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온라인은 '서사 전쟁'…허위 전황 담은 AI 조작영상 판쳐
- 26-03-05
소셜미디어 통해 친이란-반이란 세력 심리전 치열
과거 영상·비디오게임 장면 편집해 공격 성과 과장·허위정보 유포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중동 분쟁이 격화하면서 온라인에서도 허위정보가 급속히 확산되며 이른바 '서사 전쟁(narrative war)'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재활용된 영상과 비디오게임 장면,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전투 이미지뿐 아니라 위성사진까지 조작된 콘텐츠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며 정보 혼란을 키우고 있다.
AFP통신은 4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중동 전쟁이 확대되자 온라인에서도 또 다른 '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측 지지자들이 소셜미디어에 허위 정보를 대량으로 퍼뜨리면서 실제 현장 정보보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AFP 팩트체크팀은 친이란 계정들이 과거 영상을 재사용해 이란이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가한 미사일 공격 피해를 과장한 사례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텔아비브 공격 영상으로 확산된 일부 영상은 2025년 두바이 창고 화재 영상으로 드러났고, 미군 전투기 격추 장면으로 퍼진 영상은 군사 시뮬레이션 비디오게임 장면으로 확인됐다.
출처:AFP 팩트체크팀
영국 싱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ISD)의 무스타파 아야드 연구원은 AFP에 "온라인에서 분명한 서사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걸프 지역 공격을 정당화하거나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격에 맞서 이란의 군사력을 과시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대로 이란 반정부 성향 매체들도 엑스(X)와 텔레그램 등을 통해 이란의 한 여학교에 대한 미사일 공격이 정부 소행이라는 허위주장 등을 퍼뜨리고 있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했다. ISD는 이란 지도부를 사칭한 가짜 소셜미디어 계정도 다수 등장했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비디오게임 장면을 이란의 미사일 공격 영상으로 둔갑시키거나 미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이 격침되는 장면 등을 AI로 조작한 영상도 주요 플랫폼에서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허위정보 감시기관 뉴스가드에 따르면 이러한 조작 영상은 엑스에서만 219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출처:파이낸셜타임스
최근에는 AI로 조작된 위성사진까지 확산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소셜미디어에는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카타르에 있는 미군 레이더 시설이 파괴됐다는 위성사진이 퍼졌지만 실제로는 바레인 지역 위성사진을 AI로 변형한 이미지로 확인됐다.
해당 이미지는 이란 신문 테헤란타임스 공식 계정에서도 공유돼 약 100만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여러 플랫폼에서 확산됐다. 그러나 분석 결과 차량 위치와 그림자 방향이 과거 사진과 동일하고 건물 구조 일부가 인위적으로 수정된 흔적이 발견됐다.
미국 기업연구소(AEI)의 미디어 담당 이사이자 오픈소스 정보(OSINT) 연구자인 브래디 아프릭은 FT에 "위성사진은 복잡한 기술로 촬영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사실의 증거로 믿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AI는 이런 이미지를 조작하는 것을 훨씬 쉽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조사 전문가 헹크 판 에스는 "사람 얼굴 딥페이크와 달리 위성사진은 생체 특징이 없어 조작 여부를 알아내기가 훨씬 어렵다"며 "과거에는 국가 정보기관 수준의 기술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누구나 AI 도구로 그럴듯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출처: 파이낸셜타임스
플랫폼들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엑스는 전쟁 관련 AI 생성 영상을 공개하면서 이를 명확히 표시하지 않을 경우 제작자를 90일 동안 수익 공유 프로그램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엑스 제품 책임자인 니키타 비어는 "전쟁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현장의 정확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현재 AI 기술로는 사람들을 오도할 수 있는 콘텐츠를 쉽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I가 만들어내는 조작 콘텐츠가 전쟁 상황의 정보 환경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디어 진위 검증 기업 오픈오리진의 공동 창업자 아리 아벨슨은 "전쟁의 안개가 이제는 '전쟁의 잡음'으로 바뀌고 있다"며 "AI가 만들어낸 콘텐츠가 정보 생태계에 끝없는 잡음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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