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 위법 판결에 되레 커진 불확실성…세계 무역질서 시계제로
- 26-02-21
253조원 환불 길 막막…기업들 기약 없는 소송전 돌입
트럼프, '대체 관세'로 맞불…흔들리는 글로벌 무역 합의
미국 연방대법원이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분별한 관세 부과에 제동을 걸었지만 미국 경제와 글로벌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이 한층 더 증폭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 한국 등 교역 상대국들과 맺은 무역 합의의 근간이 흔들리고, 기업들은 수천억 달러 규모의 관세 환급을 위한 지루한 법정 다툼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들은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대체 관세'라는 또 다른 폭탄을 마주하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관세를 지렛대로 한국과 유럽연합(EU) 등 19곳과 관세 인하 및 투자 유치 협상을 타결했다. 하지만 IEEPA에 근거한 관세 자체가 위법으로 판명되면서 합의의 법적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미 합의를 맺은 국가들은 혼란을 피하기 위해 현상 유지를 택할 가능성이 크지만 협상 중이던 국가들은 미국의 협상력이 약화한 틈을 파고들 수 있다.
관세 환급도 시급한 문제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추산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위법하게 징수한 관세 총액은 1750억 달러(약 253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막대한 금액의 환급 절차나 방법에 관해 아무런 지침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관세를 납부했던 코스트코나 토요타 등 수천 개 기업들은 이제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의 문을 두드리며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해 돈을 돌려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5년은 법정에서 다투게 될 것"이라며 순탄한 환급 절차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법조계와 무역 전문가들은 환급 절차가 극도로 복잡하고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한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조차 반대 의견문에서 환급 과정이 '엉망'(mess)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을 정도다.
특히 거대 로펌을 고용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소송 비용 부담 때문에 환급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어 불공정한 결과를 낳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이번 판결로 미국의 평균 실효 관세율은 16.9%에서 9.1%로 낮아져 소비자 부담은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가구당 연평균 관세 부담액은 1300달러에서 600~800달러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나온 분석이며, 장기적으로는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1% 감소하고 실업률은 0.3%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고 연구소는 경고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판결이 나온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플랜B를 가동했다. 그는 1974년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모든 수입품에 10% 임시 관세를 부과하는 안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는 의회 동의 없이 최대 150일간만 유효한 임시방편이지만. 행정부가 무역법 301조(불공정 무역 관행)나 무역확장법 232조(국가 안보) 등 영구적인 수단을 준비할 시간을 벌어주기엔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주요 교역국 대부분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조사를 여러 건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리어 대표는 "산업 과잉 생산과 강제 노동, 의약품 가격 책정 관행, 미국 기술기업 및 디지털 상품에 대한 차별 등 다양한 현안이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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