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중국 오는 트럼프에 "핵보유국 인정" 재차 압박…北, 수싸움 재개
- 26-02-26
일각선 "트럼프 약해져 北 관심 낮아졌을 것" 평가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제9차 당 대회를 통해 미국을 향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라"는 요구를 재차 제기했다. 동시에 "우리를 인정하면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대화 여지도 열어뒀지만, 대화 가능성은 여전히 작다는 부정적 평가가 지배적이다.
약 한 달 뒤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북미 대화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되지만, 북한은 섣불리 대화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수싸움을 강화한 것이라는 평가도 26일 나온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지난 20~21일에 진행한 9차 당 대회 사업 총화 보고에서 "만약 미국이 공화국 헌법에 명기된 우리 국가의 현 지위를 존중하며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우리도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고 밝혔다.
'헌법에 명기된 우리 국가의 지위'는 북한이 지난 2023년 사회주의헌법에 '핵무력정책법'(2022년 제정)의 기본 취지를 담으면서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스스로 격상한 것을 의미한다. 이 요구는 미국이 공식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외교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도 읽힌다.
김 총비서는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때도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우리와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며 핵보유국 인정을 대화의 조건으로 내건 바 있다.
다만 최고인민회의 연설 때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라고 언급한 것과 달리 이번 연설에서는 미국에 대해 무차별적 비난을 가한 것은 차이가 있다. 김 총비서는 "우리에 대한 미국의 태생적인 적대적 시각과 강권으로 체질화된 불량배적 성질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라거나 "일시적으로 감출 수는 있어도 바꿀 수는 없는 것이 바로 침략자의 본성"이라며 미국을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계속 미국과의 대결을 만반으로 준비하며 최강경 자세를 변함없는 대미정책 기조로 확고히 견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사실상 북한의 '모든 요구'를 들어줘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협상의 문턱을 높인 것이다. 김 총비서는 "세상이 통째로 변하지 않는 한 우리의 핵 포기란 절대로 있을 수 없다"라며 '비핵화는 없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김 총비서는 "앞으로도 공평하고 정의로운 다극세계 건설이 더욱 추동될 것"이라며 "그 중심에 우리가 서 있다"라고 말하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사이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표현은 북한식으로 보면 만날 수도 있음을 공표한 것"이라면서도 "다만 그 대화는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북한의 핵보유국을 인정한 핵 군축 협상이 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적대시 정책 철회는 필요조건으로 한미 연합훈련과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중단을 의미한다"라고 분석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25일 제9차 노동당 대회 폐막을 기념하는 열병식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개최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연설에서 "우리 무력은 모든 상황에 준비돼 있다"며 "어떤 세력의 군사적 적대행위에 대해서도 즉시에 처절한 보복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북한의 완강한 태도로 오는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중국을 찾을 트럼프 대통령의 어깨는 더 무거워진 측면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2기'의 상징인 상호관세 정책에 제동을 걸고, 지지율도 30%대 후반에 머물면서 힘이 많이 떨어진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호관세 정책의 '최대의 타깃'이었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동력을 다소 상실한 듯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평가를 바꾸기 위해 북한 문제에 다시 관심을 보이며 새 치적을 내세우려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건은 북한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느냐다.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무조건적으로 북한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맹과의 관계가 크게 틀어질 수밖에 없음을 물론, 여전히 '핵 비확산'이 큰 어젠다인 미국 내의 여론도 무시하기 어렵다. 자칫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것이 북한과 연대하는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적 지위를 높이는 부정적 효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핵 군축'을 의제로 내세우더라도 '군축'의 개념을 어디까지 잡을 것이냐부터가 지난한 과제다. 이번 당 대회에서 "적은 우리를 몰라야 한다"라고 선언한 북한이 어떤 수준의 핵무기와 핵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부터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김 총비서의 사업 총화 보고에서 언급된 대미 메시지가 오히려 힘이 빠진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 연설 때는 북미 협상을 '정상 대 정상'의 만남(탑 다운)으로 상정하는 듯했던 김 총비서가 이번 연설에선 '미국 대통령'이라는 언급을 빼면서 미국이 행정부 차원에서 보장된 약속, 즉 협정이나 조약을 체결할 준비를 하라는(바텀 업) 시그널을 준 것으로 해석될 소지도 있다는 측면에서다.
김 총비서는 또 '북미 대화 추동'을 정책 과제로 내세운 한국의 대북 정책이 '서투른 기만극이고 졸작'이라고 평가했는데, 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한 한반도에서의 접촉에 회의적인 시각을 부각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자칫 북한에게 '거부' 당하는 모습을 피하기 위해 다가오는 중국 방문을 계기로 한 대북 접촉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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