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피자게이트' 망령…의회 증언 힐러리 "기괴한 질문 받아"
- 26-02-27
10년 전 허위 판명된 '민주당 아동성매매 연루' 음모론, 의회까지 침투
힐러리 "엡스타인 아는 바 없어…진실 원하면 트럼프 불러 증언하게 해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2019년 사망)과의 연관성을 조사하는 하원 감독위원회 청문회에서 "기괴한(unusual)" 질문을 받았다며 "피자게이트"를 언급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은 증언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조사 막바지에 상황이 꽤 기괴해졌다"며 "미확인비행물체(UFO)와 인터넷상에 유포된 가장 악랄한 허위 음모론 중 하나인 '피자게이트'에 대해 일련의 질문들을 던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누가 UFO와 피자게이트에 대해 질문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약 5시간 진행된 이날 청문회는 로런 보버트 의원(공화·콜로라도)이 비공개 증언 중인 힐러리의 사진을 유출해 보수 성향 팟캐스터 베니 존슨에게 전달하면서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전직 대통령 부인이 의회에 소환돼 증언하는 것은 처음으로, 민주당과 힐러리 측에서는 이번 소환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자신과 대선에서 겨뤘던 힐러리를 망신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힐러리는 이날 "엡스타인의 범죄에 대해 아는 바 없고, 그를 만난 기억도 없고, 그의 섬이나 비행기를 이용한 적도 없다"며 의회가 정말 진실을 밝히고 싶다면 엡스타인 문건에 수도 없이 등장하는 트럼프를 불러 증언하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자게이트'는 트럼프와 힐러리가 맞붙었던 2016년 미 대선 기간에 등장한 악성 음모론이다.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대선 당시 힐러리 캠프의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존 포데스카의 이메일을 해킹한 뒤 내용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일부 사용자들은 이메일에 등장했던 '피자'나 '치즈피자'와 같은 단어가 아동 성매매와 관련된 은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D.C의 피자 가게 '코멧 핑퐁'이 아동 성매매 조직의 본거지라는 주장이 뒤따랐는데 가게 주인이 민주당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 근거가 됐다. 이 터무니없는 음모론은 쏜 화살처럼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갔다.
힐러리를 싫어하는 유권자들의 정치적 반감과 아동 성매매라는 자극적인 소재가 결합하자 어처구니없는 루머는 위력을 얻었다. 사람들은 진실 여부를 확인하기보단 감정적으로 반응했다.
2016년 12월엔 이 음모론을 사실로 믿은 28세 남성이 "아이들을 구출하겠다"며 소총을 들고 해당 피자 가게에 난입해 총을 발사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확인 결과 해당 피자 가게에는 지하실조차 없었다.
이 총기 사건은 객관적인 사실보다 개인의 믿음과 감정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탈진실(Post-truth) 시대에 가짜뉴스가 사회적 불신과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학계에서 많이 인용된다.
피자게이트는 이후 엘리트 집단이 아동 인신매매를 주도하고 있으며, 트럼프가 이들과 싸우고 있다"는 '큐어넌(QAnon)'이란 더 광범위하고 정교한 음모론 혹은 음모론 신봉자 집단을 낳았다.
또한 엡스타인이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고 성매매 인신매매 조직을 운영한 대규모 스캔들은 큐어넌을 포함한 트럼프 핵심 지지층에서 폭발적인 파장을 낳았다. 엡스타인 파일은 큐어넌 음모론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로 여겨졌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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