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유상옥] 겨울 소나무

유상옥(서북미문인협회 회원)

 

겨울 소나무


하얀 숄을 걸친 여인은 

계절의 막차를 놓치지 않는다

시간의 틈바구니에서 꺼낸

조각들을 호숫가에 내려놓고

퍼즐이 된 작은 마을 하나

화면 위에 떠올린다


여인의 앙상한 가지 사이에는  

꿈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한

들판이 엉성하게 드러나고

무성영화 한 편에 들어간다

동네 뒤편에무지개 솟고

아이들이 할미꽃 무리처럼 

옹기종기 하루의 웃음을 기른다


하루의 꽃이 지는 어느 가을

세상 바람과 구름의 손길이

가슴 구석구석 불어온다

잘리고 꺾어지고 날아가는

낙엽의 아우성에 바늘에 찔린

소나무는 휘어진 등에

생의 지층을 얹는다


버리고 싶어도 버리지 못한

아린 몸뚱이에 계절의

하얀 손길이 찾아오면

이제야 머릿결 빗어 내리고

호수 건너 저 켠으로

자신을 흘러 보낸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한인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