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니어산서 사망한 2명은 유명 산악인이었다

시애틀서 활동하던 산악지도자·환경과학자, 사랑하던 산에서 사고사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활동하던 두 명의 유명 산악인이 레이니어산 등반 도중 숨졌다. 

국립공원관리청(NPS)에 따르면 환경과학 분야에 종사하던 벤 왓슨(35.사진 왼쪽)과 소프트웨어 아키텍트이자 산악 지도자로 활동해온 이리 리히터(51)는 이달 초 레이니어산 윌슨 빙하 인근 해발 약 9,600피트 지점에서 발견됐다. 피어스 카운티 검시소는 두 사람 모두 둔상에 의한 사고사로 판정했다.

왓슨의 아내 레나 함지는 17일 밤 남편과 문자로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다음 날 공원 관리요원으로부터 등반 허가가 기한을 넘겼고 차량이 파라다이스 주차장에서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으며 상황이 급변했다. 

수색대는 19일 항공 수색으로 두 사람의 위치를 확인했고, 20일 지상 수색팀이 현장에 도착했다. 국립공원 측은 현재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출신인 왓슨은 어릴 때부터 산을 사랑한 인물로 알려졌다. 환경과학 관련 직업을 위해 워싱턴주로 이주했지만, 산악 활동이 그의 삶의 중심이었다. 지난해에만 캐나다와 미국 각지에서 20회가 넘는 정상 등정 기록을 남겼고, 오리건주의 마운트 후드와 워싱턴주의 올림푸스산 등도 올랐다. 

지난해 10월 결혼한 그는 신혼여행으로 에콰도르 코토팍시 화산을 오르며 산에 대한 애정을 이어갔다.

왓슨은 온라인 체스와 ‘반지의 제왕’을 즐겼고, 두 마리 고양이를 아꼈다. 동료들은 그를 “가장 힘든 산행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던 사람”으로 기억한다. 산에서 처음 만난 인연으로 리히터와도 가까워졌다.

체코 출신인 리히터는 20여 년 전 시애틀로 이주해 IT 업계에서 일하며 본격적인 산악 활동을 이어왔다. 시애틀 기반 산악 단체 ‘더 마운티니어스’에서 리더와 강사로 봉사하며 수많은 등반을 이끌었고, 레이니어산만도 10차례 이상 올랐다. 동료들은 그가 안전과 효율을 중시하며 초보자들을 차분히 이끌던 지도자였다고 전했다.

리히터는 산악 등반뿐 아니라 패러글라이딩, 카이트보딩, 윈드서핑 등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에도 정통했다. 지인들은 “그의 삶은 많은 이들에게 부러움과 영감을 동시에 줬다”고 회상했다.

산악 커뮤니티와 SNS에는 두 사람을 추모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 등반가는 “가장 혹독했던 산행 사진 속에서도 웃고 있던 이는 왓슨뿐이었다”고 적었다. 사랑하던 산에서 생을 마감한 두 산악인은, 끝까지 정상으로 향하던 모습으로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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