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판 왕좌의 게임"…유언장 뒤집은 모즈타바 승계 강행 '치열 암투'
- 26-03-17
NYT "'세습 불가' 하메네이 유언장 등 내세운 온건파, 강경파 혁명수비대가 눌러"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최고지도자 승계가 겉보기엔 예정된 수순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치열한 권력투쟁과 전쟁의 한가운데서 이루어진 '왕좌의 게임' 같은 극적인 과정이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와 온건파가 대결한 데서 강경파가 이겨 그가 선출됐지만 당초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측근들이 제시한 세 명의 후보자 중에 모즈타바는 끼지도 못했다는 설명이다.
NYT는 이란 고위 관리 5명, 성직자 2명, 최고 지도자 사무실과 연관된 이란인 2명, 그리고 선출 과정에 정통한 이슬람 혁명 수비대 대원 3명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같이 보도했다.
후계자를 뽑는 이슬람 공화국판 왕좌의 게임이 시작된 것은 아버지 알리 하메네이가 호메이니에 이어 1989년부터 36년 넘게 이란을 통치하다가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 첫날인 2월28일 공습으로 사망하면서다.
후계자 선출은 성직자회의와 두 가문, 즉 하메네이와 호메이니 가문 간 경쟁으로 전개됐다. 군 지휘관과 정치인들이 각자의 세력을 지키려 했고, 암살 공작으로 악명 높은 전직 정보 책임자까지 가세했다.
알리 하메네이는 생전 세 명의 후계 후보를 지목했지만, 아들 모즈타바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전쟁 속에서 체제 존속 여부가 시험대에 오르자, 혁명수비대와 강경파의 지원을 등에 업은 모즈타바가 결국 승계자로 부상했다.
3월 3일, 최고지도자 임명을 헌법상 책임지고 있는 88명의 고위 성직자로 구성된 전문가회의는 화상으로 비밀회의를 열어 후보 중 한 명이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선출이 완료되는 절차를 시작했다. 같은 날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본부가 파괴되고 일부 인원이 사망했다.
강경파는 기존 노선을 유지하며 대외 강경책을 이어가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이자 실질적 통치자로 알려진 알리 라리자니는 전문가회의 일부 위원들에게 이란에는 온건하고 통합적인 지도자가 필요하며,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분열을 조장하는 인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온건파인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여러 고위 관리 및 성직자들도 반대 의견에 동참했다.
온건파는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과 호메이니 가문의 하산 호메이니, 학자 알리레자 아라피 등을 후보로 내세우며 대미 화해와 새로운 통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관계자들에 따르면, 총회가 주요 후보들을 놓고 토론하는 동안 국가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분노가 커지면서 온건파의 노력을 무산시켰다.
이에 혁명수비대와 의회 의장 모함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전략가 모함마드 알리 자파리 장군, 혁명수비대 전 정보국장 호세인 타에브 등 강력한 후원 세력의 지지를 받은 모즈타바가 첫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을 확보했다.
하지만 승계 발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위협으로 지연됐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후계자가 누구든 제거하겠다고 경고했다. 온건파 역시 포기하지 않았다. 라리자니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자며 하메네이의 계승 발표를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 이스라엘 카츠가 후계자를 제거하겠다고 위협했기 때문에 그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이유였다. 3월 6일 실제로 이스라엘은 최고지도자 관저를 폭격했다. 하지만 모즈타바는 부재중이었다.
라리자니는 또 헌법에 따라 온라인 투표가 아닌 직접 투표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온건파 인사들은 알리 하메네이가 가족 승계를 금지했다는 유언장을 제시하며 재투표를 요구했다. 하메네이가 세습을 금지한 이유는 그것이 1979년 군주제를 무너뜨린 이슬람 혁명의 본질에 위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혁명수비대는 이를 '쿠데타 시도'라 규정하고 강력히 반발했다.
3월 7일, 온건파 대통령 페제시키안은 걸프 지역 아랍 국가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사과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이는 혁명수비대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혁명수비대 전 정보국장 타에브는 전문가회의 88명 전원에게 전화를 걸어 모즈타바에게 투표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알리 하메네이의 아들에게 투표하는 것이 도덕적, 종교적, 이념적 의무라고 주장했다.
3월 8일 다시 화상으로 열린 최종 투표에서 88명 중 59명이 모즈타바에게 표를 던져 모즈타바는 3분의 2 이상을 확보했다. 비록 만장일치는 아니었지만, 전문가회의는 자정 직전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새로운 최고지도자로 공식 발표했다. 발표 직후 축하와 충성 서약이 이어졌고, 반대파조차 공개적으로는 새 지도자 지지에 합류했다.
왕좌의 게임은 2011년부터 9년간 방영된 미국 HBO 드라마로, 권력과 왕좌를 둘러싼 치열한 정치, 군사적 암투를 그린 작품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선출 과정 역시 가문 간 경쟁, 비밀 회의, 군사 세력의 개입, 그리고 극적인 반전이 이어지며 드라마 속 줄거리와 놀라울 만큼 닮아 있었다고 NYT는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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