상 수준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며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가 가능한지 범위를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중재자를 통해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말했다.
아랍권 뉴스채널 알 아라비야는 이날 이스라엘 일간지 예디오트 아하로노트를 인용해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미국 측 특사에게 전쟁 종식을 위한 회담 개최에 동의한다는 메시지를 비밀리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파키스탄과 튀르키예, 이집트 등이 중재자로 적극 나서면서 협상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번주 내로 미국과 이란 대표단 간 회담을 성사하는 것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으며,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가 협상 장소로 거론되고 있다.
BBC는 "흥미로운 점은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최근 성명에서 이번 전쟁 첫날 피살된 부친인 전 최고지도자가 사랑했던 국가라고 언급한 것"이라며 파키스탄의 중재 역할을 조명했다.
그러나 BBC는 이날 미국과 이란 사이에 외교의 작은 창이 열렸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지만, 전쟁의 조기 종결로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분석했다.
우선 이번 전격적인 군사공격은 물론 지난해 6월까지 두 차례나 협상 중 공격을 당한 이란은 트럼프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 이란은 국제유가 등 미국 경제에 대한 충격을 막기 위해 시간을 벌려는 정치적 노림수가 아니냐는 의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실제 해병대 등 미군 추가 병력이 여전히 중동으로 향하고 있어 지상전 개시 가능성이 살아 있다.
협상 상대로 최근 거론되는 인물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인데, 이란 내부에서는 그 역시 강경파로 분류되며, 실제 대화가 성사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트럼프의 입장에서 갈리바프는 이란의 안보와 정치권력 간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강력한 지도자다. 소식통에 따르면 갈리바프와의 대화를 시도하는 간접적인 노력은 있었지만, 아직 공식적인 성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중재 노력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갈리바프는 이념적으로 비교적 유연한 인물로 여겨지는 마지막 남은 인물"이라며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조차 이름을 언급하면 이란이 그를 제거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이스라엘은 곧바로 그의 이름을 지목했다"고 전했다.
이란과 자신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 이란 인사로서는 누가 됐든 미국과의 회담은 매우 위험한 시도가 된다.
또한 구체적인 안건에서도,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1년 넘게 대치와 협상을 이어오면서도 접점을 찾지 못한 난제들이라는 점에서 단기간 내 타결 전망은 밝지 않다.
CNN은 이날 미국의 요구 목록들을 보도하면서 전쟁 발발 전 미국이 요구했던 것들을 상당수 포함하고 있다며, 이 중 일부는 이란이 수용 불가한 조건이라는 소식통들의 언급을 전했다.
미국 측 15개 요구사항을 보도한 채널12는 "이란이 동의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며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짚었다. 이어 미국과 이란이 전반적인 틀의 합의만 맺고 까다로운 세부사항들은 추후로 미루는 시나리오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도 이날 15개 요구사항과 관련, 지난해 6월 '12일 전쟁' 직전까지 미국이 이란과의 핵 협상에서 요구했다가 이미 실패했던 조건들을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며 이란이 수용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보도했다.
전쟁으로 인해 피해가 극심한 이란 측 자세가 더욱 강경해질 가능성도 있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한달에 걸친 집중 공격에도 불구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통해 세계 경제의 숨통을 틀어쥐면서 협상력을 강화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도 협상 진전을 어렵게 할 수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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