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AI 가짜 이미지, 언론 타고 확산…검증체계 '흔들'
- 26-03-24
이란 전쟁 AI 이미지, 언론 유통망 타고 확산…검증체계 흔들
AI 생성물 확산에 검증 부담 증가
이란 전쟁 관련 인공지능(AI) 조작 이미지가 국제 통신사와 언론 기사 유통망을 거쳐 실제 보도에 사용된 사례가 확인되면서 시각자료 검증 부담이 커지고 있다.
23일 외신에 따르면 최근 전쟁 보도에서 AI 조작 이미지가 확산하면서 언론의 검증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이치벨레(DW)는 지난 19일 이란 전쟁 관련 이미지가 사진 에이전시를 거쳐 유럽 주요 매체 보도에 사용됐다가 뒤늦게 삭제·정정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네덜란드 통신사 ANP는 이달 초 자사 데이터베이스에서 이란 관련 사진 약 1000장을 삭제했고, RTL Nieuws와 독일 슈피겔도 사용 이미지를 내리거나 정정했다.
문제의 이미지는 다단계 유통 구조를 통해 확산했다. DW 보도에 따르면 이란 사진 에이전시 살람픽스(SalamPix)에서 출발한 이미지가 프랑스 아바카 프레스(Abaca Press)를 거쳐 유럽 이미지 유통망으로 전달됐으며, 이후 각 언론사에 공급됐다.
이 과정에서 별도 검증 없이 기사에 반영된 사례가 확인됐다. 통신사와 이미지 플랫폼을 거친 자료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한 기존 제작 관행이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언론이 통신사 공급 이미지에 일정 수준 신뢰를 부여해온 관행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DW는 통신사가 제공한 콘텐츠의 진정성을 일정 부분 신뢰하는 관행이 존재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와 실제 사진이 함께 유통되면서 기존 방식만으로는 진위를 가리기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증 부담은 물량 측면에서도 커지고 있다. DW는 하루 평균 약 14만장의 이미지를 통신사로부터 수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통신사 ANP 역시 하루 약 6만장의 이미지를 처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개별 검증이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RTL Nieuws 보도에 따르면 ANP는 129개 사진 에이전시와 협력하며 이미지를 공급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모의 이미지를 동시에 판별할 수 있는 AI 기반 검증 도구는 아직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의심 사례가 발견되면 전문가 검증을 거쳐 전체 이미지를 비활성화하고 언론사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이란 미나브 지역의 한 학교에 공습이 가해진 후 희생자들을 위한 무덤이 마련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해당 사진을 두고 AI 도구가 잘못된 출처를 제시하며 허위로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위성사진과 현장 영상 등을 종합한 결과 해당 사진은 진짜로 판명됐다
이란 전쟁을 둘러싸고는 AI 생성 시각물이 확산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AFP 팩트체크는 전장 장면처럼 보이는 영상과 이미지가 온라인에서 퍼졌지만 실제로는 AI 생성물로 확인된 사례를 잇달아 보도했다. 일부 콘텐츠는 실제 뉴스 영상과 유사한 구도를 활용해 사실처럼 보이도록 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실제 이미지가 가짜로 오판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가디언은 이란 미나브 지역 공동묘지 사진을 두고 AI 도구가 잘못된 출처를 제시하며 허위로 판단한 사례를 보도했다. 연구자들은 위성사진과 현장 영상 등을 대조해 해당 사진이 실제임을 확인했다.
현장과 기술 환경 모두에서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알자지라 미디어 인스티튜트 보고서는 생성형 AI가 허위정보의 양과 정교함을 키우고 있으며, 완전 자동화 검증 시스템은 언어와 문화적 맥락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는 진짜 콘텐츠를 가짜처럼 보이게 하거나, 가짜 콘텐츠를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의 공격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번 사례는 전쟁 보도의 검증 대상이 텍스트를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사진과 영상의 진위뿐 아니라 생성 경로와 유통 이력까지 함께 확인해야 하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언론이 기존 공급망을 활용하더라도 AI 생성물 여부를 별도로 점검하는 절차 없이는 유사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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