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은 시작일 뿐?…"유가 120달러 땐 환율 '1550원' 열린다"
- 26-03-19
중동 정세 불안 장기화에 달러·원 환율 고점 부근 등락 지속
전문가들 "국제유가 상승세 고착 시 원화 추가 절하 불가피"
장중 1500원 선을 넘어섰던 달러·원 환율이 고점 부근에서 등락하며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중동 사태로 촉발된 유가 불안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시장은 추가 상승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세가 고착화될 경우 원화 가치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할 경우 환율 상단이 1550원까지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며, 시장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18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되면서 달러·원 환율은 1490원대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3일 1493.7원으로 마감한 환율은 16일 정규장에서 1500원을 돌파한 뒤 1497.5원으로 장을 마쳤고, 17일에는 3.9원 밀려난 1493.6에 거래를 마쳤다.
주간거래 기준으로 환율이 1500원 선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17년 만으로, 최근에도 고점 부근에서 불안정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야간 거래에서는 거래량이 비교적 얇고 외환당국 개입이 제한된 영향으로 지난 3일과 13일에도 1500원을 상회한 바 있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사태가 3주 차에 접어든 가운데, 환율은 1460~1490원 선에서 요동치며 높은 변동성이 유지되고 있다. 원유·천연가스를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특성상 원화가 국제유가 상승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지금의 고유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원화 절하 현상이 심화해 환율이 155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향후 원화 흐름은 국제유가 방향에 달려있다는 관측이다.
17일(현지시간) 브렌트유는 전일 대비 3.2% 오른 배럴당 103.42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9% 상승한 96.2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이란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환율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까지 극대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원화 가치는 유가 흐름에 연동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단기적으로 환율은 1500원이 지지되는 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국제유가가 120달러를 돌파할 경우 1550원에 근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유가 불확실성이 커 단기 상단에 대한 전망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사태가 6개월 이상 이어질 경우 1550원까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심리적인 단기 상단은 1500원에서 형성될 것"이라며 "유가가 하향 안정세에 접어들 경우 전쟁 이전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은 지난 16일 NH금융연구소가 공개한 '이란 전쟁 전개 시나리오별 경영 환경 변화 및 대응 포인트' 보고서와도 궤를 같이한다.
보고서는 전쟁이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환율이 1500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84.55.포인트(5.04%) 오른 5925.03에 마감했다. 코스닥은 전일 대비 27.44%(2.41P) 상승한 1164.38을 기록했다. 2026.3.18 ⓒ 뉴스1 황기선 기자
전문가들은 중동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면서 의미 있는 경제 전망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정학적 이벤트가 발생하면 그에 따른 경제 여파는 이벤트의 길이에 따라 달라진다"며 "전쟁의 지속·종식 국면이 뚜렷해져야 의미 있는 전망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이벤트로 인한 환율 변동은 보통 30원 내외에서 유지된다"며 "오버슈팅이 있더라도 한동안은 1490원 선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중동 상황이 예상보다 길어지며 국제유가 역시 널뛰기를 이어가고 있다"며 "단기적인 전망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서 연구위원 역시 "고유가로 인한 생산자물가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기까지는 최소 1~3개월의 시차가 있다"며 "아직 경제지표에 반영된 영향이 제한적인 만큼 외환·통화당국의 정책 방향을 단정하기는 이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태가 환율과 물가 흐름의 방향을 뚜렷하게 바꾸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전쟁이 예상보다 중장기화할 경우 한국은행의 매파적 성향이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외환당국 역시 보다 적극적인 시장 안정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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