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코로나·독감, 수년 뒤 폐암 위험 높일 수 있다”

미 연구팀 “폐 면역 변화로 종양 성장 촉진…백신 접종이 예방 도움”


코로나19나 독감 같은 호흡기 감염이 단순한 일시적 질환에 그치지 않고 수개월에서 수년 뒤 폐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백신 접종을 통해 이러한 위험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됐다.

미 버지니아대 의대 지에 쑨 박사 연구팀은 최근 과학 저널 ‘셀(Cell)’에 발표한 연구에서 중증 코로나19와 독감 감염이 폐를 암에 취약한 상태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코로나19로 입원했던 환자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하고, 생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와 독감 바이러스 감염 실험 및 유전자 분석을 진행했다. 연구 결과 심각한 호흡기 감염이 폐 면역세포의 기능을 변화시켜 시간이 지난 뒤 암 종양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우선 2020~2021년 사이 약 7,590만 명의 의료 데이터를 분석하는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다. 대상은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과 감염 후 경증 또는 중등 증상을 겪은 사람, 그리고 입원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 등으로 나뉘었다.

그 결과 중증 코로나19로 입원 치료를 받은 환자는 폐암 발생 위험이 약 1.24배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위험 증가는 흡연 여부나 기존 질환 등 다른 건강 요인과 관계없이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생쥐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됐다. 코로나19나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폐암 세포를 주입한 생쥐에서는 종양의 개수와 크기가 증가하고 생존율이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폐 면역세포의 변화를 지목했다. 특히 폐를 보호하는 면역세포인 호중구(neutrophils)와 대식세포(macrophages)가 바이러스 감염 이후 비정상적으로 변화하면서 염증이 지속되고, 결과적으로 암이 성장하기 쉬운 환경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폐 조직을 이루는 폐상피세포에서도 이러한 면역 변화가 확인됐으며, 유전자 변형 폐암 생쥐 모델에서도 감염 이후 폐암 발생과 진행이 가속화되는 현상이 관찰됐다.

다만 연구팀은 백신 접종이 이러한 위험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전에 백신을 맞은 경우 면역계가 감염과 싸울 준비가 되어 있어 암을 촉진할 수 있는 폐의 면역 변화가 상당 부분 예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쑨 박사는 “심한 코로나19나 독감에 걸리면 폐가 오랫동안 염증 상태에 놓일 수 있고, 이는 암이 자리 잡기 쉬운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백신 접종은 이러한 폐의 해로운 변화를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어 중증 감염 예방이 결과적으로 간접적인 암 예방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중증 호흡기 감염 이후 폐암 위험이 높은 환자를 조기에 식별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폐렴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폐암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전략을 찾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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